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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 주의) 지나치게 내향적인 남친. 타협점은 없는 걸까요
게시물ID : love_97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까마귀.
추천 : 2
조회수 : 1437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6/08/29 17: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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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3줄 요약
1. 같이 사는 남친이 너무 내향적이라 밖에 나가는 걸 힘들어해요
2. 저는 가끔이라도 밖에서 데이트라는 걸 하고 싶어요
3. 내향적인 분들은 연애를 어떻게 하시나요?





저희는 곧 서른이 되는 동갑 커플이고, 대략 3년째 같이 살고 있어요.
참고로 저는 직장인, 남친은 학생입니다.
절친 -> 하우스메이트 -> 연인 테크를 탔는데, 
이 사람이 조용하고 소극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여기저기 잘 돌아다니고 친구 만나는 것도 무지 좋아하는 줄로만 알고 있다가 
전혀 아니라는 걸 사귀고 나서야 알았어요.

사람은 크게 바깥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며 에너지를 얻는 외향적인 타입과
반대로 집안에서 혼자 조용히 있어야 에너지가 충전되는 내향적인 타입으로 나눌 수 있다잖아요?
저는 양쪽 다 이해가 되고, 상황에 따라 양쪽 모두에 해당하는데 
남친은 제목처럼 심하게 내향적이어서, 밖에 나가는 자체를 힘들어해요.
게다가 멀미도 심해서 지하철, 버스도 못 타고 이동 수단은 오로지 택시나 기차(+비행기)예요..

학교도 제대로 못 갈 정도라 사실 사회공포나 대인기피, 또는 우울증이 강하게 의심되는데
아무리 진지하게 대화를 해 봐도 자기는 그런 게 아니랍니다.
원래 내향적이고 원래 밖에 잘 못 나가고 사람들 만나는 것도 싫은 성격인데
지금까지 가면을 쓰고 다닌 거래요.
그 동안 학교는 어떻게 다녔었냐니까, 그래서 항상 학교 코앞에 살 수밖에 없었다네요.
서른이 코앞인데 알바도 안 하고, 학교도 안 가고, 그런데도 공과금 다 내고 잘만 사니까
가끔은 '와 집에서 돈 대주시니 이렇게 살아도 되는구나. 진짜 부럽네'라는 삐딱한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ㅠㅠ


뭐..그래요. 내향적인 천성을 억지로 고칠 수도 없고, 
본인이 필요성을 못 느끼는데 억지로 상담이나 치료를 받게 할 수도 없는 거죠. 그것도 폭력이니까요.
근데 이 정도면 제 생각엔 너무 심하다고 생각해요.
딱히 기념일을 챙기지 않아서 정확히 얼마나 사귀었는진 사실 모르겠지만
대충 3년쯤 되는 시간 동안, 데이트라는 걸 해 본 게 다섯 번도 안 됩니다.
그렇다고 집에 같이 있으면서 뭔가 꽁냥꽁냥 둘이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딱히 아니예요.
이 사람은 항상 자거나 게임을 하고, 끽해야 밥 먹으면서 같이 영화나 보는 게 다입니다.
저는 책을 읽거나 오유를 보거나 하면서 쉬고요.
'함께 하는 시간'을 남성들은 '같은 공간에 함께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던데, 그 '함께 존재하는 공간'이 집이 아닌 선택지는 없는 걸까요ㅠㅠ

그보다 이 사람 내향적이어서 이러는 건 맞나요?
근데 왜 에너지가 전혀 충전되는 것 같지가 않고 매일매일 기운도 없고 피곤해하죠..
가끔 밥 / 빨래 / 설거지 / 청소 정도의 집안일 말고는 아무 것도 안 하고 8시간 넘게 잤으면서
(집안일이 안 힘들다는 뜻이 아닙니다. 피곤할 정도의 집안일을 하지는 않는다는 뜻이에요. 저 넷을 동시에 하지도 않고요) 
뭐가 그렇게 매일 피곤한지 모르겠어요. 아직 한창 나이의 젊은이인데ㅜㅜㅜㅜㅜ
똑같이 심히 내향적인 사람을 만났으면 아무 문제 없었을까요?ㅠ

전 엄청 외향적인 성격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끔은 저녁 먹고 나면 집 앞에 산책이라도 다니고 싶고,
같이 쉬는(남친은 늘 쉬고 있으니 사실상 제가 쉬는) 주말이나 최소한 연휴나 휴가 때는 가까운 어딘가라도 같이 가고 싶고, 
전공이 그 쪽이라 같이 보고 싶은 전시회도 많고 그래요.(설명도 진짜 쉽게 재밌게 잘 해줄 수 있는데!!!ㅠㅠ)
근데 이 사람은 예술에 관심도 일절 없고, 애초에 밖에를 못 나가니까
원래는 혼자 여기저기 잘 돌아다니고 했던 저도 뭔가 맥이 빠지고, 왠지 혼자 다니기 싫어지고, 결국 같이 집에만 있게 되더라고요.
같이 게임을 하려는 시도도 해 봤지만
제가 컨트롤이 미숙해서 자꾸 벽에 갖다 박고ㅜㅜ 울타리에 걸려서 앞으로 못 가는 수준이다보니 그냥 흐지부지됐고요.

이런 것에 대한 이야기를 서로 참 많이 했는데,
이 사람의 결론은 "나 말고 당신 하고 싶은 걸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라"는 거였어요.
친구든, 또다른 애인이든, 내가 못 해주는 걸 해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으로 해결하라네요....(...)
그래서 미친 척하고 다자연애도 시도해봤지만 성공한 적이 없어요.
무엇보다, 그건 해결책이 아니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죠ㅜ
전 친구가 별로 없는데다 연락들도 잘 안 하고, 그 전에 제가 여기저기 같이 다니고 싶은 사람은 친구가 아닌 걸요ㅠㅠㅠㅠ

한쪽 면만 설명하다 보니 제가 봐도 대체 이런 사람 왜 만나나 싶지만
당연하게도, 저런 걸 다 뛰어넘을 만큼, 다른 좋은 점이 너무 많아서 만나요..
이 사람 입장에서도 제 단점만 서술하면 정말 엄청나겠죠ㄷㄷ
성품도 참 진짜 너무 괜찮은 사람이고, 저를 너무나 아껴주고 위해주고 많이 도와주고 힘이 되어주고
이 사람 얘기 하면 다들 봉잡았다, 천사다, 보살이다, 절대 놓치지 마라, 너에게 아까운 좋은 남자다, 다 그럴 정도예요.
무엇보다 서로 진솔하게 마음을 터놓는 '대화'가 가능한 정말 흔치 않은 사람인데
이 문제는 답이 없는 걸까요..

오늘은 제가 일이 일찍 끝나서 무려 점심 때 퇴근을 했는데(정말 정말 흔치 않은 일)
저는 신나서 "우리 오늘 뭐할까???" 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미안..나는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아.." 였어요.

오늘따라 더 맥이 빠져서.. 썼다 지웠다 하면서 이 글만 몇 시간째 쓰고 있어요. 
벌써 저녁 때가 다 되어 가는데 황금같은 평일 낮의 자유시간을 아무 것도 안 하고 보내는 게 너무 아깝고..
헤어질 거 아니면, 제가 포기하는 수밖에 없을까요?
꼭 같이 뭔가를 하고 싶어하는 제 마음이 문제일까요?

다른 내향적인 분들은 어떻게 연애를 하시는지도 굉장히 궁금합니다. (데이트하러 나가면 에너지가 소진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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