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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인사 上
게시물ID : dungeon_62811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Fathance
추천 : 0
조회수 : 16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7/23 18: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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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있어라."


 나와 M은 밤늦게까지 괘씸하기 짝이 없는 제국에게 그리고 돼지 같은, 아니 돼지만도 못한 귀족들에게 타격을 주기 위한 방법을 도모하곤 했다. 그러다 밤이 깊어지고 달이 깊어지면 다음날을 위해 각자 잠을 청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다시 만난다.

 항상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밤에 하는 인사는 '잘 자'잖아."


 하지만 그날은 어딘가 조금 달랐던 거 같다. 아마 확실치는 않지만, 느껴지는 분위기가 달랐다고 생각된다. 불확실한 위화감. 희미한 불안감. 내일이 다가온다는 생각만으로도 사라질 정도로 미약한 그런 분위기가.


 "나도 안다."

 "그럼 왜 '잘 있어'인 거야?"

 "지금만큼은 '잘 있어'가 맞는 말이니까."

 "…그래, 뭐. 너도 잘 있어. 내일 봐."


 그때 M은 내일 보자는 내 말에 아무 말도, 아무 반응도 해주지 않았다. 만약, 그때 그 불안한 마음을 눈치챘더라면 어땠을지 생각해본다. 물론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고 금방 그만둬 버리지만. 그래도, 정말 만약에라도 불안함을 느꼈더라면,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M은 잘 있으라는 말만을 남기고, 다음 날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제 말과 똑같이.



1

 나는, 제국의 잘나고 높으신 분에 의해 어린 시절을 잃고, 원치 않은 힘을 얻어버렸다. 다른 이들과 같은 평범한 삶을 살아가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보기 좋게 짓밟힌 것이었다.

 비참했다. 증오스러웠다. 복수하고 싶었다. 날 이렇게 만든 이들의 목을 뽑아내고 싶었다. 갈갈이 찢어버리고 싶었다. 그렇게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랐다. 언젠간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언젠간 복수할 수 있을 거라고. 머릿속으로 간절히 생각하며.

 그리고 기회가 가까이 왔을 때, 위험요소는 생각하지도 않고 거침없이 기회를 붙잡았다. 날 가두고, 시험하고, 실험하던 이들을 베어냈다. 날 붙잡으려던 이들도 베어냈다. 그들에게 명을 내리던 이도 베어냈다. 드디어 복수를 향한 첫 발을 내디뎠다는 쾌감에 눈물이 다 날 지경이었다.

 하지만 거기서 멈춰선 안됐다. 더 멀리, 더욱더 멀리, 그 지옥 같은 곳에서 최대한 멀리 도망가야 했다. 자유를 향해 멈춰서는 안되니까.


 달리고 달린 끝에 충분히 멀어졌다. 자유로워진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끝끝내 얻어낸 자유를 만끽하지 않았다. 자유에 감탄하며 마음껏 웃거나 눈물을 흘린 여유는 없었다. 머릿속을 가득 메운 것은 오로지 증오와 복수뿐이었다. 하지만 그걸 행하기엔 아직 나약하단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일단 내가 해야 할 것은, 강해지는 것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아라드를 방황했다. 내가 할 줄 아는 유일한 것인 발검술만을 가지고서 떠돌아다녔다. 몬스터와 싸우고 사람과 겨루며 나 자신의 강함을 단련시켰다. 져도 슬퍼하지 않으며, 이겨도 자만하지 않았다. 그 모든 것은 제국을 파멸시키기 위한 발판이라 생각했으니까.


 어느 날이었을까? 더러운 제국이 얼마나 한결같을까 확인하기 위해 제국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그때 길 저편에서 누군가가 힘없이 걸어오고 있었다. 누가 걸어오든 나와는 별 상관이 없는 사람. 그저 그대로 스쳐 지나갔을 그런 사람이었다.

