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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황도군 신병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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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Fathance
추천 : 0
조회수 : 23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7/20 20:4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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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일

오늘 황도군으로서 첫 전장에 나갔습니다. 우리들은 긴장해있었고, 다른 분들은 지쳐 보였습니다. 오래 이어진 것이니 그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첫 전장은 무서웠습니다. 커다란 총소리가 사방을 가득 메웠고, 포를 쏘는 소리, 터지는 소리가 주변에 가득했습니다. 손이 아직도 계속 떨리고 있습니다. 그래도 저 극악무도한 카르텔이 겐트의 외곽까지 들어와서 행패를 부리고 있는 만큼 마음을 굳게 먹어야겠습니다.

우리의 황도를 위해서.


█월 ██일

겐트에 처음 보는 행색을 한 사람들이 왔다고 합니다. 듣기로는 우리들의 아군이라는 것 같습니다. 또, 아랫세계에서 왔다고 합니다. 그곳이 정말 존재한다는 게 신기했고, 그곳에서 온 사람들이 우리를 도와준다는 것이 고맙기도 했습니다. 그 사람들은 우리와는 다른 쪽에 투입된다는 것 같았습니다. 그 사람들이 어떻게 싸우는지 궁금하니까 나중에 반드시 물어볼 겁니다.

그 사람들이 황도에 힘을 보태준 것이 좋은 일이 되기를.


█월 ██일

아랫세계에서 올라온 사람들, 모험가라고 불리는 것 같습니다. 듣기로는 최전선에 서서 싸웠다고 하는데, 총을 들지 않아도 총을 든 상대와 싸운다는 게 굉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식하게굉장히, 굉장히 큰 검을 들고 싸운다거나, 맨몸으로 싸운다거나, 손에서 불이나 얼음 같은 게 나온다거나….

손에서 불을 쏘는 모험가는 어른도 아니고 어린애라고 합니다. 신기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합니다.

저희들과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돕겠다고 나선다니 힘이 납니다. 어른이고, 황도군인 저도 더욱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월 ██일

카르텔 방화병때문에 화상을 입었습니다. 가벼운 화상이었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으로 충분했지만, 멀리 떨어져 있던 녀석들은 아니었습니다. 그 녀석들, 방화병 녀석들의 공격으로 온몸이 불타버렸습니다. 난생처음 보는 광경이었습니다. 끔찍했습니다. 필사적으로 땅을 구른다거나, 아무 곳으로 달린다거나, 소리를 지른다거나…. …끔찍했습니다.

살아있다는 거에 감사하며.


█월 ██일

전에 화상을 입은 곳이 쓰라렸습니다. 그래도 총은 쥘 수 있으니 괜찮습니다.

오늘 카르텔과 응전하는데 저 멀리서 불타는 무언가가 떨어지는 걸 보았습니다. 처음 보는 광경에 아주 잠깐 시선을 빼앗겼는데, 그 순간 군모에 총알이 스쳤습니다. 아직도 심장이 떨리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글을 적을 수 있다는 것에 정말 감사하고 있습니다.


█월 █일

외곽에서 카르텔이 물러났습니다. 아랫세계에서 올라온 모험가분들이 도와준 덕에 몰아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고마운 분들입니다.

외곽지역이 심하게 무너지고 타버렸습니다. 우리 집도 외곽이었는데. 어머니도 아버지도 잘 계시겠죠?


█월 █일

내벽을 수리 중이었는데, 동문 밖이 시끄러웠습니다. 모험가분들이 분주하게 동문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카르텔인가 싶었는데, 우리들도 수리하다 말고 급하게 모였습니다.

한창 진열을 가다듬는 동안 나갔던 모험가분들이 돌아오는 게 보였습니다. 다친 사람이 있었는데, 덩치가 큰 아저씨가 무언가 하니까 상처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걸 봤습니다. 아랫세계엔 대체 무슨 기술이 있는 걸까 궁금해졌습니다. 상처를 그만한 속도로 치료하는 기술은 천계에도 없는데 말입니다.


