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소설] 인사 下
게시물ID : dungeon_6281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Fathance
추천 : 2
조회수 : 13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7/23 21:06:55
옵션
  • 창작글

9

 저 멀리서부터 고급스러운 마차가, 무장한 사람들에게 호위를 받으면서,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그 고급스러운 마차가 어디로 향하는가, 무슨 목적으로 이동하고 있는가. 그런 것은 그녀에게 있어서 아무 상관이 없는 것들이었다. 그저 이 길을 지나간다는 것. 그것만이 중요했다.

 마차에 탄 자가 어디로 향하든 그녀의 손에 죽으면 도달하지 못하게 될 테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는 검집에서 도를 뽑아들었다.

 그저 평범한 도로 보였지만, 빛에 휩싸이면서 금세 불길을 내뿜는 붉은 날의 만도로 변했다. 제 앞을 지나는 것을 하나도 살리지 않겠다는 그녀의 강한 의지였다.


 마차와 호위병들이 그녀의 앞을 지나갈 때였다. 그녀는 화살이 쏘아지듯 빠르게 달려들어 주변을 크게, 둥글게 베어냈다. 검이 지나간 자리를 따라 불꽃이 피어올랐다. 검에 베여 불타오르는 자들의 날카로운 비명이 울렸다.

 갑작스러운 습격에도 그들은 침착하게 그녀를 향해 검과 창을 빼들고 달려들었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제법 잘 훈련되었다 알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것에 당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는 제 앞쪽으로 마법으로 만들어진 환영을 날려보냈고, 제 뒤쪽으로는 거대한 고대의 검을 불러내 휘둘렀다. 고대의 검으로 땅을 내리찍자 바닥에서 작은 검들이 솟아 나와 폭발했다. 지금 것으로 수 명은 죽었으리라.

 그녀의 뒤쪽에서부터 환영의 검무를 뚫고 지나온 이의 검격이 내리쳤지만, 그녀가 그 사실을 알아채는 것보다 검을 들어 막는 것이 더 빨랐다. 검격이 가로막히는 것과 거의 동시에 그녀는 자신을 공격해온 자의 등 뒤로 뛰어넘어 그자의 등을 깊숙이 찔렀다.


 그러한 난전 속에서 그녀의 목표인 마차는, 마차 든 사람은 빠르게 멀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에게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제 앞을 가로막는 자들을 빠르게, 베인 것조차 모를 정도로 빠르게 베어 넘어간 뒤 곧장 납도 자세를 취했다.

 곧 마차를 향해 검기를 쏘아내려 할 때, 소름 끼치도록 무서운 기운이 그녀를 휘감았다. 잠시 숨 쉬는 법조차 잊을 정도로 난폭하고 공포스러운 기운을 향해 고개가 절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명치에 꽂히는 묵직한 주먹에 그녀는 정신을 잃고 말았다.



10

 전신이 덜컹거리는 느낌에, 욱신거리는 복부의 느낌에 그녀는 낮은 신음을 내뱉으며 눈을 떴다. 눈을 뜬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고급스러운 소재로 만든 것으로 보이는 천막 부품 등의 여러 짐 들이었다.

 깨어난 그녀는 어찌어찌 움직여보려 했지만, 두 손과 발은 단단히 결박당해 자유를 잃은 채였다.


 "잘 있었나?"


 그리고 눈을 뜬 그녀의 귀에 들려온 것은 굉장히 익숙한, 두 번 다시 들을 일이 없다고 생각했던, 그런 목소리였다.


 "…영 반응이 없군. 전에 이런 비슷하게 인사했을 땐 바로 정정하더니, 이번엔 안 해주는 건가?"


 짧게 잘린 머리칼은 낯설었지만, 익숙한 검보라색 머리칼이, 익숙한 탁하면서도 타는 듯한 붉은 눈빛이, 익숙한 어투가 그녀를 반겼다. 오래간만에 보는 옛 동료의 모습에 그녀의 얼굴에 밝은 웃음이 피어올랐다.


 "일어났을 때 하는 인사는 '잘 있었어?'가 아니라 '잘 잤어?'라고 하는 거라고."

 "M!"

 "흥, 여전히 기운찬 놈이군."


 오랜만에 만난 그는 그녀가 무참히 베어내고 터뜨린 이들과 같은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생각했다. 그가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고.


