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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과 고양이
게시물ID : readers_2613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으아어어엉엉
추천 : 0
조회수 : 27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8/24 13:48:08
닭은 깊게 고민해보았다. 
도대체 이 빌어먹을 사각형 철제 안에서 어떻게 나갈 수 있을지  

왜 아무도 나갈 생각이 없는거지!  

그저 주는 모이나 쳐먹고 있을 뿐인 동료들은 
그게 자기 살 길이라며 쓸데없는 생각좀 하지 말라고 했다. 
돌아오는건 되려 무지하다는 핀잔과 질책이었다.  

스스로도 처음에는 먹을 것도 꾸준히 나오는 이 철제가 좋았다.  
항상 따뜻해서 좋았고, 몸이 으슬으슬 아파올 때는 
뭔지모를 주사를 놔주면 금방 낫는 것이 좋았다. 
그 때는 그게 전부 나를 위한 안락한 시설인줄 알았지. 

 어느날 고양이가 닭의 보금자리에 들어왔다. 
동료들은 혼비백산하여 시끄럽게 소리를 지르고 날개를 퍼덕거렸다. 
그 시끄러운 와중에 고양이는 닭을 보며 이야기했다. 

왜 너는 놀라지 않지?  

호기심, 그걸 해결해줄 수 있을 것 같은 눈 
자유로워 보이는 고양이에게 닭은 물었다. 

 놀랄게 없잖아. 
 내가 철제 안에 있는데 넌 나한테 무엇도 할 수 없어.  
근데 한가지만 물어볼게. 
 바깥은 여기보다 불편한데 넌 왜 사람 곁에서 살지 않지? 
너쯤은 여기 주인이 키워줄 수 있을텐데?  

한참 닭을 뚫어지게 보던 고양이는 말했다. 
난 고양이지 주인은 필요없어. 

 닭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밖은 겨울이라 춥지않아? 

 고양이는 대답했다. 
넌 따뜻한 이 곳이 좋아? 
그런데 생각해봐. 
너의 몸을 덮은 깃털들은 뭐 때문에 있는 것 같아? 
차라리 그 깃털들을 어떻게 사용해야 옳은지 
생각해보는게 어때  

고양이는 주인이 들어오게 되면서 다시 뛰쳐나갈 준비를 했다. 
그런 고양이에게 닭은 외쳤다 
내일 저녁에 와달라고 

 닭은 깊게 고민했다 

도대체 이 빌어먹을 사각형 철제 안에서 어떻게 나갈 수 있을지  

답은 하나다.  
고양이가 돌아온 큰 달이 뜬 저녁. 
닭은 나를 죽이고 가져달라 했다. 
나를 먹이로 삼아도 좋다고 했다. 
 대신 바깥은 어떤 곳인지만 보여주면 된다고 했다. 
고통과 죽음에 무지한 닭은 그정도면 충분한 교환이라 생각했다.  

고양이는 잠깐 생각을 하더니 이내 실행에 옮겼다. 
피를 뿌리며 닭의 대가리는 고양이의 입에 물린 채 
내달리는  눈내리는 겨울밤 달을 보았다.  

벼슬을 에는 차가운 기분이, 
죽음에 가까워 오는 것 때문인지 
날씨 탓인지 
아니면 점점 흐릿해지지만 가깝게 다가오는 듯한 
저 푸른 보름달 때문인지는 몰라도, 
 닭은 적어도 마지막 순간 확신했다. 

"나는 어느 동료보다 가장 닭처럼 죽었다."  

그 정도면 충분한 교환이었다.
출처 끼적끼적 내 일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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