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8월 무더운 한 여름밤 한번만 다시 시작할 수 없겠냐는 나를 뒤로한채 그녀는 돌아섰다
그녀를 보내면서 한참을 술을 퍼마셨다 어느정도 취기가 오른다
아릿한 기운에 한순간 그녀와 내가 2년간 만나면서 내가 잘못한 것만 떠오른다
데이트 약속을 해두고 야근에 잡혀 한시간가량 늦게 나갔던 일
지갑에 돈이 없어 근사한 레스토랑 한번 데려간적 없었고
허구한날 데이트랍시고 공원을 거닐거나 mp3에 이어폰꽂고 버스타고 시내 구경하면서 잡담하던일(그러면서 난 경제적이라며 나 자신을 합리화했다)
내 생일선물 준비하려고 대학 졸업반이면서도 틈틈히 알바해서 백화점가서 선물사왔는데 이렇게 비싼거 뭐하러 샀냐고 타박했던일
수많은 아픈 기억들이 11년전의 어렸던 나를 무던히도 괴롭혔었다
그래서 그렇게 날 떠나갔던 네가 야속했고 그렇게 되도록 방치한 내가 미웠다
그렇게 11년이 오늘 너는 누군가의 아내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문득 그 시절의 추억을 되새겨보니 너는 내게 너무나 과분한 사람이었다
미안하다
그리고 또 미안하다
꼭 행복해라
조금 더 나이를 먹고나서 널 알았더라면
내게 상처 입었던 것 그 열배 이상 행복하게 잘 살길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