 "윽, 아욱, M, 이거 무, 묶인 것 좀, 좀 풀어줘. 그, 밖에 마차 좀 작살, 내려다 실수해서 붙잡혀버렸, 거든. 으…아, 봤으려나? 아으으, 진짜, 갑자기 그렇게 배를 얻어맞을 줄은…아야야야…."


 명치 쪽에서부터 몰려오는 고통에 신음하면서 그녀는 친근하게 그에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그에게서 돌아온 답은 전혀 다른, 예상치도 못 했던 것이었다.


 "거절하지."


 한치의 고민조차 없는 단호한 답에 그녀는 무어라 말하려 했다. 바로 뒤에 이어진 말만 없었더라면 말이다.


 "라이프니츠 남작님께서 네놈의 처우를 정해야 하니까, 안 된다. 네놈 하나가 뛰어들었다고 제대로 대처도 못하고 제법 죽었단 말이지. 쓸모없는 것들 같으니."

 "…뭐?"

 "아마 네놈은 이대로 끌려가서 정보란 정보는 다 뽑히고 죽게 될 거다…라는 게 일반적이겠지만, 뭐, 너는 좀 다를 수도 있겠군."

 "무슨 말이야?"

 "정보는 정보대로 뽑히고, 뭐, 약이라던지 이래저래 주입당해서 제정신이 아니게 된 뒤…장난감 중 하나로 전락할 거다. 종종 그런 꼴을 봐왔거든."

 "그러니까 그런 꼴이 되지 않게…!"


 소리를 지르려는 그녀의 목으로 칼날이 들이밀어졌다. 기절했을 때 빼앗겨버린 그녀의 도였다. 갑작스레 들이밀어진 서늘한 기운에 그녀는 등에 소름이 돋는 듯한, 전신이 일순 굳어버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내가 아는 너는 그리 멍청하진 않은데 말이지. 머리가 퇴화라도 한 거냐?"


 그의 그 짧은, 비웃는 듯한 말에 그녀는 얼굴을 굳혔다. 짧은 생각. 일그러지기 시작한 표정. 그 뒤에 이어진 것은 분노만으로 가득 들어찬 노성이었다.



11

 "왜! 대체 왜!"

 "시끄럽다."

 "그럴 놈이 아니잖아! 너는! 증오하고! 미워하고! 저주하고! 그랬었잖아!"

 "좀 닥칠 수는 없는 거냐?"

 "M! M…아니지? 그냥…그냥 농담하는 거지?"


 그녀는 한 줌의 희망을 그러모아 물었지만, 싸늘하게 바라보는 그의 눈길이 그 희미한 희망마저 산산이 흩어버렸다. 그의 말에 숨은 의미대로, 그녀가 애써 부정하던 생각대로, 그는….


 "어찌어찌 믿어보려 노력하는 모습이 정말 눈물겹군. 그 노력이 가상해서 우는 시늉이라도 해줘야 할 정도야."


 그는 그렇게 말하며 제 눈가를 훔치는 시늉을 내었다. 그녀는 노기를 띠는 얼굴로 그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자유롭지 못한 손과 발 때문에 그저 제자리에서 버둥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그는 웃고 있었다. 가엽다는 듯, 가소롭다는 듯, 내려다보며 웃고 있었다.


 "날 그렇게 보지 마! 젠장, 젠장! 대체 왜! 어째서! 네가! 네가아!"


 그녀는 소리쳤다. 분노를 담아, 증오를 담아, 저주를 담아, 마음을 담아 소리쳤다. 하지만 단지 그뿐. 사지의 자유도 무기도 빼앗긴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것 단 하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에게 돌아오는 것은 증오스러운 그의 웃음이 담긴 시선이었다.


 "배신자! 널, 너를 믿었는데! 나와 헤어진 뒤에도! 너 나름의 행동을 벌일 것이라고! 믿었는데!"

 "뭐, 이것도 나 나름의 행동이라면 행동이겠군. 예상이 적중한 것을 축하한다."

 "왜 제국의 개가 된 거냐! 어째서!"

 "제국의 개라니, 정확히 말해라. 난 라이프니츠 남작님의 개다."

 "닥쳐, 개 주제에 입을 놀리지 마!"


 그녀는 그렇게 한참 동안 무의미하게 증오를 쏟아냈다. 그럼에도 그녀의 분노는 가라앉을 줄을 몰랐다.

