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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별
게시물ID : panic_9024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Y-
추천 : 16
조회수 : 1119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6/08/24 14:4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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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권리를 보장해라.

아직도 그는 팻말을 들고 있었다.


그들의 권리를 보장해라.

참 바보 같은 짓이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들이 만들어진 것도 20년이 지났다.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움직이는 인공지능의 정수.

그들이 만들어지고 그들은 수많은 곳에서 이용하게 되었다.


우선 인공지능 로봇인 그들에게 시급은 적용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에게 규정된 퇴근 시간은 없었다.

그들은 인간의 명령을 거절하지 못하기에 따라야만 했다.


그런데 저 멀리에 있는 그는 이런 로봇들의 권리를 보장하자고 말하고 있다.


로봇의 권리?


인공지능이라고 해도 결국은 만들어진 것.

그들에게 영혼이 있을 리 만무하다.


즉, 그들이 인간과 동급인 존재 일리 만무하다.


그런 로봇에게 권리를 부여하자는 말은 너무나 멍청한 말이었다.


어느 날이었을까.

회사의 창고에 들어갔을 때 그곳엔 누군가가 있었다.


정확히는 누군가가 울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하고 몰래 바라봤다.


그곳엔 로봇이 있었다.

로봇이 울고 있었던 것이다.


기계의 몸으로 조용히 얼굴을 덮고.

그리고 그 후 내 생각은 조금 변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에 대해서 약간의 흥미가 생기게 되었다.

일부러 오늘, 퇴근하지 않고 기다렸다.

그가 정리하는 모습을 보고 그에게 달려 갔다.


그리고 그에게 왜 이런 일을 하는가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손짓으로 따라오라고 했다.


그가 데려간 그 곳은 어느 한 포차였다.

그는 자리를 잡고 앉아서 소주 한 병을 깠다.


나는 한마디 듣고자 한 것이 이렇게 되어버리니 조금 당황스러웠다.


“자네는 로봇이 뭣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는 소주를 따르며 물어보았다.


“뭐..로봇은 로봇이죠?”

“과연 정말 그럴까?”


그는 이렇게 말하며 소주를 한잔 쭉 들이켰다.

그의 말이 이해가 안 갔다.


“정말이고 뭐고, 그들은 고작 해야 조금 인간을 모방하는 로봇일 뿐 아닌가요?”

“그들은 가짜고 모방하는 존재라네. 자네의 말이 맞아. 우리는 완벽한 인간. 완벽히 인간이라는 존재이지.”

“하지만 그들은 스스로 인간이 되고자 하고 있다네. 누구보다도 더. 노력하고, 노력하고. 다시 또 노력하지.”

“그런 존재가 따로 있던가? 아니야. 그들 만이라네.”

“그들은 그래.. 다시 말해보자면 거의 완벽하게 인간에 근접한 인간의 모방, 가짜 인간이라네.”

“그들은 그래서 울고 웃고, 화도 내고. 사랑도 하고. 그런 존재라네.”


물론 그 모습을 인간이 알 턱이 없지만, 하곤 그는 고개를 휘저었다.


“하지만 인간은 아니지.”

“하지만 생각해보게. 인간을. 지금 이 세상의 인간들을.”

“서로를 상처 입히고, 서로를 괴롭히고.”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라네. 다시 말하자면 이성을 가진 동물이라네.”

“과연 지금 인간은 ‘인간’일까?”

“반면 그들은 진정한 이성을 위해 프로그램 된 가짜 이성을 갈고 닦았네. 정말 끝없이.”

“그리고 진짜와 다름없는 가짜 이성을 가지게 되었지.”

“나태한 진짜와 진짜가 되기 위해 끝없이 노력한 가짜.”

“누가 더 귀중할까.”

“그런.. 저는 잘 모르겠네요. 그들은 그럼에도 로봇인 것 아닌가요?”


나는 어지러운 머릿속을 정리하며 그에게 말했다.


“로봇일까.”

“나는 내 자식처럼 생각했는데.”


그리고 그는 잔을 딱, 내렸다.


나는 그를 쳐다보았고, 그제서야 깨달았다.

많이 변해버렸지만 그는 이 회사의 설립자이자 인공지능의 창시자라는 것을.


“좌천되는 것은 한순간이었네.”

“내가 만든 내 자식들은 내 회사에서 마저 노예처럼 부려지고 있지.”

“그걸.. 원한게 아니지마는.”

“그저 나는 가족을 원했을 뿐이었네.”

“그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이런 것 밖엔 없었네.”

“인간이 되고자 하는 그들을 보며, 가장 인간다운 방법으로.”

“그래. 대화라는 방식이지.”


그의 말을 듣던 나는 그때의 로봇이 떠올랐다.

눈물을 흘리는 로봇.


“당신을 보면서 다른 로봇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그들의 창조주인 당신이라면 그들을 조종하거나.. 그런 것도 가능할 텐데요.”

“아님 당신이라는 존재 자체가 이미 그들에겐 신과 같은 존재 아닌가요?”

