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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신당 : 참회의 서 #7. 애환-2
게시물ID : panic_8975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야설왕짐보
추천 : 5
조회수 : 697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6/08/03 11: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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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편 분량의 코믹/공포/스릴러 소설입니다. 챕터 #1 부터 보셔요. (순서대로 보시면 됩니다.) 

봉신당 : 참회의 서 #1. 귀곡성-1 : http://todayhumor.com/?panic_88655
봉신당 : 참회의 서 #1. 귀곡성-2 : http://todayhumor.com/?panic_88656

봉신당 : 참회의 서 #2. 숙 명-1 : http://todayhumor.com/?panic_88663
봉신당 : 참회의 서 #2. 숙 명-2 : http://todayhumor.com/?panic_88664

봉신당 : 참회의 서 #3. 대 결-1 : http://todayhumor.com/?panic_88677
봉신당 : 참회의 서 #3. 대 결-2 : http://todayhumor.com/?panic_88678
봉신당 : 참회의 서 #3. 대 결-3 : http://todayhumor.com/?panic_88682 

봉신당 : 참회의 서 #4. 대 면-1 : http://todayhumor.com/?panic_88700
봉신당 : 참회의 서 #4. 대 면-2 : http://todayhumor.com/?panic_88701

봉신당 : 참회의 서 #5. 악몽의 밤-1 : http://todayhumor.com/?panic_88717
봉신당 : 참회의 서 #5. 악몽의 밤-2 : http://todayhumor.com/?panic_88739
봉신당 : 참회의 서 #5. 악몽의 밤-3 : http://todayhumor.com/?panic_88745
봉신당 : 참회의 서 #5. 악몽의 밤-4 : http://todayhumor.com/?panic_88801
봉신당 : 참회의 서 #5. 악몽의 밤-5 : http://todayhumor.com/?panic_88803

봉신당 : 참회의 서 #6. 적응-1 : http://todayhumor.com/?panic_88834
봉신당 : 참회의 서 #6. 적응-2~3 : http://todayhumor.com/?panic_88837
봉신당 : 참회의 서 #6. 적응-4 : http://todayhumor.com/?panic_88857
봉신당 : 참회의 서 #6. 적응-5 : http://todayhumor.com/?panic_88882
봉신당 : 참회의 서 #6. 적응-6 : http://todayhumor.com/?panic_88909
봉신당 : 참회의 서 #6. 적응-7 : http://todayhumor.com/?panic_88977
봉신당 : 참회의 서 #6. 적응-8 : http://todayhumor.com/?panic_89005

봉신당 : 참회의 서 #7. 애환-1 : http://todayhumor.com/?panic_89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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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아침의 나른한 햇살이 창고 한 켠을 비집고 들었다. 켜켜이 쌓인 먼지들은 빛속을 즐거이 뛰놀며 반기고, 상쾌한 가을바람도 호기심 어린 모습으로 나부꼈다. 허나 답답한 제 속을 투영하듯 창고는 특유의 퀴퀴함을 덧입혀 청명한 가을의 내음을 가린다. 그 사이 저 멀리에선 일과를 시작하는 군인들의 걸음소리가 분주해지고 있었다. 제식훈련은 그들에게 있어 일상적인 일이었다. 저마다 메고 나온 총을 네댓정씩 모아 거총하고 웃옷을 벗는다. 넓은 연병장을 서너 바퀴 도는 것도, 단상 앞에 모여 소대장의 구령에 맞춰 함성을 지르는 것도 그랬다. 한참을 그렇게 시끄러이 오가다 들려온 것은 의례적인 군가 제창이었다. 하지만 그것 역시 그들에겐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모습이었다. 외려 이질감을 주는 것은 창고 밖이 아닌 창고 안의 풍경이었다. 군이 어떤 곳인가? 한 명의 열외 없이 가장 규칙적인 일과를 보내는 집단이 아닌가. 헌데 창고 안에선 비장한 군가의 선율을 비웃듯 누군가의 코고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는 의도한 바는 아니나, 마치 하나의 경연(競演)과도 같아서 코고는 소리가 커지면 군가도 따라서 커지고, 뒤척임이 커지면 군인들의 군화소리도 따라 커졌다. 그런 척박한 환경이건만, 잠에 빠진 사내는 쿨쿨도통 일어날 줄을 몰랐다. 하지만 잠에 빠진 사람을 미치게 하는 것은 시끄러운 천둥소리보단 조그마한 모기의 앵앵거림이듯, 기약 없던 사내의 수면을 방해하는 가냘픈 원망의 소리가 있었다. 바로 꽤 오래전부터 청연의 머리맡에 와 앉은 가네다의 푸념이었다.