█월 █일

녀석들의 오토바이가 너무 무섭습니다. 물론 가까이 오기도 전에 쏴 맞추면 상관없지만, 못 맞추면 그대로 밀고 들어와서….

오늘 녀석들의 오토바이 중 하나가 제 근처까지 왔습니다. 제 근처에서 여러 사람이 치였습니다. 전우들이 많이 다쳤습니다. 죽어버린 전우도 있습니다. 기려주고 싶지만…마지막을 떠올리고 싶지는….


█월 ██일

동문에서 카르텔과 교전하는데, 앞쪽에서 무언가가 터졌습니다. 녀석들이 지뢰를 매설해둔 모양입니다. 지뢰가 매설된 곳 이상 나아가지 못 했습니다. 지뢰로 죽은 전우들은 수습하지도 못하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친구가 앞쪽에 있었는데, 그 친구도 휘말리고 말았습니다. 목숨은 부지했지만, 다리를 잃었다고 했습니다. 내 몸은 아직 멀쩡합니다. 팔도, 다리도, 목도, 눈도.


█월 ██일

흉악하게 개조된 오토바이를 이끈 카르텔 녀석을 보았습니다. 소형 미사일을 여러 개 날린다거나 레이저 포대가 장착되있다거나…. 그 녀석이 날리는 소형 미사일은 터뜨리는 용도가 아닌 꿰뚫는 용도였습니다. 한번 발사하면 당분간 주변을 계속 맴돌며 날아다녔습니다.

앞바퀴를 들고 높이 뛰어올라 내리찍기도 하고, 갈아버리려고 달려들기도 했습니다.

…가까이 오지 마


█월 ██일

모험가님들이 기동대장을 쓰러뜨렸다고 합니다. 그 흉악하게 개조한 오토바이의 주인을. 카르텔 녀석들도 기동대장이 쓰러지니 동문에서 물러났습니다. 그 오토바이 부대도 물러났습니다.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습니다.


█월 ██일

카르텔 녀석들, 완전히 물러난 게 아니었습니다. 그놈의 오토바이도 적긴 하지만 남아있었습니다. 제발 가줬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오토바이에 탄 녀석을 맞힌 것 같습니다. 내가 쏜 거에 맞은 건지 확신이 가진 않지만, 제가 쏘자 쓰러졌으니 아마 맞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꼴좋다.


█월 ██일

남문 쪽에 무슨 일이 생겼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여태까지 침공한 병력과는 비교도 안되는 수의 병력이 왔다고 합니다. 모험가분들이 나서서 급하게 남문 수비대를 도왔다고 합니다. 동문 쪽 병력도 일부 남문으로 이동했습니다. 나는 남문으로 이동한 쪽입니다.

남문에 도착하고 방어선에 투입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출전하는 쪽이었습니다. 지뢰도 오토바이도 없길 빌었는데, 대포가 있었습니다.


█월 █일

교전 중에 검은색 커다란 무언가가 빠르게 이동하는 걸 본 것 같았습니다.

잘못 본 거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제발


█월…며칠이었더라? 매일 쓰는 것도 아니고, 남문은 바쁘고, 달력도 없고.

전위대가 두꺼운 방패로 막아서고, 뒤에서 적의 대포가 날아옵니다. 방패가 너무 거슬립니다. 슈타이어의 폭발도 한 번은 막아내는 것 같았습니다. 대포도 거슬립니다. 위협적인 만큼 거슬립니다. 그냥 다 부서졌으면. 포가 내부에서 터져버렸으면. 멀리 날아가지 못하고 근처에서 터져버렸으면. 같은 카르텔을 맞췄으면.


█월

고출력 화염방사기, 고밀도 레이저, 대 전차용 슈타이어. 친구가 황도군 수비대의 무기들을 쭉 읊어주면서 사람에게 쓰는 건 아니지 않냐는 말을 했습니다. 어쩐지 조금은 농담조 같았는데. 하긴, 전장에서 누가 그런 걸 일일이 생각하면서 쏘겠습니까?

친구도 끝에는 알 게 뭐냐고 했고. 알 게 뭐야?


█월…? 아직 달이 넘어가진 않았겠지?

