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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시간의 틈새와 아이들 上
게시물ID : dungeon_62793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Fathance
추천 : 1
조회수 : 22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7/22 18:3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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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마나가 폭주합니다. 이대로 가다간 아이들이…실험은 실패했어요! 어서 아이들을 대피시켜야 해요!
 "도…도대체 왜 이러는 거요?"

 전이 실험 장치가 불안정하게 흔들리며 발작하듯이 빛을 내뿜었다. 그 장치의 한가운데에는 쇠사슬에 묶인 채 이성을 잃은 작은 괴물과 그 괴물의 상태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지켜보던 마계인 소녀가 있었다.
 곧 두 아이들이 빛과 함께 사라졌고 전이 장치는 폭발을 일으키며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 …얘…얘!"

 아득한 정신의 저편에서 소년은 누군가가 부르는 소리와 함께 격한 흔들림을 느끼며 무겁게 느껴지는 두 눈꺼풀을 간신히 열어젖혔다. 소년의 눈앞에는 걱정이 가득한 얼굴의 마계인 소녀가 있었다.
 소년이 완전히 눈을 뜨자 소녀는 크게 기뻐하는 기색을 보이며 소년의 두 손을 붙잡았다.

 "일어나서 다행이다, 얘! 쇠사슬은 내가 풀어놨어. 이젠 앓는 소리도 안 냈으니까 괜찮을 것 같아서 풀었는데 진짜 괜찮아서 다행이다. 나 네가 쉽게 안 일어나길래 엄청 걱정했어! 심장은 뛰는지, 숨은 쉬는지 계속 확인해보고 흔들어보고 때려도 보고! 그나저나 어디 아픈 데는 없어? 잘 보여? 잘 들려? 잘 느껴져? 어디 이상해? 괜찮아?"

 소녀는 소년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계속 질문을 던졌지만, 소년은 멍하니 제 두 손을 내려다보기만 했다. 검붉었던 두 손은 어느샌가 새까맣게 변해있었다.
 소년에게 있는 마지막 기억은 너무나 흐릿했다. 자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어쩌다 이렇게 변한 것인지, 그리고 자신과 마계인 소녀가 있는 곳은 어디인지, 알아낼 방도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 고민과는 무관하게 마계인 소녀는 소년의 몸을 잡아 흔들거나, 손가락을 들이대며 몇 개인지 맞추라고 한다거나, 큰 소리를 질러대며 소년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었다.

 "…시끄러워. 다 괜찮으니까 신경 꺼."
 "괜찮아? 다 괜찮은 거지? 해냈다! 성공했어! 있지, 아까 그 실험은 널 치료하기 위한 거라고 했었거든? 아직 손이 이상하고 눈도 이상하지만…이제 더 이상 날뛰지 않으니까 분명 성공한 걸 거야!"
 "치…료?"
 "근데 여기는 어딜까? 같이 있던 사람들은 어딨는 거지? 치료됐다고 알려줘야 하는데…."
 "…죽는 쪽이 나았을텐데…."

 소녀의 놀랄 정도로 느린 반응을 무시한 채 소년은 아무도 듣지 못할 정도로 작게 중얼거리고는 무릎에 고개를 파묻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은 채 그대로 있으려 했다. 소녀가 갑작스레 비명을 지르며 달라붙지 않았더라면 말이다.
 소년은 무슨 일이냐는 말도 없이 소녀를 보았다. 아니, 보려 했지만, 뒤쪽에서 비쳐오는 강렬한 빛에 눈이 부셔 도무지 볼 수가 없었다. 소년은 고개를 조금 더 돌려 대체 뭐가 이렇게 빛나는 건지 확인해보았다.
 그곳에 있는 것은 찬란하게 빛을 발하는 거대한 황금 사자의 머리였다. 어이없을 정도로 갑작스레 나타난 거대한 조형물은 서서히 입을 열었다.

 "너희들인가. 시간의 틈새로 빨려 들어온 사람이."
 "마, 말했어! 얘! 말했다고!"
 "…."

 사자는 아무 말없이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알 수 없는 위엄에 무어라 말을 꺼내기 힘든 상황에서 먼저 말을 꺼낸 것은 소녀였다.

 "저기, 여긴 어디야? …예요?"
 "이곳은, 시간의 균열. 모든 시간의 틈새. 아득히 먼 과거부터 아득히 먼 미래, 모든 시간이 있는 곳이다."
 "그럼 아라드랑은 다른 곳인가? 아라드로 돌아갈 방법은 없어? 아니, 없을까요?"
 "방법은 존재한다. 허나, 극히 위험하다. 지금의 너희들이라면, 존재가 사라질 수도 있다."

 사자의 단호한 말에 소녀는 풀이 죽은 표정을 지었고, 소년은 두 눈을 반짝였다. 소년은 소녀를 밀치고는 사자를 향해 다급하게 외쳤다.

 "그 사라진다는 건 죽는다는 거야?"
 "존재가 사라진다는 건 그 어떠한 시간축에서도 너라는 존재를 확인할 수 없게 된다는 것. 그야말로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죽는다는 거야, 아니라는 거야!"
 "얘, 그런 건 대체 왜 묻는 거야?"
 "너랑은 관계없어! 사자! 빨리 말해! 죽을 수도 있는 거냐고!"

 소년은 굉장한 기대가 서린 눈길로 사자를 보았다. 하지만 사자의 입에서 나온 답은 소년이 원하던 것과는 달랐다.
 사자의 말에 따르면 존재가 사라진다는 것은 단지 그뿐. 어디에도 있지만, 어디에도 없으며, 마치 죽은 것과 같지만, 죽음과는 달리 영원히 살아 시간의 속을 헤매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사자의 말은 소년의 지식으로는 알아듣기 힘든 말밖에 없었기에 결국, 소년이 알아들은 부분은 죽는 게 아니라는 것뿐이었다.
소년은 다시 풀이 죽은 표정으로 제자리에 주저앉아 고개를 파묻었다.

