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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오버워치 일지 - 송하나의 어느 특별한 날
게시물ID : overwatch_3126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베리떼
추천 : 8
조회수 : 48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9/02 13: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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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하나야. 무슨 좋은 일 있니? 왜 이리 싱글벙글해?”

히힛, 아무 일도 없어요!”

 

식당에서 함께 아침 식사를 하던 라인은 오늘따라 유난히 즐거워 보이는 하나를 멀뚱 멀뚱 쳐다보았다.

 

남자 친구라도 생겼나보죠! 하나도 자세히 보면 한 인물 하잖아요?”

언니! 거기에 자세히는 왜 붙는데요?”

 

꺄르르 웃으며 팔꿈치로 하나를 쿡쿡 찌르는 트레이서에게 하나는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이 때 발랄해 보이는 이 둘과 다르게 사색이 된 두 사람이 있었다.

 

 “……남자 친구?”

으악, 솔저 아저씨! 헤헷, …… 아마 생길지도 몰라요?!”

뭐와고?!”

뭐와고?!”

 

라인과 솔저는 동시에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 놓으며 하나를 쳐다보았다. 둘의 입에는 채 씹지도 않은 베이컨이 여전히 물려 있었다. 그 자리에 더 오래 있으면 취조 아닌 취조를 당할 것을 직감한 하나는 얼른 입 안에 밥과 스팸을 집어 넣고 자리에서 일어나 문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중노년의 콤비가 그리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사실 또한 알고 있었다.

 

아하하하, 라인 할아버지 또 여기서 돌진을 사용하시네! 식당 관리자님, 부서진 부분 비용 청구는 라인하르트님께 해주세용! 솔저 아저씨도 저기 헉헉 거리면서 뛰어가고…… 하여튼 다들 하나라면 사족을 못써요 정말! 아웅, 나는 식사나 즐겨야징!”

 

트레이서는 여유롭게 신선한 샐러드의 맛을 음미하면서, 하나를 쫓아 돌진하다가 닫힌 문에 머리를 박고 고통스러워하는 라인과 코너를 돌다 달리기 페이스를 잃은 솔저 정도면 아침 코미디 방송 어느 곳이든 출연해도 승승장구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뒤도 안돌아보고 날아가던 하나는 어느 정도 식당에서 떨어진 한적한 거리에 이르러서야 숨을 돌렸다. 라인과 솔저가 자신을 너무 아기 취급 한다고 생각하면서 잠시 투덜대던 하나는 오늘 아침에 꾼 황홀한 꿈을 떠올렸다.

 

하나님, 하나님. 저희는 저글링 요정이랍니다.”

, 우와! , 저글링 요정? 니네 진짜 멋지다!”

 

꿈 속에서 정처 없이 길을 걸어가던 하나는 황금 빛으로 번쩍거리는 저글링 세 마리를 만나고 매우 흥분해 방방 뛰기 시작했다. 이 저글링들은 스스로를 요정이라고 부르며 하나가 그 동안 스타크래프트 세계에 많은 도움을 준 대가로 놀라운 사실을 하나 알려준다고 말을 했다.

 

아 놀라운 사실? 뭔데 뭔데?”

그것은 바로…… 오늘 하나님이 어떤 남자와 데이트를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혼자 있을 때 그 남자를 만나게 된다면, 그 남자는…… 하나님의 운명의 상대가 됩니다!”

뭐어어어어? 남자친구? 내가? 혼자 있는데서? 저글링들아, 더 정확히 알려주라!”

더 자세하게 말하자면, 웬 정신 나…… 끼요옹!”

 

저글링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거신에게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고, 하나는 옆 방에서 로드호그가 갈고리 던지는 연습 소리에 잠에서 깨고 말았다. 꿈의 내용을 곱씹던 하나는 오늘 뭔가 특별한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기대에 부풀어 임무 수행지를 향해 신나게 날아갔다. 하지만 오늘따라 웬일인지 멤버가 다 모이지 않아 임무 수행이 연기가 되면서 하나는 연습 전투지 하나무라에 임시 배치를 받게 됐다. 하지만 또 오늘따라 웬일인지 연습 전투지에는 하나 혼자 뿐이었다.

 

, 먼데. 아무도 없네. 어 잠깐만. 내 혼자 있다는 건, 그렇다는 건……!”