 하지만 스쳐 지나가는 그 짧은 새에 나는 보았다. 그의 눈빛을. 무기력하게 보이는 얼굴의 뒷면에 숨겨진 끓어오르는 분노를. 증오를. 아주 익숙한 그런 눈빛을 보았다. 그 눈빛에 이끌려, 무의식적으로 그 자를 붙잡아버렸다.


 "…음?"


 갑작스레 붙잡힌 그는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다시 봐도 그의 표정은 무표정하다 못해 무기력하게 보였다. 하지만 그런 표정으로도 그 뜨거운 눈길만큼은 숨길 수 없던 것이겠지.


 "…무슨 할 말이라도 있나?"

 "…눈빛, 익숙해."


 몇 번을 생각해봐도 참 어처구니 없는 행동이었다. 말은 머릿속을 맴돌며 제대로 정리조차 되어 있지 않은데, 몸이 그를 잡고 놔주질 않았으니까. 나도 당황스러웠고, 아마 그도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내게 향하는 그의 눈길에 딱 당황이 묻어 나왔으니까.


 "…당신, 제법 조용해 보이고 얌전해 보이네. 모험가야?"

 "모험가…는 아닐 거라 생각한다만. 함께 모험하자는 제의라면 거절하겠다."

 "아냐. 그런 게 아냐. 음, 아까 말했지? 당신 눈빛이 익숙하다고."

 "난 댁 같은 사람은 모르는데."

 "아, 그건 나도 그래."


 필사적으로 머릿속에서 해야 할 말을 정리했다. 생각나는 대로 늘어놨다간 놓쳐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니까. 절대 놓쳐선 안된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래도 당신, 나는 당신의 눈을 봤어. 정말 남다르게 느껴지는 눈빛이야. 냉정하면서 무기력하게 보이는 외견으로 숨기고 있지만, 당신의 눈빛은 아주 커다란 불을 끌어안고 있어. 나는 알아."

 "…작업을 거는 거라면 거절…."

 "당신이 눈 속에 숨겨놓은 그 불길은, 분명 제국을 향하는 거겠지?"

 "…."


 그는 내 말에 제법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마 그런 말이 나올 줄은 몰랐던 것일까.


 "그리고, 그건 나도 그래. 내가 익숙하게 느꼈던 당신의 눈빛은 나의 눈빛과 같아. 나는 제국을 증오해. 혐오하고, 저주해. 당신은 제국을 어떻게 생각해?"

 "…같다."


 그가 그 말을 했을 때 그는 알았을까? 눈 속의 불길이 더욱 강하게 불타오르던 것을, 무기력한 표정에 생기가 돌기 시작하던 것을. 분명 그도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이를 기다렸을 것이다. 나와 같이.


 "나는 당신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말해주지 않아도 당신의 그 눈을 보면 선해. 어떤 일이 있었을지, 무슨 일을 당했을지. 그러니까, 나랑 함께 하자. 어때?"


 그는 내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그를 향해 내민 내 손을 붙잡기만 할 뿐이었다.



2

 나와 그가 함께 다니며 처음으로 한 일은, 아니 할 뻔한 일은 바로 방화였다. 귀족의 저택에 불을 놓는 것. 내가 제안한 첫 행동이었고, 보기 좋게 거절당해 버렸다. 귀족의 사용인들은 신분이 낮은 사람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F라고 했던가? 다음부턴 설명을 하고 실행해라. 아니, 설명을 하고 계획해라."

 "제국에 복수를 하는데 그 정도 피해도 용납 못 하는 거야?"

 "용납해선 안 되는 거지. 내가 복수하고 싶은 상대는 머리뿐이다."

 "그럼 M, 네 제안은 어떤 건데?"


 그의 제안은 다음과 같았다. 귀족의 일정을 세밀하게 조사하고, 귀족이 멀리 이동해야 할 때, 귀족이 탄 마차를 습격해, 귀족만을 골라 죽이는 것.

 시간은 시간대로 오래 걸리고 실패하면 힘들어지는데 귀족의 사병은 죽여선 안된다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제안이었다.


