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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버워치 일지 - 아나와 자상한 젠야타
게시물ID : overwatch_3123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베리떼
추천 : 13
조회수 : 662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6/09/02 09:4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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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도 있고 오늘은 화물 막다가 죽지는 않겠군요.”
“저도 오늘은 힐팩 좀 덜 찾아도 되겠어요.”

도라도에서 신나게 망치를 휘두르며 라인이 말하자 함께 달려 가던 겐지도 희망에 부풀어 답했다. 맥크리와 리퍼는 처음 인사를 한 후 다른 말은 없었지만 라인과 겐지의 말에 동의하는 듯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어쩌면 좋지? 모두 나에게 의지하고 있어!’

어두운 얼굴로 팀원들을 따라가던 아나는 이내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이번 수비 임무에 앞서 어제도, 그리고 오늘 아침까지도 사격 연습을 했지만 아나의 눈 앞에 펼쳐진 것은 명중률 20%라는 충격적인 결과였다. 

“제가 금메달 5개를 받았네요. 그러면 우리 팀 힐러는…….”

지난 번 끝난 임무에서 금메달 5개를 목에 건 솔저가 비웃듯이 쳐다보던 눈빛을 아나는 잊을 수 없었다. 다소 자신감을 상실한 아나는 이번 임무에서는 소총 대신 수류탄을 많이 활용해 보기로 마음 먹고 나쁜 기억을 잊으려는 듯 고개를 휘휘 저었다.

이윽고 모두 적군 진영에 도착해 화물 주변에 각자 자리를 잡았다. 라인은 오늘 따라 기운이 잔뜩 들어갔는지 적진 문 바로 앞에 당당히 서서 적군의 심기를 건드렸다.

“너희들은 그 문 앞에서 세 발자국만 나가도 영광인 줄 알아라!”
“뭐야? 방패 하나만 믿고 사는 퇴물 할배가 입만 살았네!”
“라인님, 너무 관대한 거 아닙니까? 한 발자국으로 하죠.”
“비겁하게 뒤에서 픽픽 표창만 날려대는 주제에 말이 많군!”
“그 표창에 맞아 나가떨어지는 얼간이들도 있지. 곧 경험하겠지만.”

라인의 도발에 겐지가 한몫을 거들자 적팀은 씩씩 거리며 문이 열릴 시간만을 기다렸다. 마침내 전투 시작을 알리는 시계 소리가 들려오자 적군들은 황소 떼처럼 달려 나왔다. 라인의 도발이 상당히 기분이 나빴는지 모든 적군이 라인을 둘러싸고 괴롭히기 시작했다. 당황한 겐지가 옆에서 표창을 열심히 날렸지만 다수를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피가 벌써 30% 정도 깎인 라인은 다급하게 힐 요청 신호를 보내왔고, 아나도 허둥지둥 총을 들고 라인을 향해 사격하기 시작했다.

“아나님? 저 힐 차는 거 맞습니까?”
“아아, 그게…….”

하지만 이미 머리 속이 새하얘진 아나는 허공에 총을 쏠 뿐이었다. 라인은 조금 전 까지 힐러만 믿고 날뛰던 자기 자신을 반성하며 죽음을 기다리기로 했다. 바로 그 때 라인은 환한 빛을 느끼며 몸에 힘이 차오름을 느꼈다.

“젠야타님이군요! 감사합니다! 이것들, 다시 한번 붙어보자!”
“허허허.”

라인, 겐지, 맥크리, 리퍼, 그리고 젠야타. 아나는 이번 임무에 젠야타와 함께 하게 된 것에 대해 감사했다. 임무를 시작하며 모두가 인사를 나눌 때 젠야타는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띄우고 아군을 맞이하던 조용한 힐러였다. 지난 임무에서 만난 젠야타가 딜러처럼 공격을 하던 것을 떠올린 아나는 2힐러 아닌 2힐러 체제가 될까봐 나름 걱정을 했었다. 하지만 이런 걱정은 할 필요 없다는 듯 젠야타는 아나와 함께 후방에서 묵묵히 조화의 구슬을 달아줄 뿐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보다 지원 능력이 좋아보이는 젠야타에게 점점 의지하면서 아나도 안정감을 되찾고 조금씩 힐량을 늘려가기 시작했다.

