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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들의 조이름 짓기
게시물ID : humorstory_44640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uena1
추천 : 14
조회수 : 7281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6/08/18 17:3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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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신입사원 때의 일이다. 
연수를 가서 제일 처음 한 일이 조 이름을 짓고 포스터를 만드는 것이었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다들 패기와 열정 창의력 이런 것에 목숨을 걸고 있었다.

아직은 자대배치 받기 전의 훈련소라고 생각을 하니
나는 일단 적당히 때우고 싶다는 생각으로 열띤 토론에서 반걸음 정도 물러나 있었다.

역시나 나서길 좋아하는 녀석들이 앞다투어 의견을 개진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육조였는데 가만히 들어보니 육회 육사시미 사육사 육군 같은 몹쓸 아이디어밖에
없었다. 어디서 나온 용기인지, 우황청심환을 어디서 샀는지 물어보고 싶을 정도였다.

결국, 최종 조 이름은 식스 센스가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썩스 센스였던것 같다.

제한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조들도 포스터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주변의 조들이 어떤가 궁금해져 어깨너머로 슬쩍슬쩍 엿보니

바로 옆의 칠조는 칠면조였다. 
포스터 그림을 보니 지금 추수감사절인가 착각을 할 정도로 쓸데없이 그림이 리얼했다.

그 옆의 팔조를 보니 칠조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지 조명은 팔색조였다. 
팔색조가 공작이 날개를 펼친 것처럼 생겼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런 그림이었다.
 
구조를 보니 조명이 구관조였다. 
포스터에 슬로건 비슷하게 써놓은 문구는 구관이 명관이다였다.
애초에 신입사원들이 쓸 문구가 아닌데 왜 쓴 건지 모르겠다.

십조의 이름은 텐버드였다. 조 이름 짓기 참 쉽죠 이런 십... 욕이 나오는 작명센스다.
포스터의 열 마리의 새들도 대형을 갖추는 게 아니라 제각각의 방향으로 흩어져
마치 이 총체적 난국을 표현하는 추상화 같았다.

누가 보면 조류연구원 신입사원 연수로 착각할 정도였다.

이 녀석들도 나랑 비슷하게 얼렁뚱땅 넘길 모양이구나 생각이 드니 
이 회사의 미래가 시작도 전에 불투명하게 느껴졌다.

어서오조와 사조참치를 지나 삼조에 다다랐을 때는 다른 조와는 다른 독특함이 있었다.
보통은 조명을 포스터 제일 위에 으레 써놓는데 여긴 그런게 없었다.

언덕 위의 길이 3자 모양인 건 알겠는데 
그 3자 모양의 길에 자동차가 달리는 그림이었다.

강한 호기심이 생겨 그 조원에게 혹시 조명이 뭐냐고 물어보았다.

그 조이름은 뜬금없게도 쓰리랑카였다.
3 이랑 카의 의미란다.

심지어 이 회사는 자동차와 일절 관련이 없었다.

발표 시간에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을 부르던 그 조원들의 
의욕없는 동태 눈깔은 퇴사를 한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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