 "어…돌아갈 방법이 없다는 건 조금 안타깝다. 그치?"

 소녀의 짧은 물음도 못 들은 척 넘긴다. 사자와 소녀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사자가 사라지는 것도 신경 쓰지 않는다. 소년은 그저 두 무릎을 가지런히 모으고 고개를 처박기만 했다.

 그런 소년을 소녀가 억지로 일으키고 이끌었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어디론가 향했다. 하지만 어디로 향하는 것인가, 소년은 묻지 않았다. 그저 아무런 생각도 갖지 않고 이끄는 대로 끌려가기만 할 뿐이었다.

 "전에 사자한테 우리 말고 여기에 사람이 있는지 물어보는 걸 깜빡했어. 우리 말고 누가 있을까?"

 소녀는 끊임없이 말을 걸어왔지만.

 "…."

 소년은 끊임없이 입을 다물고 있었다. 마치 인형에 대고 말을 거는 듯했지만, 소녀는 지치지도 않는지 혼자서 재잘거리는 것을 계속했다.

 소녀와 소년은 계속 시간의 틈새를 헤맸다. 소년은 의미 없이 소녀에게 이끌려서, 소녀는 다른 사람과 예의 그 사자를 찾기 위해서. 하지만 찾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사자도 없었다. 
 찾을 수 있는 것이라곤 오직 종종 소녀와 소년을 습격해보는 패러사이트 떼뿐이었다. 패러사이트 떼가 몰려올 때마다 소녀는 마법으로 공격해오는 패러사이트들을 무찔렀고, 소년은 무방비하게 가만히 서있기만 했다.

 "얘! 너 왜 가만히 서있기만 하는 거니? 위험하잖아!"

 소녀는 그럴 때마다 소년을 타박했지만, 딱히 바뀌는 것은 없었다. 스스로를 지키라는 타박. 하지만 그 어떠한 말에도 소년은 반응하지 않았다.


 소년을 공격해오는 패러사이트가 바닥에서부터 치솟아 올라오는 불길에 휩싸여 타들어갔다. 패러사이트를 새까맣게 태운 뒤 불길은 언제 그랬냐는 듯 순식간에 잦아들었다.

 "얘! 괜찮아? 다친 데는 없어?"

 소녀는 이리저리 소년의 몸을 둘러보았다. 다행히 다친 곳은 보이지 않았다. 소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 뒤 다시 소년을 이끌며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에 꺼낸 이야기는 별 의미 없는 잡담이 아니었다.

 "아까 그 마법은 뭐였을까?"

 소년의 옆에서 치솟아 오른 불길. 소년에게 달려드는 패러사이트를 태운 불길. 소녀가 말하는 것은 분명 그것이었다.

 "그런 마법은 어디서도 들은 적 없어. 본 적도 없고. 그런데 있지, 나는 그 마법이 뭔지 알 것 같다? 그 뭔지 모를 마법은 내가 쓴 거야. 확실하게."

 그 말을 시작으로 소녀의 마법 강의가 시작되었다. 당연하다는 듯 소녀의 말은 허공으로 흩어졌지만, 그래도 소녀는 끊임없이 말했다. 듣는 사람이 없어도 상관없다는 듯,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듯.

 "…그래서 말인데 아까 그 마법은 내가 알던 것과는 전혀 다른 거야. 아까 말했듯이 마법이란 건 법칙이야. 새로운 마법이라는 건 새로운 법칙이란 뜻이고. 얘, 알겠니?"

 소녀의 말들은 무언의 벽에 부딪혀 허무하게 사라졌다. 하지만 소녀는 결코 말을 멈추지 않았다.

 "자랑은 아니지만, 나 이래 봬도 천재 소리를 들었었어. 하지만 아무리 천재라도 법칙을 만드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 자기가 원하는 곳에서 마법을 불러일으키다니…머리는 불가능하다고 소리치는데 몸은 이해하고 있어. 이상해. 조금은…무섭고."

 소녀는 조금 세게 소년의 손을 쥐었다.

 "…얘…조금이라도 좋으니까, 말…해주면 안될까? 내가 그렇게 큰일을 한 게 아니라고 한 마디만…."
 "…."
 "내가 큰일을 벌인 거라서 무서워. 머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져서 무서워. 네가 아무런 반응이 없다는 게 무서워. 내가 데리고 다니는 게 사람이 맞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서 무서워. 한 마디만…말해줘…."
 "…."

 소녀는 슬픈 듯한 표정을 짓고는 말없이 소년을 이끌고 걷기 시작했다. 소년은 여전히 아무런 말없이 소녀가 이끄는 대로 걷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흔한 아라드의 글쟁이입니다.
혼란스러운 가운데 오늘도 어김없이 글을 옮기기위해 왔습니다.

제목짓는 게 글쓰는 것보다 더 어렵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쓸 말을 찾는 것도 어렵습니다...

오늘의 아라드월드는...뭔 분위기람?
아무튼, 오늘도 즐겁게 읽으셨길 빌겠습니다.

1. 맨 첫부분은 이젠 없어진 거로 알고 있는 닼나크리 전용 극비구역 퀘스트 스크립트 발췌
그 퀘스트에서 어린 크리쨩이 닼나에게 널 치료하기 위해서 라고 하더라구요.

2. 닼나 공식설정을 보면
제국황제가 닼나의 여린 맘을 자극 -> 카잔증후군 가속화 -> 폭주하고 이성잃음
이라고 하더라구요. 분명 죽고싶어했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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