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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요상했던 소개팅 기억 하나씩 풀어주기 해요
게시물ID : love_692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연한블랙커피
추천 : 10
조회수 : 72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7/23 11: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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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요즘 계속 생각나거든요 후후...-_-;

집에서 7개월 아기랑 단둘이 씨름만 하고 있으니 자꾸 예전 흑역사들이 떠올라서 못견디겠어요

여기다 임금님귀는 당나귀귀~! 해버려야지

배고픈데 아기 이유식밖에 없으므로 음슴체


9년 전쯤 질풍노도의 20대였던 시절 이야기임
 
무더운 어느 여름날이었음

당시 다니던 회사 동료가 소개팅을 해줌. 착하고 성격좋은 배 엔지니어라고 함. 오오?? 배타는 사람?? 하면서 콜! 을 외침

주말에 배가 들어온다길래 그 남자와 약속 잡음.
번화가에서 오후 3시쯤? 만나기로 함

여징어들은 나갈 준비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림.. 12시쯤 씻고 나갈준비를 시작해 볼까? 하는데 전화가 옴. 상대 남자였음

예상보다 배가 일찍 들어왔다고.. 약속장소에 세시간이나 일찍 도착했는데, 약속시간을 두시간 땡기자는거임

나니?!?!

내가 플래시맨이 아닌 이상은 그건 불가능했음; 게다가 우리집에서 약속장소로 가는데 걸리는 시간이 한시간임... 
지금 당장 출발해도 맞추기 빠듯한 시간인데 난 아직 머리도 못감음...

그래서 최대한 당황한듯 웃으면서 안된다고 했음;; 나 아직 나갈준비 못했다고.. 좀 기다려 달라고 했음 

그러니 '에이...할일도 없고 너무 지루한데... 네 기다릴게요' 라고 대답함. 나는 지루하게 기다릴 상대남이 걱정돼서 무척 서둘러 씻고 준비함

삼복더위에 서둘러서 화장하려니 땀이 찔찔 나고 그러니 화장도 안먹고 땀닦고 다시하고.. 쑈를 했음

지하철 타고 문자로 지금 가고 있다고 좀만 더 기다려 달라고 했음

'네 지금 오락실에서 노래부르고 있어요'

라고 함. 생각보다 혼자 잘 놀고 있는거 같아 조금은 안심함. 

지하철 내려서 힐 신고 뛰어가면서 다시 문자를 했음
'어디서 뵐까요?'
'네 7번방이에요'

...........??

아 오락실 코인노래방 7번방.......

그리로 오라고....^^?

...어쨌든 오락실 앞으로 뛰어가니 다행히(?) 게임센터 입구에 나와계셨음 ^^ 앞에서 손목시계를 계속 들여다보던 모습이 잊혀지지 않았음

어색하게 인사하고.. 영화를 보러갔음. 영화표를 살 때도, 얘기하면서도 남자분 계속 시계를 10초 간격으로 확인하고 있길래 엄청 신경쓰임...

골랐던 영화는 무려 그때 핫하던 [디 워] 였음 .....

엄청난 영화 스케일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집중할 수 없었던건... 
음... 영화 보면서도 10초에 한번씩 계속 손목시계를 확인하던 남자분 덕분이었음

영화가 끝나고 영화의 감동을 곱씹으며 밥을 먹으러 가서도 계속.. 밥먹고 커피마시면서도 계~~속 그놈의 시계만 보고있음;;

내가 말 시키기 전에는 말도 먼저 안함.. 시계만 보고있음...

나는 나름 말을 해보려고

'배에서 바다 많이 보셨겠네요~? 엔지니어 하시면 어떤 일 하시는 거에요?' 

 '그냥... 조이고.. 닦고.. 기름칠하고..(시계봄)'

 '배 타시면 여러나라 많이 가보셨겠다~ 전 해외여행 못해봤는데, 어디어디 가보셨어요?' 

 '그냥... 가봤자 별거없어요... 배타면 그냥 조이고..닦고.. 기름칠하고..(시계봄)'

'그래도 바다에 나가면 뭔가 육지에서랑은 좀 다를거 같은데..'

'똑같아요.. 조이고.. 닦고.. 기름칠하고..(시계봄)' 

이쯤돼니 그냥 내가 마음에 안드는구나 싶었음 ㅠㅠ

그리고 그놈의 손목시계좀 그만보라고!!! 미칠거 같았음... 나까지 초조해져서 결국 말하고 말았음

'뭔가 바쁘신 일 있으신가봐요..? 아까부터 계속 시계 보시던데.. 슬슬 일어날까요?'

'아닙니다 아닙니다!! 이제 시계 안볼게요!!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죠!!!'

ㅠㅠ 사실은 내가 집에 가고 싶었음... 

하지만 괜찮다는데 한사코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자고 하길래 할수없이 아이스크림 먹으러 갔음. 아이스크림 좋음.

아이스크림 집에서도 남자분 또 시계 들여다보다가 '아!! 시계 보지 말라고 하셨는데!' 하면서 팔 뒤집다가 아이스크림 뒤엎음....ㅠㅠ

내 아슈크림....ㅠㅠ 옷이랑 얼굴에 다 묻었음... 

집에가서 엄마 보고 싶었음... 엄마... ㅠㅠ

드디어 석양이..진다.. 그리고 우리는 각자 집에 가기위해 나왔음

남자분은 지하철 쪽으로 가는 나를 붙잡고 에프터를 했음

'배가 정박해 있는동안 저 할일 되게 없는데.. 내일 아침에 저랑 만화방 가실래요?'

하고 물어보심... 
나의 소중한 주말을 더 빼앗길 순 없었음

'만화방은 혼자 가셔도 될거 같은데요...' 

하고 아쉬워하는 그분을 뒤로하고 집에와서 찬물로 샤워하고 뻗어버렸음


...쓰고보니 이게 뭐지... 싶음;

그닥 엄청난 경험은 아닌거 같지만 9년이 지나 애엄마가 된 지금도 자꾸 떠오르는 기억이라...;; 당나귀귀~!! 하고나니 속이 시원함

어딘가에 말하고 싶어 미칠뻔 했는데 남편한테는 못 말하겠고...
 
다들 기묘했던 소개팅 경험이 있다면 댓글로 공유좀 부탁해요 ^^
출처 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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