“젠님, 젠님께서 잠시 아군을 맡아주시겠어요? 저는 2층으로 올라가서 힐을 주도록 하겠습니다.”

기둥 뒤에 숨어서 총을 쏘던 맥크리에게 조화의 구슬을 달아주던 젠야타는 새로운 도전을 해보려는 아나에게 빙긋이 웃어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나도 젠야타에게 가볍게 인사한 후 재빠르게 2층으로 올라갔다.

‘여기라면 멀리 숨어서 아군에게 힐을 더 잘 줄 수 있을거야!’

2층에 자리잡고 숨을 고르던 아나는 탁월한 계획이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들었다. 

“먹이감 발견!”

운이 나쁘게도 아나는 경계 태세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적군 바스티온에게 발각되고 말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빠르게 공격하는 바스티온의 소리가 들리고 아나는 몸에 힘이 급격히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아나는 자신도 모르게 수면 총을 쏘고 수류탄을 엉뚱한 곳에 흘리면서 근처 기둥 뒤로 몸을 숨겼다. 상황을 봐서 아군이 있는 곳으로 내려왔지만 귀에서는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호흡이 거칠어질 뿐이었다. 그 때 따뜻한 빛이 온몸을 휘감았다. 아나의 눈 앞에는 바스티온 대신 젠야타가 인자하게 웃고 있었다.

“젠님, 감사합니다. 잘 해보려고 했는데 바스티온에게 발각되고 말았네요…….”

아나는 힐러이면서 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다. 젠야타는 아나 주변을 빙빙 돌면서 별 말은 하지 않았지만, 잠시나마 다른 아군의 피가 떨어져 가는 와중에도 아나에게 구슬을 계속 붙여주었다. 그 때 어디론가 사라졌던 리퍼가 피를 흘리며 다가왔다.

“아나님……. 힐이 필요합니다…….”

의기소침해 있던 아나는 심하게 다친 리퍼의 모습에 깜짝 놀라 바로 소총을 잡고 리퍼를 향해 총을 쏘았다. 치료 과정이 약간 아팠는지 낮은 신음 소리를 내던 리퍼는 이내 옷에 묻은 피를 툭툭 털고 아나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나님 덕분에 살았습니다……. 그럼 이만…… 운 좋게 살아남은 적군 트레이서에게…… 죽음을 선사하고 오겠습니다…….”
“아, 아니예요. 처리 부탁 드립니다.”

평소 과묵하던 리퍼가 칭찬을 해주니 아나는 메이의 고드름을 맞은 듯 얼떨떨한 느낌이 들었다. 둘을 지켜보던 젠야타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조심스레 조화의 구슬을 아나에게서 떼어내 적군 윈스턴에게 지짐을 당하던 겐지에게 붙여줬다. 자신의 어깨에서 빛이 사라진 것을 느낀 아나는 다시 힘을 내서 열심히 라인과 맥크리에게 힐을 지원했다.

시간은 조금씩 흐르고 적군은 심한 타격을 입은 맥크리와 겐지가 피신한 틈을 타 화물을 밀어오기 시작했다. 라인이 화물 바로 옆에서 저지하고 있었지만 라인 혼자 만으로는 역부족한 상황이었다. 상황이 많이 안 좋은지 심각해진 젠야타도 적군의 공격을 받으며 라인의 옆으로 다가갔다. 다급해져서 발을 동동 구르던 아나는 자신의 나노 강화제 궁이 가득 찬 것을 깨달았다.

‘드디어 나도 무언가를 할 때가 왔어!’

