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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톤펌) 노숙인시설 운영하는데.. 이사 일년만에 쫒겨나네요
게시물ID : gomin_165588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faith_Jesus
추천 : 2
조회수 : 445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8/29 19:18:35
http://pann.nate.com/talk/333367216?page=3#
 
갑갑한 마음에 끄적거려 봅니다..
대전에서 노숙인 지원센터를 운영중입니다.
99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노숙인복지만 해왔구요..
노숙인들에 대한 편견때문에
노숙인 시설은 기피시설로 인식되죠..
그래서 노숙인시설을 운영하는 저희 같은 사람들은
늘 주변의 시선이나 민원에 전전긍긍합니다.
 
그래도 작년까지 사용하던 건물주가 좋은 분이셔서..
근 10년 이상 임대료 인상도 없이 감사하게 사용했습니다.
그분께는 엎드려 절이라도 드리고 싶을 정도로 감사한 마음이죠..
 
그런데 도로 공사때문에 건물이 철거가 되었고..
저희는 이사를 해야했죠..
일년 넘게 이사할 장소를 찾아봤지만..
마땅한 곳도 없었고..
건물주들이 노숙인시설에는 임대를 주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부동산에도 부탁을 했지만..
부동산에서조차 연락이 없더군요..
그냥 발품을 팔면서 돌아다니다가..
가까운 곳에 임대 현수막이 붙은 건물이 있어..
연락을 해봤더니..
우리가 수도 없이 다니며 부탁했던 부동산에서 관리하는 건물이었습니다. ㅠㅠ
아무튼 그때는 부동산 사장도 건물주들 때문에 그랬거니 하고 이해했습니다.
 
건물주는 캐나다에서 사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부동산 사장이 대리인으로 계약을 하게 됐죠..
그런데..
부동산에서 그 건물은 팔려고 내놓은 건물이다.
그리고 주인이 노숙인시설은 좀 꺼려한다.. 는 등의 이야기를 하더군요..
저는 건물이 맘에도 들었지만
대전역 부근에는 그 정도 크기의 공간을 구할 수가 없어
그러면 1년을 두고 보시고 문제가 없으면 계속 사용하게 해달라고 했습니다.
부동산 사장도 팔려고 내놓은 건물이기는 하지만 오랫동안 팔리지 않았고
앞으로도 팔리기 쉽지는 않을 거라고 했구요..
실제로 전 문제가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자신이 있었습니다.
제 성격상 건물을 깔끔하게 유지하면서 지낼 자신도 있었습니다.
이전 건물주도 그런 저희를 보면서 아예 자기 건물을 저희에게 맡겼던 거구요..
아무튼 그렇게 설득을 하고 계약을 하고
올해만큼 더웠던 작년 7월 말 이곳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6월 건물이 팔렸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그리고 저희에게 일년 계약을 했으니 이사하라고 통보했습니다.
당황스러웠습니다.
처음 계약 당시에는
저희를 신뢰하는 기간으로 생각하라는 마음에서 일년을 이야기 한 것인데..
일년도 안지나 이런 일이 현실로 닥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무조건 저의 실수였죠..
 
문제는 이곳에 이사올 때 거의 3000만원 가까운 공사비가 들었습니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곳이라 전기며 화장실 등등을 다 설치하고 들어왔습니다.
저희 같은 작은 사회복지 시설이 돈을 쌓아놓고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여기저기 다니며 후원을 받고
제 개인 돈 이천만원과
그 해에 모 신문사에서 주최하는 곳에서 받은 봉사상 상금 800만원 정도를 내놓아
겨우 공사를 마무리하고 이사했기 때문에
일년만에 또다른 곳으로 이사할 돈이 없었습니다.
 
저희는 새 건물주에게 부탁을 했지만,
몇 군데 흩어져 있는 자기 업장을 한군데로 모아서
한 건물에서 하기 위해 건물을 산 것이라며 미안하지만 나가라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우리가 설치한 시설은 떼어가지 않아야 한다고까지 하더군요..
물론 떼어가서 쓰지도 못하지만요..
 
아무튼..
건물주가 자기가 다 사용할 것이라고 하니 어쩔 수 없이 포기했습니다.
또 하나는 저희 같은 기피시설에서 건물주와 싸워봤자..
이 근처에서 또 다시 건물을 임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생각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연히 딱 맞는 시기에 새로 이사할 건물을 찾았지만..
문제를 공사비였죠..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공사비 때문에 머리가 터질 것 같네요..
 
정말 황당한 일은 지금부터입니다...
자기가 다 쓰기로 했다던 건물주..
지난주에 당당하게 1,2층 임대를 붙여놨네요.
(저희는 건물 2,3층을 사용합니다. 1층은 인쇄소였구요)..
그것도 저희한테 건물을 소개해준 그 부동산이네요.
더 황당한 건 저희가 새로 이사할 곳도 그 부동산에서 연결해준 곳입니다.
건물이 팔렸다고 하면서 우리한테는 자기가 너무 미안해서
같은 조건으로 갈 건물을 알아봐 준다고 해서
엄청 고마워했는데..
정말 황당하고 슬프네요.
 
법적으로 싸우면 뭐 어떻게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제일 걱정인 건..
저희가 노숙인 일을 하기 위해서는 대전역 인근에 계속 있어야 하는데..
건물주와 다투다가 하다가 주변 상인들의 민원이 들어오거나..
(건물주도 이 근처에서 사업하는 사람이라서.. ㅠㅠ)
임대를 해주지 않으면 더 힘들어질 거라는 생각에 참고만 있습니다..
매일 매일 심장이 쪼그라드는 심정인데..
참 견디기 쉽지 않네요..
 
참고로 노숙인들에게 편견이 많으신 것 이해합니다..
그런데..
대전지역 계신 노숙인들이 쉼터를 빼고
매년 200명 정도의 신규 노숙인이 저희 센터에 등록하십니다.
그 중에 저희를 통해..
매년 100~150명 정도가 노숙을 벗어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십니다.
생각하는 것처럼 아무 희망 없이 사시는 분들이 아니시죠....
그리고 노숙을 벗어난 분들은 대부분 다시 노숙인으로 돌아가려고 하지 않으십니다..
 
답답한 마음에.. 글을 올려봅니다..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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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안타깝게 됐네요. 이럴 경우 어떻게 해야하는지...ㅠㅠ
출처 http://pann.nate.com/talk/333367216?pag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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