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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게 살수 있게 된 이유.
게시물ID : freeboard_133665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빠간
추천 : 4
조회수 : 310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6/07/23 04:5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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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더럽게 가난한 가정이였다.

밥이없어 냉장고의 묵은 김치하나만

속쓰리지 말라 물에씻어먹고.

가득한 소금기에 목이말라 수돗물을 마셔대면

그게 행복한 포만감이였다.

하지만 힘든건 그딴게 아니였다.

거지같이 살다살다 

성격병신 아버지의 폭력에서 벗어나고자

고등학교때부터 집을나와 혼자살기 시작했다.

고딩놈이 혼자 살아가며 학교는 다녀야겠다는 생각에

여기저기 빌어먹고 근근한 주말노동으로 살아갔다.

인천공항의 건설현장에 내 땀이 추억이다.

각설하고.

이차저차 살다보니 잘곳이 없던적이 많았다.

봄 여름 가을때야 공원벤치에 누워자면 그만이였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 학교에서 씻으면 그만이였다.

하지만..

고2때의 한겨울이였다.

미친듯한 추위에 역이나 상가화장실에서 

쪽잠이나 훔쳐자던 고딩놈은.. 

새벽녘 잠긴문에 잘곳을 찾아 헤메였다.

그당시 널려있던 벼룩시장 가로수등의 구인광고신문.

한무더기 옆구리에 끼고는

인적없는 산위 수봉공원 계단을 올랐다.

계단 꼭대기 즈음의 화장실에 들어가

비둘기 모이쪼듯 모아놓은 담배꽁초들을 피운다.

죽을듯한 추위.

쓸데없는 감상으로 타들어가는 꽁초에

성냥팔이 소녀의 감성에 젖는다.

망가진 변기 구석에 앉아

의식이 흐려질듯 추워질때마다 

망가져 물없는 양변기속에 신문지를 태워간다.

태우고 태우고 태우고.. 

이러다 죽겠구나.. 이렇게 얼어죽겠구나...

공원 화장실 변기옆에서 얼어죽는 인생이라니...

배부른 잡생각이였다.

정작 애타는건 줄어드는 신문이였다.

마침내 마지막 신문이 체온이 되어주고

추위보다 죽음의 공포에 몸이 떨렸다.

온몸이 얼어 일어나는데에만 한참이 걸린다.

언뜻 밖에서 들리는 새소리에 날이 밝았나보다.

지옥같은 시간도 결국 지나고..

망가질대로 망가진 몸으로. 탄내나는 교복을 움츠리며

수키로를 걸어 학교를 향한다.

심각했나보다. 죽어가는 좀비같았을까.

선생님은 날 데려다 병원에서 수액을 맞추고

그날 저녁을 당신 가정에 날 눕혔다.

따뜻한 방. 포근한 이불속에서

난 세상 그 어떤 누구보다 큰 행복을 느꼈었다.

그때로부터.

말도안되는 수많은 시련과 힘든 위기때마다.

변기옆에 죽어가던 고딩놈은 말해준다.

따뜻한 잠자리 하나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는거라고.

너무나도 작은 행복의 기준때문에.

많은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따뜻하게 침대에 엎드려

그때를 회상할 수 있는 행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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