 "정확하게 귀족만을 치는 방안이다."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

 "설마. 그렇게 생각했다면 혼자서 했겠지."

 "…."

 "대신이라고 해야 하나, 제국에 해가 될 정보들을 전부 긁어모으고 있었다, 만…."

 "쓰레기 같은 놈들이 그런 쪽으론 철저하지."

 "…그 얘긴 이제 됐다. 앞으로 할 일이나 생각하지."


 시작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어떤 것이 나오든 간에 내가 내는 방안은 M의 생각과 맞지 않았고, M이 내는 방안은 내 생각과 맞지 않았다. 그래도 계속해서 이야기하고, 맞부딪히고, 수정했다.

 아무것도 나오지 않고 끝나기도 했다. 뭔가 나오더라도 피해가 미미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피해가 큰 것은 불가능에 가깝거나, 시민의 불가피한 희생 혹은 우리의 희생이 요구되는 것이었다.

 그래도 우리는 적정선 안에서 무엇이든 시도했다. 매일 밤마다 머리를 모아 어떤 정보가 있는지, 어떤 것을 할 수 있는지, 무엇이 가장 좋을지, 의논하고 합의하고 고민하고 결정했다.


 의논 중 의견이 크게 갈라지더라도 괜찮았다. 밤이 늦도록, 새벽이 깊도록, 아침이 다가오도록 의논만 하더라도 괜찮았다. 내가 이해할 수 있고, 나를 이해해줄 수 있는 이가 있다는 것만으로 힘이 솟는 듯한 기분이었으니까.



3

 제국에 복수하기 위해 벌이는 일들은 무사히 성공하기도 했고, 실패하기도…아니, 실패가 거의 대부분이었다. 뭔가를 실행하는 것은 나도 M도 처음이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실행하고, 실패하고, 도망가고, 다시 의논하고.


 "하아…."

 "한숨이란 것도 쉴 줄 알았나?"

 "…당연하잖아. …후우…."


 먼저 기운차게 함께 하자고 제안한 게 무안해질 정도로 실패만 거듭하다 보니 자신감을 조금 잃은 것이었다. 실패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머리로 이해하더라도 마음이 납득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니까.


 "…일어나라."

 "뭐?"

 "일어나서, 무기를 잡아라."

 "갑자기 왜?"

 "잡념은 전부 지우고, 무기를 잡아라. 대련이다."


 그런 내게 M이 갑자기 대련을 신청해왔다. 너무나도 뜬금없었지만, 거의 강요에 가깝게 재촉을 해오는 탓에 떠밀리듯 그의 대련 신청을 받아줄 수밖에 없었다. 결과는 간단하게, 나의 패배였다.


 "아아, 졌네. 그래서 갑자기 대련은 왜?"

 "잡념은 충분히 떨쳤나?"

 "…아니라고 하면 또 대련하는 거야?"

 "당연히."

 "그럼 떨쳐냈다고 해야겠네. 창대로 후려치는 거 아프니까."

 "…대답만으로 정한다고 한 적은 없다. 검을 쥐어라. 두 번째 대련이다."

 "어, 뭐? 바로 이어서 하는 거야? 쉬는 시간은?"

 "없다."


 그 이후로도 M과의 막무가내 대련은 몇 번이고 더 이어졌고, 정말 힘들어서 아무 생각도 못할 정도가 되어서야 그는 나를 완전히 놔주었다. 그도 그렇게 쉴 새 없이 대련하는 것은 힘에 부치는 일이었지 내 옆에 나란히 널브러져 있었다.

 널브러진 우리 사이에 오가는 말 따윈 없었다. 입을 열 여력조차 없었으니까. 그저 가쁜 숨소리만이 오고 갈 뿐이었다. 그렇게 널브러진 도중 기운이 약간이나마 좀 들었다 싶었을 때, 먼저 말을 꺼낸 것은 M이었다.


 "헉…그, 그래서…허억…잡념은…후욱…."