 

이러면 제가 곤란하지 말입니다.”

제발 좀 일어나 보십시오. 제발!”

 

... 엄마... 나 십분만... 십분만...”

 

계속된 채근에도 꿋꿋하던 청연은 급기야 가네다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몸을 흔들어 대자 겨우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 역시 큰 효험은 없는 듯 했다. 돌아온 것은 귀찮게 내뱉는 잠투정뿐이었고, 상대는 계속된 노력에도 무심히 돌아누웠다. 가네다는 답답한 듯 고개를 들어 머리 위를 망연자실 바라봤다. 뻥 뚫린 하늘이라도 보였으면 좋았으련만, 마치 지금 그의 심정마냥 보이는 것은 오직 꽉 막힌 창고의 천장뿐이다. 방향을 바꾼 원망스러운 시선이 돌아누운 이의 뒤통수를 따갑게 응시했다.

사실 청연과 그 일행에게 사건의 경과를 설명하고 초소와 부대 내의 시설을 안내하는 것은 오롯이 히라타의 몫이었다. 헌데, 문제가 생겼다. 만만하게만 생각했던 조선인 제령사(除令師)가 갑작스레 부대장의 비호를 받으며 껄끄러운 상대가 되어 버린 것이다. 따라서 그는 귀찮은 일이 떠맡고 싶지 않은 마음에 이런저런 핑계를 찾고 있었는데, 때 마침 당일 아침, ‘편지를 가장한 괴문서한 통이 그의 책상 위에 날아든 것이다. ‘이 편지는 영국에서 처음 시작된 것으로...’라는 알 수 없는 구절로 시작된 괴문서는 7통의 편지를 강요하는 등 그 의도가 심히 의심되어 긴급한 조사에 들어갔다.

그러니 그 편지를 가장한 괴문서(?)’의 출처를 가장 소상히 알고 있던 가네다로선 히라타의 이 같은 책임 떠넘기기를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

 

아니 대체... 여기가 어딘 줄 아시는 겁니까! 엄마라뇨... 여기 군부댑니다!”

엄마... 오늘 월차 낼 거야... 국장님한테 나 오늘 아프다고 해... ...”

월차는 또 뭡니까! 어휴!”

 

가네다가 울상이 된 얼굴로 소리쳐 보지만, 청연의 태세는 그리 녹록치 않았다. 마치 제 집 안방인 듯 드러누운 것은 물론이요 이젠 숫제 베개를 들어 귀까지 막아 버린다. 막막해진 가네다는 이미 오래전에 일어나 정좌하고 있던 설 휘와 설 은 남매에게 도움의 시선을 보내봤지만 그들 역시 신경의 전인을 깨우는 것은 난처한 일 인 듯 시선을 회피했다.

 

어휴! 이러면 저한테 불호령이 떨어지지 말입니다.” “청연상 제발!” “계속 주무시기만 할 겁니까? ?”

으아아아! 잠 좀 자자 잠 좀! 니가 모기냐! 왜 계속 앵앵거려!”

 

거듭된 하소연이 결국 효험을 본 것일까? 막무가내로 버텨내던 청연이 버럭 아우성을 터트리며 일어났다. 씩씩대는 표정과 말투가 제법 화가 난 듯 보였다. 허나 분위기 파악 못하고 나대기는 가네다도 청연 못지않았다. 버럭 성질을 내는 청연을 반갑게 맞으며 기쁘게 소리친다.

 

우와! 이제 좀 깨셨습니까? 하하하 다행이다.”

나 좀 살려조오... 나 어제 몇 시간 못 잤단 말이야!”

어제 자정 전에 모셔다 드리지 않았습니까? 정작 밤 새 잠 못 이룬 건 저란 말입니다!”

 

청연이 투덜거리자 가네다도 지지않고 억울한 듯 맞섰다. 그러자 청연이 의아한 듯 물었다.

 

넌 또 왜?”

헤헤헤! 간밤에 긴히 알려주신 그 비법을 좀 써 볼까 하여... 헤헤헤

 

쌓여있던 감정의 응어리가 풀린 듯 유쾌한 표정으로 웃어 보이는 가네다. 청연은 머리를 벅벅 긁다 그제야 간밤의 일이 떠올랐는지, 설마 하는 시선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너 설마... 그거 진짜로 썼냐?”

