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생각나서 쓰는 예전 썰.
게시물ID : panic_8949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어떤것
추천 : 11
조회수 : 1387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6/07/23 00:02:42
옵션
  • 창작글
  • 외부펌금지
그당좀은 한동안 개인 사정덕에 힘들겠습니다마는... 일단 생존 신고겸 갑자기 생각나 올려봅니다. 기다려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예전에 모 병원에 친구 한명이 입원했었어요. 맹장이었나...? 하여튼 되게 별거 아닌거라서 그저 우리들끼리도 낄낄 거리면서 친구의 병실에서 놀다가 시간이 늦어 자고가기로 했습니다.

친구가 있던 병실은 6인실이었지만 방에 친구네 뿐이었어요. 우리가 간 당일날 두팀이 나가고 딱 친구만 들어온 거죠. 그리고 그 6인실 맞은편에는 긴 복도를 지나 응급실이 있었습니다. 여튼 덕분에 저는 간병인 침대, 그리고 다른 친구는 의사분께 양해를 구해 빈 옆침대에서 자기로 했죠.

근데 새벽쯤 됬나, 하도 잠이 안오는 겁니다. 담배라도 한대 피고싶은데 정문쪽은 잠겼더라구요? 응급실쪽 후문으로 나가면 되겠지만 들락날락하는 절차도 귀찮고 마침 옥상에 테라스가 있어서 흡연구역이 있다는 소리가 기억났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홀로 올라갔어요.

담배에 불을 붙이고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는데 멀리서 끼이이익- 쾅! 하는 소리가 났습니다.

와, 사고 크게 났나보네. 하고 여기저기 둘러보는데 사고현장은 못봤고, 엠뷸런스 소리만 들리더라구요.

불길이 치솟거나 하는건 못봐서 그저 접촉사고인가 하고 신경을 껐습니다. 그리고 담배를 두대째 물고 불을 붙였을때, 계단쪽에서 발소리가 들려왔어요. 근데 조금 특이한 소리였습니다.

그러니까, 신발이 아니라 맨발로 계단을 딛는 소리. 털퍽, 털퍽 하고. 멈추지 않고 털퍽, 털퍽. 빠르게 들려왔습니다. 숫제 달리는 듯한 템포의 그 소리가 자꾸 신경은 쓰였지만... 일단 불붙인 담배만 구석에서 다 피고 내려가자.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털퍽 털퍽 털퍽 털퍽

점점 커지는 소리. 계단을 몇층이나 올라오는거야, 얼마나 아랫층에서 올라오길래. 그리고 그렇게 먼 소리를 들은 제 귀도 이상했어요. 더 이상한 건 소리에 울림이 없었다는 거에요. 계단같은 곳에서 발을 딛는다면 응당 들릴법한 에코가 없었어요.

끼릭- 하는 거친 쇳소리가 울렸습니다. 문고리를 돌리는 소리 같았는데 관리를 잘 안하는지 녹이 슬어서 아주 큰 마찰음이 몇번이나 걸그적 거리더군요. 제가 올라올 때도 문고리를 열려고 한참 고민했던 기억이 났습니다.

담배도 거의 다 피웠겠다, 이제 내려가야 하는데 계단을 한층 내려가야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는데... 끼릭, 끼릭. 소리가 멈추질 않았습니다. 이제와 나가서 문을 제가 열기엔 너무 늦었다고 생각했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결국 답이 없어 그냥 제쪽에서 열기로 했습니다. 문 앞에 서자 끼릭끼릭 소리가 들려오는데... 문제는.

문고리가 제쪽에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반대편 문고리를 돌리면 이쪽도 절반쯤 돌아가는 그런 종류의 문고리 이긴 했는데, 그 정도가 아니라 아주 크게 끼릭끼릭 돌고 있었어요. 소름이 쭉 돋고 어쩌지, 이게 뭐지, 하고 고민하고 있는데 결국 제 앞에서 덜컹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어요.

그리고

타다다다다다다닥!!

하는 큰 소리가 계단을 따라 죽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바로 아랫층에 그 소리가 도달하기 직전에 문틈새로 비친 달빛에 뭔가 보였습니다.  목이.. 구십도쯤. 기묘한 각도로 꺾인 얼굴. 아랫턱이 반쯤 뜯겨진 채로 피가 목줄기 아래로 내려가는 와중에 한쪽 손을 난간에 짚고 있는 그 노인도 나를 마주보고 있었어요.

난간 철봉 사이, 십오센치미터도 되지 않는 틈 사이, 나를 허옇게 뜬 눈으로 초점도 잡히지 않고 마주보고 있던 그 노인은 끝까지 내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계단을 내려갔습니다. 털퍽 털퍽 하고요. 저는 새벽이 되도록 내려갈 수가 없었어요.

내려가는 소리가... 계단 한층 분량도 채 안들렸거든요. 목이 꺾인 노인이 반층 아래 계단에서 날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결국 한참이 지난 새벽에서야 핸드폰 불빛을 수시로 비춰가며 내려올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것? 이 왜 밖에서 안으로 향했는지는... 다음날 알아봤는데 응급실에 그날밤 들어온 사람은 없었다고 해요. 혹시 자기 몸을 찾아 떠돌고 있던 걸까요.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