 "허억…흐, 아아아악! 됐어! 힘들어! 묻지, 흡, 마악! 그냥, 입 다물고, 헉, 쉬어!"

 "헙…후읍…그, 그래…."


 말할 기운도 없을 때 말이 걸려온다는 게 얼마나 짜증 나는 일인지 아주 절실히 깨달은 순간이었다. 정말 말 한 마디도 없이 푹 쉬고 충분히 괜찮아졌을 즘, 나는 M에게 갑자기 대련을 한 이유를 물었다. 그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머리가 복잡할 땐 다른 단순하기 짝이 없는 생각으로 복잡한 생각을 지우는 게 좋지. 그럴 것이 지금 넌 대련하기 전보다 표정이 훨씬 풀려있다."

 "잡념 어쩌구 했던 건 그 때문이었구나. 확실히 누구 덕에 당장 힘들어 죽을 판이 됐는데 무슨 고민을 하겠어?"


 나는 그렇게 장난 반 원망 반 섞인 눈길로 M을 쳐다봤다. 뭐, 그는 내 눈길에 그렇게 신경을 쓰진 않았지만.


 "그나저나 네가 하던 고민이 뭐지?"

 "응?"


 의외로 그가 신경을 쓴 쪽은 내 고민 쪽이었다.


 "우리 일이 잘 안 풀리는 것 때문인가? 지금 당장 생각나는 건 그것뿐인데."

 "딱 맞았어. 제대로 봤네."

 "그거라면 크게 신경 쓰지 마라. 처음엔 다 그런 법이다. 실패를 거듭한다고 조급해하다간 될 일도 그르칠 테니. 뭐,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그렇게 생각해?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M이 내 고민을 맞추고, 내가 하는 생각과 비슷한 말을 했을 때, 조금 기분이 좋아졌다. 이해받는다는 느낌이라는 것일까? 어째서 기분이 좋아진 건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그와 좋은 파트너가 될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어서였을까?


 "그래, 생각은 어쩔 수 없지. 계속 실패만 하다 보니까 '정말 우리 둘만으로 뭔갈 이룰 수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걸."

 "흥, 그런 생각은 혼자일 때 해라. 둘이 있을 땐, 적어도 혼자일 땐 못하는 걸 할 수 있잖나."

 "…아!"

 "혼자일 땐 곧 죽어도 무리였을지라도, 둘이라면 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해라."

 "뭐야, 제법 괜찮은 말도 할 줄 알잖아?"


 그 말을 듣고 확신했다. 나와 M은 분명 좋은 파트너가 될 것이다.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았다.



4

 우리가 함께 행동한 뒤 달력을 두세 번쯤 새로 걸었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시간이 흐른 만큼, 경험이 쌓인 만큼, 이젠 더 이상 실패 같은 것도 하지 않았다. 우리가 피해를 입을 수도 있는 일이라도 서슴지 않고 저지르기도 했다.


 "오늘도 수고했어."

 "수고했다."


 우리가 벌인 크고 작은 일들, 그것들이 제국에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다. 그래도 언젠간 쌓이고 쌓여 제국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믿으며 계속해서 여러 일들을 벌여왔었다.


 "그래서, 다음엔 뭘 할 거지?"

 "흠, 우물에 독이라도 풀까?"


 그리고 그동안 시간이 지나며 가장 많이 바뀐 것은.


 "…독초 중에 독성이 그리 심하지 않은 것이 있다. 심하게 앓을 경우 목숨이 오락가락할 수도 있겠지만."

 "어디서 나는 건데?"

 "제법 넓게 분포하던 거로 기억한다. 이 근방에도 아마 있을 거다."


 바로 M의 태도였다.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복수의 대상은 오직 머리뿐이라며 제국민에게 손대는 것을 꺼리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물론 여전히 손대는 것의 한계는 있었지만, 정말 누가 보더라도 알 수 있는 커다란 변화였다.


 "그럼 당분간은 쉬고, 함께 찾으러 가보자."