 끊임없이 소리를 지르는 것에도 지쳐갈 무렵, 악을 쓰던 그녀에게 주어진 것은 순간 별이 보일 만큼 강력한 주먹이었다.



12

 다시 한 번 기절에서 깨어난 그녀는 얼굴에서 느껴지는 강한 통증에 고통스러워하며 제 얼굴을 매만졌다.


 "…어?"


 두 손의, 두 발의 자유를 빼앗았던 밧줄이 없었다. 그녀를 묶어두는 것은 없었다. 그녀의 도 역시 근처에 무방비하게 떨어져 있었다. 몸 상태가 딱히 나쁜 것도 아니었다. 짐마차는 덜컹거리지 않았고, 천 틈새로 얼핏 보이는 바깥은 어두웠다.

 누가 보더라도 의심스러워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에게 그런 것을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곧장 자신의 도를 챙겨들고, 밖을 조심스레 살핀 뒤, 보이는 사람이 없음을 확인하고는 그대로 밖을 향해 몸을 날렸다.


 달렸다. 멀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그녀는 달렸다. 멈춰선 안됐다. 더 멀리, 더욱더 멀리. 그것만을 생각하면서 그녀는 달렸다.

 충분히 멀어졌을까 생각이 들었을 때, 그럼에도 멈추면 안 된다고 생각했을 때, 그녀의 뒤에서 익숙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놈은 참 단순하다. '분명 이럴 것이다.' 라고 생각하면 어김없이 그렇게 행동하지. 생각에서 행동으로 이어지는 게 눈에 선해서 남들이 이용해먹기도 좋겠어."

 "…네가 풀어준 거야?"

 "…글쎄, 내가 아나? …어느 멍청한 놈이 네놈이 기절한 틈에 취하든 뭐든 하려다 다시 묶는 걸 잊은 걸지도 모르는 거지. 나라고 계속 그 짐마차 안에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어둠에 가려져 그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으나 그의 어투에서, 그의 말에서, 묻어 나오는 느낌은 명백히 그녀의 심기를 건드리려는 것이었다. 그녀는 두 눈을 부릅뜨고는 어둠 속의 그를 노려보았다.


 "뭐, 하려던 말은 이게 아니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다. 제국을 상대하는 일은 관둬라."

 "…뭐라고?"


 그녀는 검집에서 도를 뽑아들었다. 그 도는 빛을 내뿜으며 순식간에 시린 기운을 내뿜는 푸른 참마도로 변했다. 하지만 그는 그런 것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생각이 행동에 그대로 드러나는 탓에 은밀히 파고드는 짓은 못하고, 할 수 있는 거라곤 무작정 달려들어 전부 죽이는 것뿐인데, 그래선 네놈의 죽을 상만…."


 순간 그의 정면으로 푸른 기운을 두른 마법검이 맹렬한 속도로 쏘아져 날아왔다. 그는 급하게 몸을 날려 간신히 검의 사정거리 밖으로 빠져나갔다. 갑작스레 날아든 검은 어느 정도 더 날아간 뒤 차가운 기운을 내뿜으며 폭발했다.


 "너는, 네놈은, 너라는 놈은, 나를, 송두리째 부정하려는 거냐?"

 "…그렇게 생각한다면…부정해주지. 네 인생의 목표라는 것은, 너와는 맞지 않다. 포기해라."


 그녀를 향해 한 마디, 한 마디, 강조하며 말하던 그의 앞에 거뭇한 환영이 달려들었다. 그는 뒤쪽으로 몸을 날렸지만, 환영은 그를 끈질기게 쫓으며 검무를 펼쳤다. 그가 창을 휘둘러 환영을 없애자 보인 것은 무서운 기세로 달려드는 그녀였다.

 그녀는 그의 몸에 밝게 빛나는 마법검을 찔러 심어 넣었다. 그것과 동시에 그의 주변에 4개의 마법검이 생겨났다. 네 자루의 검은 제 의지라도 가진 듯 회오리치며 그를 공중으로 띄워올렸고, 곧 바닥으로 메다꽂으며 폭발했다.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키려는 그는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갑작스레 공중으로 끌어올려졌다. 흙먼지가 물러가자 보인 것은 바닥의 마법진과 네 자루의 마법검, 그리고 자신을 베어내기 위해 달려드는 그녀의 모습이었다.

