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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남편은 성주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부입니다.
게시물ID : sisa_74566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테라야
추천 : 41
조회수 : 1977회
댓글수 : 19개
등록시간 : 2016/07/21 18:3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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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다 결혼이 아주 늦은 나이에 만나 , 둘의 나이를 합치면 85세인 ^^ 이제 9월이면 1주년이 되는 신혼 부부입니다.
 
저는 서울에서 학원강사를 하고 있었고 남편은 성주에서 참외 농사를 짓고 있었지요.
 
얼굴이 까만 시골 아저씨, 농사밖에 모르는 바보, 사투리가 너무 심한 남자였는데.....
 
서울여자한테 꿀리지 않고 난 평생 농사를 지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것이고 너가 나한테 시집오면 호강은 못시켜줘도 고생은 시키지 않을 것이다 라는 말에 홀라당 빠져서 만난지 6개월만에, 그것도 10번째 얼굴 보는날 결혼을 하고 지금은 대구에서 살면서 남편은 성주로 출퇴근하고 있습니다.
 
그런 남편이 지금 너무너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평상시 같으면 올해 농사가 마무리되고 10개월간 휴일도 없이 쉬는날도 없이 일한 보상으로 조금은 편한 여름을 보내야 하는데,
 
지금 남편은 서울 뙤약볕에서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내년 농사를 계획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계획을 할 수 없습니다.
 
 
 
울 남편....올 1월만 해도 그여자가 그남자의 설거지를 잘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난 무식해서 정치는 1도 모르는데 그렇게들 얘기하니 그런것 같다고 하던 남자였습니다.
 
전 광화문대첩도 나가고 대선이 끝나고 펑펑 울면서 술을 마시던 소위 종북세력으로 친정 식구들 사이에서 조리돌림 당하는 여자라,
 
물도 혼자 못떠마시는 여자가 무슨 설거지냐며 대꾸해 주었는데 그때는 평생 내가 종북....임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겠다는 생각이었지요.
 
 
 
어제 뉴스를 보면서 지금 우리 남편과 성주 사람들은 세월호 같다고 얘기해주었습니다.
 
남편이 아무말도 없더군요.....
 
세월호 아이들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울고 있으면 별일로 운다며 면박주던 남편이었습니다.
 
내가 가르치던 아이들도 다 저 또래다며 너무 가슴아프다고 저 아이들의 부모들은 아이들도 가슴에 묻고 시체팔이한다고 욕까지 먹는게 말이되냐고 얘기를 해도 콧방귀도 끼지 않던 콧대높은 경상도 여당지지자였습니다.
 
그러던 남편이 바뀌었습니다.
 
물론 이런일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저는 남편 없을 때나 뉴스를 보면서 혼자 욕하고 저주하고 말았겠지요.
 
 
처음의 오유에서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모든 글들에서  성주 잘코사니, 그렇게 숭배하더니 개꿀잼이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와 남편에게 나도 모르게 비아냥 거리고 있더군요.... 성주사람들 모두 강...ㄱ 당한거나 마찬가지라고.....
 
점차 오유에서도 성주에 대한 의견이 조금씩 바뀌는 것을 보면서 남편에게 배치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사드 그 자체가 이땅에 들어오면 안되는 거라고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어제 남편에게 세월호 사람들도, 그들을 지지한 모든 사람들이 종북으로 몰렸던 것처럼, 삐라가 발견됐다는 뉴스를 보면  지금의 성주시민 전체는 불온 세력으로 더욱 고립될지도 모르고 공권력 투입은 시간문제라고......이건 오래전부터 써먹은 방법인데 절대 바뀌지 않을 거라고 했지요.
 
또한 성주 사람들이 버티지 못한다면 우리가 1등으로 망하는 것이고 나머지 사람들은 차례차례 순서대로 망해갈 것이라고 얘기했더니 남편이 얼굴이 더욱 복잡해지더군요.
 
 
 
남편에게 이야기 해주는 것은 모두 오유에서 보고 듣고 읽은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어쩌면 저도 굉장히 편협한 사고를 하고 있는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근데 편협하다고 보는 사람들은 그냥 그렇게 생각하게 두렵니다.
 
내가 지지하는 달님과 살고싶은 성남의 시장님이 옳다고 생각하고 그대로 밀고 나가렵니다.
 
남편에게 앞으로 어떻게 될지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미래에 대한 계획을 이야기 해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이 글이 시사게에 안맞을 수도 있겠지만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남편을 보며 가슴아파하는 초보 아내의 짧은 생각이라고 생각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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