전에 봤던 그 검은색 커다란 무언가가 진짜였습니다. 리히터 박사님이 분석했다는 자료가 내려왔습니다. 그 병기에 관한 것을 교육받은 뒤 출전했습니다.

미사일이 하늘에서, 내 머리 위에서 나를 쫓아다니며 떨어지는 걸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아. 끔찍해.


날짜…꼭 써야 하나?

기동병기가 쓰러졌는데도 질리지도 않고 아직 남문에 붙어있습니다. 좀 갔으면 좋겠습니다. 제발.

대체 왜 퇴각하지 않는 걸까요? 그 크고 빠른 게 없어도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글쎄, 모험가님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하는 것 같은데.



오늘 모험가님을 가까이에서 봤습니다. 자기 키만 한 칼을 쓰는 작은 여자아이였는데 귀가 뾰족했습니다. 만나자마자 '모험가님, 엄청나게 멋집니다!'라고 외친 뒤 도망쳐버렸습니다. 너무 긴장해서 말이 제대로 안 나왔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부끄러워서 죽을 것 같습니다.

모험가님들은 굉장히 멋집니다. 생판 남이 대부분인데 우리를 위해 싸워준다니, 얼마나 착합니까? 강하고, 멋지고, 아름답고, 귀엽고, 굉장합니다. 완벽해 보입니다. 저도 그분들만큼 강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강한 분들이 우리 앞에서 싸운다니, 그런 굉장한 능력들로 싸운다니, 혹시 신이 내려보내주신 병사들이 아닐까요? 너무 멋진 것 같습니다.



병력 이동이 있었습니다. 다시 동문으로 가는가 싶었는데, 북문으로 가는 거였습니다. 기계 팔이 북문으로 온다고….

기계 팔이라면 들은 적이 있습니다. 양팔을 개조했다고 하던데, 엄청 잔인하다고 했습니다. 피도 좋아한다고 하던데…미친 건가?

기계 팔과 교전할 일이 없었으면. 제발 없었으면.



북문에서 모험가님들이 미리 나서서 휘저어놨다고 했습니다. 북문에 대포는 없었지만, 미사일 포대…. 그래도 징그러운 정도로 많이 있지는 않았으니 조금은 괜찮ㅇ

그래도 위협적이잖아. 가까이 가고 싶지 않아.



기계 팔이 왔다고 합니다.

모험가님들이 쓰러뜨려줄 거야. 괜찮아.

모험가님들은 강하니까.



이 전쟁이 끝나면 하고 싶은 것이 많습니다. 아주 많습니다. 일단 어머니와 아버지가 무사한지 확인하고 싶습니다. 집은 아마 부서졌을 테니 딱히 궁금하지도 않고. 그다음은 친구를 만나고 싶습니다.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맛있는 걸 잔뜩 먹고 싶습니다. 아니, 어머니께서 해주신 음식을 가장 먹고 싶습니다. 아버지는 실력이 그리 좋진 못하지만, 지금은 아버지의 음식도 먹고 싶습니다. 배가 터지도록 먹고 그다음 하루 종일 자고 싶습니다. 그 정도는 괜찮잖아요? 황도를 위해 고군분투했으니까. 그리고. …. ………머리 속에 떠오르는 건 많은데 막상 옮기자니 잘 안됩니다. 아무튼, 이것저것 많이 하고 싶습니다. 아, 애인을 만들고 싶습니다. 성인이 되자마자 바로 황도군이 되었으니까요. 슈나이더 대장님은 무서우니까 얌전한 여자를 만나고 싶습니다. 아랫세계에서 올라온 모험가님들 중 여자분께 고백을 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까요? 아니, 그분들도 슈나이더 대장님만큼 무서울까요?

이런 상상을 하는 것이 얼마 만일까요? 그간 너무 힘들어서 일기도 제대로 못 쓰고 날짜도 잊어먹고. 내일부턴 정신 제대로 차리고 써야겠습니다.



황도군 신병의 이야기


모험가는 강하지만, 황도군은 그저 한 명의 시민일 뿐이니까요


안녕하세요. 흔한 아라드의 글쟁이입니다.

그저 즐겁게 읽으셨기만을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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