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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악몽
게시물ID : dungeon_62776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Fathance
추천 : 2
조회수 : 15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7/21 21: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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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눈을 떴을 때, 그곳은 너무나 어두웠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은 아니었지만, 눈앞의 것만 간신히 구분할 정도로 어두운 곳이었다. 그런 곳에서 두 팔이, 두 다리가, 안간힘을 써봐도 움직여지지 않는 것이었다.
 사지를 어떻게든 움직이려고 바둥거리던 차에 손끝에 무언가가 닿는 느낌이 들었다. 거친 듯 부드러운 듯 한 무언가를 미친 듯이 긁어댔다. 손가락을 따라 따스한 것이 흘러내렸는데, 아마 사람의 살로 생각되었다.

 눈이 어둠에 익었을 무렵, 내 사지를 결박한 사람…아니, 결박한 '것'들이 보였다. 아, 꿈이구나. 무의식중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째서 꿈이라고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기분이 들었다. 눈에 들어오는 내 팔과 다리가 지금보다 짧아서? 그런 이유인 걸까?
 하지만 이게 꿈이라고 자각해도 딱히 달라지는 건 없었다. 책에서 읽은 자각몽이니 뭐니 하는 건 허구인 거였나? 놓으라고 생각해도 아이들은 내 사지를 굳게 잡고 절대 놓지 않았다. 무엇을 위해서?
 아이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들리지도 않았다. 들리더라도 마치 모깃소리라도 되는 양 앵앵거릴 뿐이었다.

 내 사지를 붙들지 않은 어느 아이가 내 사지를 붙든 한 아이와 무어라 대화를 나누더니 급하게 무언가를 가지고 도망치듯이 달려갔다. 아, 그래. 식량. 먹을 것. 그것이 목적이었구나.
 상대적으로 약한 아이를 힘으로 억누르고 그 식량을 뺏어간다. 죽이면 더 많은 식량을 준다. 그것이 전투 노예로 길러진 아이들의 일상이었으니까.
 그렇다면 이 '꿈'은 나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나의 옛날 일이라는 것일까? 아니, 어쩌면 지독한 상상력이 만들어 낸 악몽일지도 모르겠다. 사지가 결박당했다는 것은 약자라는 의미인데, 그런 환경에서 약자가 살아남았을 리가 없을 테니까.

 …지금 이것이 꿈이라는 것은 알았다. 어린 전투 노예들의 즐거운 식사시간이라는 것도 알았다. 그리고 이대로 가다간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는 것도 알았다. 아무리 꿈이라도 죽는 건 유쾌하지 않은 거라는 것도 알고 있다.
 내 두 손끝이 빨갛게 물들도록 아이들의 팔을 긁어내고 잡아뜯었지만, 놓아줄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 꿈속에서도 죽어버리는 것인가 생각했다. 슬슬 죽고 깨어나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겠거니 하는 생각이 들었을 때, 앵앵대는 소리가 조금 커진 것을 느꼈다.

 내 왼쪽 팔을 붙든 아이가 무어라 앵앵댔다. 나머지를 붙든 아이들도 무어라 앵앵대고 있었다. 식량을 가져간 아이도 뭐라 앵앵댔다. 참으로 시끄럽고 거슬리는 소리였다.
 무슨 분쟁이라도 일어난 것일까? 다 됐고 얼른 죽여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때, 왼팔을 붙들던 아이가 식량을 가져간 아이 쪽으로 달려갔다. '아, 왼팔이 자유로워졌다.'라고 생각하기가 무섭게 왼팔이 오른팔을 붙든 아이 쪽을 향해 쏘아지듯이 움직였다.

 왼손이 오른팔을 붙든 아이의 얼굴을 붙들었다. '내가 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니, 이 꿈은 그냥 지켜보는 종류의 꿈이구나.'라는 시답잖은 생각을 하는데, 꿈속의 어린 '나'가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린 '나'는 느릿느릿 오른팔을 붙든 아이 쪽으로 움직였다. 마치 영상을 천천히 재생하듯이…그래, 천계에서 그런 걸 봤었지. 느릿느릿.
 느리게 움직이는 어린 '나'를 보면서 별생각이 다 들었다. 왜 저렇게 느린 거지? '나'는 뭘 하려는 거지? 왜 아이를 붙잡은 거지? 왜 눈을 파내지 않는 거지? 눈? 나는 왜 이런 생각을 하는 거지?

 그런 온갖 잡념들이 귀를 찢는 듯한 비명과 함께 쓸려나갔다. 오른팔을 붙들었던 아이는 미친 듯이 소리 지르며 어린 '나'를 두들기고 있었다. 어린 '나'는 그 아이의 목덜미를 물어뜯고 있었다. 짐승같이.
 어린 '나'는 자유로운 두 손으로 아이를 단단히 붙들었다. 두 다리를 잡고 있던 아이들은 어느새 도망간 뒤였다. 오른팔을 붙들었던 아이는 목이 터져라 비명을 질러대며 두 팔로 두 다리로 어린 '나'를 떼어내려 하고 있었다.
 그래도, 어린 '나'는, 그 아이를, 절대로, 놓아주지 않아.

 어린 '나'의 입에서 피가 흘렀다. 내 피인가? 저 아이의 피인가? 그런 건 신경 쓰지 않고, 입은 물어뜯는 데, 두 손과 다리는 아이를 밀어내는 데 온 힘을 다하고 있었다.
 곧, 뜯겨져 나가는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쏟아져 내리는 기분 나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고통과 공포가 섞여있던 비명은 금세 잦아들었다. 눈앞은 새빨갰다. 어린 '나'도 새빨갰다.
 앵앵대던 소리들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뜯겨져나간 목에서 뿜어져 나오는 핏소리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어린 '나'는 시체를 내려다보며 입을 움직이고 있었다.

 씹는다. 무언가를 질겅대며 씹는다. 질긴 무언가를 씹는다. 씹을 때마다 시뻘건 것이 입 밖으로 흘러넘친다. 무표정하게 질겅질겅질겅질겅. 핏물과 침이 뒤섞여 바닥으로 떨어진다.
 맛은 모른다. 식감조차 모른다. 그저 기분 나쁜 소리만을 내면서, 곧, 꿀꺽.


 소스라치듯이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꿈을 꾼 것 같았는데, 기억나는 것은 없었다. 하지만 목구멍 깊숙한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구토기가, 불쾌감이, 근본을 알 수 없는 자신에 대한 혐오감이, 계속되었다. 이어진다. 계속된다.
 목구멍이 말라붙어 바스러질 듯한 갈증마저 올라온다. 다급하게 물통의 물을 전부 목구멍 안쪽으로 쏟아부었지만, 갈증은 멎을 줄 몰랐다. 알 수 없는 짜증에 신경질적이게 물병을 집어던졌다. 물병은 텅 빈 소리를 내며 굴러갔다.

 기분 나쁜 구토기에, 끝나지 않는 갈증에, 불쾌감에, 혐오감에, 머리채를 감싸 쥐었다. 아마도 내가 꾼 것은, 지독하디 지독한, 악몽이었던 것이겠지.


Lancia Liberi 듀란달



안녕하세요. 흔한 아라드의 글쟁이입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글을 옮기기위해 왔습니다.


...하하 저는 자칭 멘탈붕괴 전문 글쟁이입니다.

오늘의 아라드 월드는, 멘탈이 나가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럼, 즐겁게 읽으셨길 빌겠습니다.

광고는, 다 옮긴 뒤에 해도 늦지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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