아나는 나노 강화제를 투여할 아군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리퍼는 트레이서와 격전 중인지 보이지 않았고, 겐지는 힐팩을 찾으러 멀리 떠난 상황이었다. 맥크리는 강화제를 받고 싶어하는 눈치였지만 궁도 차지 않았고 무엇보다 피를 채우는 것이 급선무였다. 상황을 분석하던 아나는 그나마 피가 절반 가량 남아 있고 앞서서 투지를 보여주는 라인에게 나노 강화제를 투여하기로 결심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아, 안돼!’

아나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나노 강화제 총알이 빠른 속도로 날아가 라인 바로 옆에 있던 젠야타에게 녹아든 것이다. 급박한 전투 상황 속에서도 라인은 황당하다는 듯 아나를 쳐다봤고, 힐팩을 먹고 돌아온 겐지도 벌어진 사태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짧은 순간 동안 아나의 머릿 속에는 많은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조준 연습에 번번이 실패하던 자신의 모습, 그런 자신을 놀려대던 과거 어떤 임무에서의 디바, 호전적으로 돌진했음에도 자신의 도움을 받지 못해 죽음의 고비를 몇 번이나 넘겨야 했던 라인, 그리고 무엇보다도 공격의 공자도 모를 것 같은 착한 젠야타……. 

“으아악!”
“흐어어억!”
“끼야앗!”

바로 그 때 적팀에서 엄청난 비명 소리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아나는 다시 한번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토록 자상해 보이던 젠야타가 나노 강화제를 맞자마자 돌변해서 파괴의 구슬을 미친 듯이 날리기 시작한 것이다. 적중률은 얼마나 좋은지 구슬 폭격을 받은 적군은 차례대로 나가 떨어졌다. 짙은 피와 같이 붉은 기운을 뿜어내던 젠야타는 멀리서 달려오는 적군에게도 부조화의 구슬을 정확하게 붙이더니 구슬을 쏟아 붓고 발차기로 마무리를 했다.

“뽕이 맞긴 맞나 보군요. 젠야타님이 저 모양이 되는 걸 보니.”

어디선가 힐팩을 찾아 먹고 돌아온 맥크리가 너털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감명 받은 게 우리뿐만은 아닌 것 같군요.”

뒤에서 겐지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아나와 맥크리는 뒤를 돌아보았다. 겐지는 검지 손가락으로 오른쪽을 가리키며 보라는 듯 시늉을 했다. 아나와 맥크리가 고개를 돌려 귀퉁이 계단을 보자 그 곳에는 팔을 휘휘 젓고 있는 리퍼가 보였다. 리퍼는 처음으로 본 호전적인 젠야타의 모습에 감명을 받았는지 구슬 던지기를 열심히 연습하고 있었다. 아나와 맥크리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끅끅거렸고, 겐지는 웃는지는 모르겠지만 벽에 한 손을 대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젠……젠야타님에게 이런 모습이 있는지 미처 몰랐군요.”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잠시 고민하던 라인은 깨끗하고 조용해진 거리에서 슬며시 젠야타에게 말을 걸었다. 강화제 효과가 떨어지고 본 상태로 돌아온 젠야타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인자한 미소를 입에 머금고 라인에게 구슬을 붙여주었다. 

“그럼 전 다시 문 앞에서 적군을 저지하겠습니다.”

구슬 덕분에 힘을 되찾은 라인은 젠야타에게 주먹을 쥐어 보이며 적진 바로 앞으로 뛰어갔다. 몇 초 동안 주어진 잠시나마 평화로운 시간에 젠야타는 다시 아나가 있는 후방으로 돌아와 주위를 둘러보고 리퍼에게 조화의 구슬을 붙여주었다. 구슬을 옆에 붙이고 왠지 모르게 평소보다 신나게 적진으로 달려가는 리퍼의 뒷모습에 겐지와 맥크리는 미소를 지으며 마찬가지로 자리를 떴다. 아나는 맥크리와 겐지의 궁이 차 있는 것을 확인하고 이번에는 기필코 정확하게 힐을 쏘겠다고 다짐했다. 임무 완료 까지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남았지만 아나의 팀은 다가오는 승리를 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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