 네 번의 참격과 한 번의 내려찍기. 바닥을 나뒹구는 그의 앞으로 그녀가 다가왔다.


 "배신자. 제국의, 돼지 새끼의 개. 쓰레기 같은 놈. 아니, 쓰레기 새끼. 변절자."


 한 걸음 다가올 때마다 그녀는 그를 비난하는 말을 내뱉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 거야? 말도 없이 사라지더니, 귀족의 앞잡이가 되어 있어? 웃기지도 않는 새끼. 너 같은 새끼는, 죽어야 해! 죽어! 온몸의 구멍이란 구멍에서 피를 쏟으면서 죽어버려!"


 그녀는 저주의 말을, 원망의 말을 내뱉으며 검을 높이 처 들었다. 칼날이 향할 곳은 그의 목이었다.


 그녀가 검을 내리쳤을 때, 그는 창을 비틀어 쥐며 크게 휘둘렀다. 쇠끼리 맞부딪히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검과 창이 부딪힌 곳에서부터 전해진 떨림에, 저릿함에 그녀가 잠시 마비된 틈을 타 그는 빠르게 그녀에게서부터 멀리 떨어졌다.


 "이건, 또, 무슨 비겁한, 기술이야!"

 "비겁이라니, 말이 심하군. 그저 살아남기 위한 기술일 뿐이다."


 금방 마비가 풀린 그녀는 그를 향해 가볍게 달렸다. 약간의 도움닫기 후 그녀는 빠르게 검을 휘두르며 그를 베고 지나가려 했다. 검격이 창대에 가로막히지 않았더라면 말이다.

 공격이 가로막힌 그녀는 혀를 차며 그에게서 멀어지려 했지만, 그 속도보다 그가 그녀를 향해 창대를 휘두르는 속도가 더 빨랐다.

 창대에 얻어맞은 그녀는 쓰러질 듯 비틀거렸다. 그런 그녀를 향해 그가 무서운 속도로 달려들었다. 전신을 찌르는 강한 충격을 받으며 그녀는 땅바닥으로 내팽개쳐졌다.


 "…날쪽으로 베지 않는 건, 알량한 옛정이냐?"

 "…일단은…생포해야하는 입장이다. 남작님께 가져다 바쳐야 하니…상처가 적은 편이 좋겠지."

 "하! 꼬리쳐보려는 꼴이 참 보기 좋네, 이 쓰레기가!"


 그녀는 빠르게 몸을 일으킨 뒤 그를 향해 검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하지만 몇 번을 휘둘러도 그는 가볍게 피해내고 있었다. 절대 다쳤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그런 몸놀림이었다.


 "그건 기억하나? 여태 해온 대련에서 네놈이 날 이긴 횟수."

 "시끄러워!"

 "없었지. 단 한 번도."

 "닥쳐!"

 "얼마나 강한가 재보려 했건만, 이거야 원…. 기술만 늘었지, 정말 약해빠졌군. …고작 이 정도로 뭔갈 이룰 리가 없지."


 그는 그렇게 말하며 그녀의 복부에 창대를 강하게 찔러 넣었다. 마치 꿰뚫리는 듯한 고통에 배를 움켜쥔 그녀는 비틀거리며 이를 악물고 그를 노려보았다.


 "죽여, 버리겠어…. 죽여버리겠어…! 너의 손끝을 뭉개고, 발끝을 뭉개버리겠어! 네놈을 잘게 다져서 돼지 사료에 뒤섞어 흩뿌려주마!"

 "…."

 "네놈의 뇌를 꺼내, 부숴서! 귀족들의 아가리에 처넣어주겠어!"


 그녀의 입이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증오의 말이 쉴 새 없이 돌았다. 그런 말들을 들으며, 그는 웃고 있었다. 자신을 비웃는 것이라고만 느껴지는 그 웃음에 그녀는 이성을 잃을 것만 같았다.


 "죽기 전부터 후회하게 만들어주마! 죽어가면서도 후회하게 해주겠어! 죽은 뒤에도 후회하게 하겠어!"

 "할 수 있다면, 어디 한 번 해봐라. 어디까지나, 할 수 있다면 말이다."