알려주신 대로 한 글자도 틀리지 않게 썼지 말입니다.”

너도 참...”

겉보기엔 좋은 뜻이지만, 그것이 사실은 상대를 괴롭게 만드는 함정이라는 그 말씀, 저는 어제 밤새 그 편지를 쓰면서 깨달았습니다. 딱 세 통 쓰니까 엄청 귀찮더라구요. 하하하! ! 어제 그 일은 비밀입니다. 비밀!”

어휴! 누군지 몰라도 지금쯤 오지게 행운 가득한 하루가 되겠구만...”

 

순진한 표정으로 웃고 있는 가네다를 향해 깊은 한 숨 하나가 토해졌다.

 

 

같은 시각, 753부대의 본부대 2층 사무실에선 한 사내가 펜을 든 채 머리를 긁적이고 있었다. 몇 자를 쓰다가 멈춰서 고민하고, 또 몇 자를 더 적은 후 의아한 듯 고심을 거듭했다. 무엇이 그를 고뇌하게 했을까? 고민의 깊이가 짙어지자 때 마침 차량운행일지를 적기 위해 사무실에 들른 사병 하나가 의아한 듯 물었다.

히라타 조장님 아침부터 뭘 그렇게 열심히 쓰고 계십니까?”

그런게 있다. 하아아... 이런걸 대체 왜 보낸거지... ...”

뭔데 그러십니까?

 

히라타가 귀찮은 듯 손사래를 쳤지만 병사는 그 모습에 더 호기심이 치미는 듯, 책상 깊이 얼굴을 파묻은 히라타를 향해 다가왔다. 병사가 다가오는 것도 모른 채 무언가를 골똘히 쓰고 있는 히라타, 애매모호한 시선이 허공 한 번, 제 손 한번, 또 책상에 놓인 종이 한 번 바라보고, 이내 갑갑한 고심의 목소리가 토해졌다.

 

부대 안에 말이야...”

영국에서 보낸 스파이가 있나봐...”

? 영국이요? 서양 놈들 아닙니까! 갑자기 그 놈들이 왜 저희한테...”

누가 나한테 이런 걸 보냈네, 너 전에 이런 거 본 적 있어?”

 

히라타가 편지지 한 장을 내밀었다. 흔히 볼 수 있는 누런 재생지 위에 작은 글씨가 빼곡이 쓰여 있었다. 보통의 편지와는 크게 다를 바 없는 모양새였다. 허나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편지의 제목과 흔히 볼 수 없는 첫 머리의 소갯말이었다.

 

행운(幸運)의 편지? ()을 주는 편지란 뜻인가요? 복을 준다면 좋은 거 아닙니까?”

그게 그렇긴 한데... 좀 더 읽어봐봐... 좀 이상해...”

어디보자... 이 편지는 영국에서 시작되어... 이건 좀 이상하네요. 서양 놈들이 히라타 조장님한테 편지를 보낼 리는 없으니, 이거 무슨 암호문이나 투서(投書) 같은 건 아닐까요?”

아니야 그렇진 않아. 형태나 내용을 봐선 암호나 어떤 비밀을 폭로하기 위한 용도는 아니야.”

... 제가 내용을 좀 더 읽어보니 앞으로 좋은 일만 있으실 거란 말이 나오네요. 축복하듯이요. 영국에서 시작됐다 라고 하니까 어딘지 유래도 깊어 보이구요.”

그러게 말야. 그래서 나도 편지에 나온 대로 쓰고 있긴 한데... 문제는 말이야! 이게 한 3장정도 썼을 때 까진, 괜찮았거든? 그런데...”

그런데요?”

지금 한 5장 정도 썼는데... 그 쯤 쓰니... 어딘가 기분이 묘해...”

기분이 묘하다? 어떤 부분 말씀이십니까?”

귀찮다고 할까? 내가! 내가 왜 이걸 7장이나 써야 되는 거야! 난 귀찮아서 집에도 편지 한 통 안 보내는데...”

하하하! 이해합니다. 그러실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어디선가 들었는데, 숫자 7이 서양인들 사이에서는 행운의 숫자라고 하더군요. 7통의 편지를 더 써서 전하라는 건 아마도 그 이유가 아닐까요? 그리고 복은 널리 퍼트릴수록 좋은 것이구요.”