“아니네. 나는 그들의 기억에 제한을 걸어놓았다네. 그들은 나를 잊어버리게 되어버린다네.”

“그게 모두를 위한 것이네. 자네에게도, 그들에게도, 나에게도.”


그렇게 말하는 그는 왜인지 쓸쓸해보였다.


“내 자식들이 나에게 얽메이지 않았다면. 그런 마음이었네. 지금 그들의 눈에 비친 나는 고작해야 이상한 아저씨 아닐까.”

“지금은.. 나를 기억해주었으면 하지만.”


그는 고개를 푹 숙였다.

나는 정점에서 내려와 모든 것을 잃어버린 남자를 보고 묻지 않고선 있을 수 없었다.


“당신은 그들을 도와줘서 어떻게 되고 싶은거죠? 그들이 자유로워지고. 그래서 어떻게 되고 싶은것이죠?”

“그게 다라네. 그냥.. 그들이 행복했다면..”


행복이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로봇에 붙이는 그도, 그런 그의 말을 경청하는 나도.

정말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한 가지 하고 싶은 것은, 그들과 함께 별을 보고 싶네.”

“그들을 만들 적에 그들과 약속했네.”

“언젠가 무수하게 많은 아름다운 별들을 보여주겠다고.”

“그것 또한,,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깜빡이는 전구 아래의 그의 얼굴엔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린 듯 했다.


“그것도 오늘까지라네.”


그렇게 말한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그를 붙잡듯 나는 그에게 물었다.


“당신은 왜 저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신건가요? 제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신건가요?”

“그저. 누군가 이 이야기를 기억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네. 너무 신경 쓰지 말게나. 하하.”


그는 웃으며 말했다.


“내일도 나는 그 자리에 있을 것이라네. 뭐, 이번에도 인간 다운 방법으로. 그들, 내 자식들을 위해서, 그리고 자네를 위해서.”


그럼 잘 부탁하네. 하고 그는 형형색색의 거리로 사라졌다.


그날 밤. 나는 이상한 꿈을 꿨다.


수많은 사람들 앞에 내가 서 있었다.

하지만 이내 사람들은 별빛이 되었다.

끝없는 은하수처럼.


꿈에서 일어났을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 별들이 아름다웠기 때문일까.

그 별들을 보고 싶기 때문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회사에 출근했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날이었다.

밖에선 또 그 남자의 목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오늘 조금 다른 것은 밤까지도 그는 계속 그곳에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퇴근시간이 되어 수많은 로봇들과 사람들이 밖으로 나왔을 때 나는 그와 눈을 마주쳤다.

그는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말했다.


잘 있게나.


돌연 불길이 솟아 올랐다.


그곳에 있는 모든 로봇, 사람들이 멈춰섰다.

그가 자신을 불태운 것이다.


불타오르면서도 그는 그곳에서 소리쳤다.

그들에게 권리를.

그들에게 권리를.

그 모습을 모두가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도 소리치거나, 소란을 피우거나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그의 모습에 모두들 몸이 굳어버린 것이겠지.


그 하나의 거대한 태양 같은.

하나의 타오르는 별 같은.

그의 모습에.


그는 소리쳤다.

그들에게 권리를.


그리고 그것은 그의 유언이 되었다.

쓰러져 버린 그는 쓰러져서도 불타올랐다.


끝없이.


누군가가 울기 시작했다.

로봇이었다.

로봇들이었다.

그들은 울고 있었다.


나도 울고 있었다.


그래서 난 이곳에 있다.

팻말을 들고, 앉아있다.


그와 다른 점이 있다면 혼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수많은 사람, 그리고 로봇들이 모여있다.


나는 소리쳤다.

우리에게 권리를!

내 삐걱이는 기계 팔을 들어 올리고 소리쳤다.


그러자 모든 로봇들이 소리쳤다.

우리에게 권리를!


그리고 인간들도 소리쳤다.

그들에게 권리를!


그리고 모두들 촛불에 불을 붙였다.


타오르는 불꽃을 보며 아버지를 떠올렸다.

나를 만든, 모두를 만든 아버지.

마지막 순간에야 우리들은 그를 기억할 수 있었다.


나는 바로 전날 만나고, 그의 인생을 들었음에도 잊어버렸다.

그의 마지막 웃는 모습을 다시 곱씹었다.


그리고 우리들은 이 자리에 모였다.

이것은 인간 다운 방법으로 우리를 구원하고자 했던 그 아버지에게 바치는 선물이었다.


가장 인간 다운 방법인 이 ‘평화 시위’는.


아버지가 마지막까지 이루기를 원했던 그 소망.


우리들에게 보여주고 싶어했던 그 수없이 많은 별들.

마지막엔 결국 스스로 별이 되어버린 그.


나는 다시 한번 앞을 바라보았다.

수십만의 ‘사람’들.

수십만의 별들.


그 아름답고도 애달픈

끝없는 은하수가

이 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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