 그녀의 등 뒤로 불타오르는 날개의 모양이 피어올랐다. 그 날개가 점차 커져 가장 크게 피어올랐을 때, 그녀가 그를 향해 뛰어들었다. 자신의 분노를 담아서, 그를 여러 조각으로 찢어버리기 위해.


 "그래, 그 분노를 불태워라. 그 증오를 연료로 너의 열정을 불태워라. 그리고 그 열정으로 나를 태우러 와라."


 하지만 그런 그녀의 살의는 그가 가볍게 몇 걸음 옮기는 정도로 간단하게, 어이없게 빗나갔다. 그는 무방비하게 드러난 그녀의 등을 향해 창을 겨누었다.


 "그렇다면 거기에 걸맞게 기다려주마. 맞이해주마. 상대해주마."


 그녀가 급히 몸을 돌려 공격을 막아내기도 전에, 그의 창이 내리꽂혔다.



13

 "상처는 괜찮아졌나요?"

 "아, 제법…괜찮아졌죠.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루드밀라."


 상반신에 붕대를 동여맨 그녀는 피곤이 묻어나는 표정으로 살짝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그런 그녀를 보며 루터는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찾을 게 있다더니만 그 찾을 게 귀족의 머리통이었다니, 자네 너무 막 행동하는 거 아니야?"

 "…거짓말한 건 죄송합니다. 다음부턴 솔직히 귀족의 머리를 따오겠다고 하고 다녀오겠습니다."

 "아니, 아니, 자네가 거짓말했다고 탓하려는 건 아니고. 행동을 하더라도 더 몸을 사리면서 행동하라는 의미였어."

 "걱정을 끼쳐서 죄송합니다."

 "으으, 그렇게 계속 사과하면 내가 더 뭐라 할 수도 없지 않나! 하여튼, 다 나을 때까지, 아니, 다 낫고도 푹 쉬라고."


 루터는 그렇게 말하며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준 뒤 선두 쪽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서있는 것이 영 힘들었는지 난간에 기대어 주저앉으며 숨을 내뱉었다.


 "힘들면 들어가서 쉬는 게 어떤가요? 부축이 필요한가요?"

 "마음은 고맙지만, 바람이 쐬고 싶어요."

 "만약 안에 들어가고 싶다면 얼마든지 부축해드릴게요."


 루드밀라의 배려에 그녀는 미소로 답해준 뒤 눈을 감았다.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그날의 일을 차근차근 되새겼다.


 그가 내리친 창에 그녀는 등에 큰 상처를 입었다. 그대로 있다간 다시 붙잡힐 것이 뻔했기에 이를 악물고 검을 휘둘렀다. 검기를 쏘아냈다. 두 눈이 멀쩡하고 사지가 멀쩡하다면 손쉽게 피할 수 있을 그런 공격을. 비웃음 당할 공격을.

 하지만 그는 그런 눈먼 공격에 너무나도 손쉽게 당해버렸다. 등짝의 상처가, 흐르는 피가, 쓰러진 모습이 그것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그녀는 그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그가 멍청하게 방심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마음속으로 그를 조롱하며, 다친 몸을 이끌고 그에게서 온 힘을 다해 멀어져 가는 것만을 생각할 뿐이었다.


 'M…배신자. 다른 누구보다, 그 어떤 귀족보다, 날 배신한 널 죽이는 게 먼저야. 반드시, 죽일 거야.'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등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참으며, 이를 악물었다.

 


안녕하세요. 방금 인사드렸지만 어김없이 인사드리는 흔한 아라드의 글쟁이입니다.

이것으로 모든 글 옮기기가 완료되었습니다.

이게 남은 것은 지옥같이 느린 속도로 다른 글을 쓰는 것 뿐입니다.

으아아아


제사때문에 연속해서 올리지 않겠다는 다짐이 깨져버렸어!

하지만 오늘 내로 다 올리겠다는 다짐이...으아아아!


...어쨌든, 인사 하편입니다

...ㅎㅎ


F, 레지스탕스 소속 소드마스터(마제스티)

M, 귀족 사병 대장 뱅가드(레버넌트 이상)


이번의 아라드 팬픽은 ㅎㅎ

진심인 마음과 진심인 마음이 맞부딫히는 이야기였습니다.


오늘도 즐겁게 읽으셨길 빌면서

어김없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 서술은 철저히 여자측의 시선으로 쓰여졌습니다.

절대 중립적인 시선이 아닙니다.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