그래? 그래서 그런 건가? 하하하 어쩐지...”

그럼요. 복을 받는 일인데, 마냥 쉬워서야 어디 그 복이 효험이나 있겠습니까? 그 정도 치성은 들여 줘야죠. 전쟁 끝날 때까지 몸 성히 잘 지내라고 매일 새벽 신사를 참배하는 부모님들도 많이 뵜습니다. ”

! 그래! 그래! 설득력이 있다! 너 쫌 똑똑한데? 그렇지! 복을 받으려면 그 정도 수고야 감내 해야지! 어이쿠! 그럼 이럴 때가 아닌데! 어서 빨리 남은 2장도 마저 써야 겠다! 복 받고 무병장수(無病長壽)해야지!”

부럽습니다 조장님! 하하핫! 이거 좋은 편지 같은데, 시간 되시면 저도 한 장 써주십시오.”

하하하 그럴까?”

! 전화가 왔지 말입니다.”

 

때마침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사병의 추임새에 한껏 기분이 좋아진 히라타는 복된 편지를 가슴에 품어 안은 채 기쁜 목소리로 받아 들었다.

 

히라타입니다. 하이! 스기야마 대좌님. 이 시간에 어쩐 일로?”

히라타! 다음 보급물자 수송계획은 어떻게 되가나?’

하이! 이미 다 짜 두었습니다.”

그래? 그럼 어서 가지고 와! 오후에는 개인적인 용무로 자리를 비울 참이다.’

하이! 지금 곧 가지고 올라 가겠습니다 대좌!”

그래 좋아...’

! 대좌님 자... 잠시만...”

뭔가? 추가로 보고할 사항이라도 있나?’

! ... 그런 건 아니지만, 제가 오늘 아침 좋은 선물을 하나 받았는데, 대좌님께도 하나, 선물해 드리고 싶습니다.”

선물? 그게 뭐지?’

대단한 건 아닙니다. 복을 주는 편지랄까요?”

복을 주는 편지?’

영국에서 처음 시작됐다는 유서 깊은 축복의 편집니다. 제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대좌님께는 꼭 드리고 싶어 행운을 꾹꾹 눌러 담아 썼습니다. 건강하시고, 또 관운(官運)이 깃드시라는 의미에서. 아 참! 사모님 것도 한 장 썼습니다. 대신 좀 전해주십시오. 이 히라타가 드렸다는 말씀 잊지 마시구요. 하하하하!”

뭔 진 모르겠지만 수송 계획이나 빨리 가지고 올라와!’

하이!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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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기야마의 전화가 끊기자, 히라타의 얼굴 위로 기대감이 깃들었다. 스기야마는 까탈스럽기로 소문난 지휘관이었다. 따라서 그런 그가 조선인 제령사에게 보여준 지난밤의 환대는 히라타에게 가히 충격적인 일대 사건이었다. 그 압도적인 카리스마가 어린아이처럼 웃으며 관심을 표하다니, 사랑받고 싶다는 바람은 단순한 욕망이 아닌 인간의 본성이었다. 히라타는 제 품에 안긴 편지 한 통이 그 열쇠가 되어 주리라 믿는 눈치였다. 물론 그 사랑과 관심은 단순한 감정의 범주를 벗어나 승진과 출세를 향한 발판이 되어줄지도 모른다는 야망으로도 부풀고 있었다.

 

이야! 역시... 히라타 조장님의 처세술은 따라갈 사람이 없을 겁니다. 어떻게 바로... 대좌님께...”

흐흐흐 행운을 염원하는 복을 주는 편지라는데, 싫어할 사람이 있겠어? 그나저나... 가토! 그 인간 것도 하나 써줘야 되나? 젠장! 빌어먹을 인간... 에라 모르겠다. 가토꺼는 쓰지 말고, 취사반에 신페이나 하나 써줘야지! 히히히히!”

저도 하나 써주십시오. 저도! 저도!”

흐흐흐 자식! 좋은 건 알아가지고! 어디 소문내면 안 돼! 알았지? 나도 지금,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한 통씩 쓰고, 군관학교 은사셨던 분께 한 통, 대좌님 내외분 한 통씩, 흐흐흐 아 이거... 10통 정도 쓰면 안되나? 하하하! 고작 7통 쓰자니 감질나고 아쉽구만! 하하하핫!”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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