 "알았다. 아, 그 독초는 내가 알고 있으니 굳이 어떤 종류인지 찾아볼 필요는 없다."

 "나도 아는 쪽이 좋지 않을까? 더 빨리 찾을 수도 있고."

 "…그렇다면, 책을…같이 구하러 가지."


 그리고 시간이 흐르며 우리가 이룬 가장 큰 것은.


 "꼭 같이 가야 해?

 "아직 정확한 인상착의도 없고 금액도 큰 편은 아니지만, 일단은 목에 돈이 걸린 입장이다. 같이 가는 게 좋지."


 우리의 목에, 돈이 걸린 것이었다. 자랑을 할 정도의 금액은 아니지만 말이다.

 맨 처음 수배서를 봤을 땐, 솔직히 화가 나서 M을 붙들고 하루 온종일 짜증을 부렸었다. 뭐 이룬 게 하나도 없는데 수배서는 무슨 수배서냐고…. 그렇다고 그걸 내건 놈의 멱살을 틀어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대신 M의 멱살을 실컷 쥐어잡았고, 엄청 싸웠었지.


 "게다가 너 혼자 내보내면 또 뭔 귀족의 자서전을 실컷 사서 화형식을 벌인다거나, 뭐든 귀족 관련된 걸 보자마자 앞뒤 안 가리고 달려들 게 분명하니까. 절대 혼자 보내면 안 되지. 정말이지 네놈 때문에 나까지 무슨 고생인지…."

 "그래도 요즘엔 제법 자제하고 있잖아? 밖에서 대놓고 책을 찢는 짓도 이젠 안 하고."

 "그런다고 사서 올 것까진 없지 않나. 돈이 땅 파서 생기는 건 줄 아는 거냐?"


 …애초에 목에 돈이 걸린 것도 내가 원인이었던지라 그거로 자주 싸우곤 했었다. 항상 이미 걸린 걸 어쩌겠냐는 말로 끝났지만.


 "그래서 나랑 같이 다니는 거 후회해?"

 "…그런 말은 안 했다."

 "그럼 된 거잖아. 안 그래? 그나저나 요즘 너 잔소리 엄청 늘어난 거 알아?"


 피곤하단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돌리던 놈이 잔소리라는 말 하나에 무슨 힘이 난 건지 무서운 기세로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이어진 것은 질렸다는 표정으로 쏘아붙이는 또 다른 잔소리였다.


 "잔소리라고? 그게 다 네놈이 혼자 멋대로 다니다가 멋대로 행동해서 멋대로 몸값을 야금야금 올린 탓이잖나! 신상정보도 네놈 혼자 자세해지고 있다는 말이다! 애초에 타박 받기 싫으면 멋대로 행동하질 마라! 이게 다 네놈을 걱정해서…! …하! 내가 걱정 따윌 해서 뭣하겠어. 어차피 말은 조금도 안 듣고 또 쭐레쭐레 싸돌아다닐 것을!"

 "하하, 엄청 잘못했네. 그나저나 걱정했었어?"

 "흥, 잘못인가?"

 "아니, 분발해야겠다 싶어서. 얼마나 못 미더웠으면 동료가 걱정을 다 해주는 걸까."

 "…네 입으로 할 소리냐?"


 그 이후로도 잔소리는 계속 이어져 자칫 잘못하면 밤새도록 잔소리를 들을 뻔했다. 다음 날 책을 사러 가야 한다는 말에도 '지금 책 따위가 중요한가!'라며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아 제법 곤란했다. …새벽이 한창일 때 피곤하다고 사정한 끝에야 간신히 해방되었지….



안녕하세요. 흔한 아라드의 인기 없는 글쟁이입니다.

오늘 올리는 게 끝나면 글 옮기기도 끝이 납니다.


...이런저런 일때문에 착잡하네요.


오늘의 아라드 팬픽은 개그물인 듯 합니다


그럼, 즐겁게 읽으셨길 빌겠습니다.

오늘 내로 마지막까지 다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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