 

하나는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사실 하나는 지금까지 데이트다운 데이트를 해본 적이 없다. 어렸을 때는 게임이 좋아 거의 하루 종일 게임만 하다시피 하고 살았고 이후에는 유명세를 타게 돼서 사실상 연애를 하기에 어려운 처지에 놓였던 것이다. 그리고 하나 자체도 지금까지 연애에 큰 관심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저글링이 나타나 하나에게 계시를 내려 준 이상, 오늘 나타나는 상대에게 운명의 남자로 생각하기로 결심했다. 이렇게 하나가 상상의 나래를 펴고 있는 동안 하나의 뒤에서 덜컹 하고 누군가가 들어온 소리가 들렸다. 하나는 상기된 얼굴로 뒤를 쳐다봤다.

 

, 으아아아아악!!!!!”

이야, 오늘 깽판 치기 딱 좋은 날씨네! 그치 하나야?”

아씨 저리 가삐라! 왜 하필이면 오빠얀데?!”

워워, 거 말이 좀 심하시네! 아침부터 보자마자 왜 다짜고짜 고함이야?”

 

아무 생각 없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연습 전투 대기지로 들어온 정크랫은 갑자기 무릎을 꿇고 주먹으로 땅바닥을 치는 하나를 이해할 수 없었고, 딱히 이해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몇 분간 고뇌에 찬 얼굴로 땅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던 하나는 갑자기 미동도 없이 천장을 바라보더니 좀비 같이 터벅 터벅 정크랫에게 걸어와 천천히 말을 했다.

 

오빠야, 어쨌든 오늘 오빠야는 내랑 데이트해야 한다.”

? 뭐라고? 데이트? 디바님, 오늘 뭐 잘못 드셨어요?”

저글링의 계시라고. 내 뜻과 상관없이 데이트를 해야 할 것 같다.”

하하, 하나야……. 이 오빠는 꼬맹이한테 관심 없다.”

아 내도 아무 여자한테 추근대는 남자한테 관심 없다. 오빠 저번에도 메이 언니랑 트레이서 언니한테 작업 걸다 차였제? 뒤에서 다 비웃고 있다!”

꼬맹이가 어른들의 심오한 세계를 알 리가 없지. 가서 과자나 먹고 게임이나 하세요, 꼬마 아가씨.”

 

하나는 한심하다는 듯이 정크랫을 쳐다봤다. 그런데 그 순간 정크랫이 다르게 보였다. 예쁜 금발에 화르륵 타오르는 불, 매처럼 날카로운 눈빛, 스마일이 돋보이는 패션 감각, 은근히 돋보이는 근육질의 몸, 섹시한 의족, 그리고 새하얀 이가 드러나는 웃음까지 모든 게 이상하면서도 잘생겨 보였다.

 

저글링 요정들이 분명 내한테 마법을 건 거야. 그렇다면 무조건 데이트를 해야겠다!’

 

하나는 지금 평소보다 조금 더 강하게 뛰고 있는 심장 또한 저글링 요정의 마법이라고 생각하며, 정크랫을 쳐다봤다.

 

, 뭔데? 왜 그렇게 쳐다봐?”

오빠야……. 내 지금까지 한 번도 데이트해 본 적 없거든?”

푸훗, 누가 너 같은 게임 폐인이랑 데이트를 하겠어?”

“…… 그러니까 오빠가 오늘 데이트 연습 상대 좀 해주라.”

이건 또 뭔 소리래?”

어차피 적팀도 안 들어왔는데, 할 것도 없잖아. 내랑 데이트하자.”

얘가 오늘 진짜 왜이래?”

 

정크랫은 손사래를 치면서도, 본능인지 호기심인지 하나를 새롭게 쳐다보는 자신을 멈출 수 없었다. 부드러운 피부, 오목조목한 눈코입, 윤기 있는 머리카락, 자신보다는 아담한 키에 잘 빠진 몸매……. 폐허 속에서 정신 없는 시간을 보내 온 자신에 비하면 하나는 정원에서 사랑을 먹고 자란 예쁜 꽃과 같았다. 그리고 문득 이번 년도에는 영 수완이 좋지 않아 데이트를 제대로 못했다는 씁쓸한 사실도 떠올랐다.

 

, 그래 까짓 것 해보지 뭐. 영광인 줄 알아라 꼬맹이. 이 오빠가 그래도 나가면 한 인기하고 다닌다!”

아 그렇나. 뭐하고 다니는 데 여자들이 그리 좋아하대?”

그러니까……. , 꼬맹이 한 5살만 더 먹고 오면 알려주도록 하지 후후.”

“???? 먼데? 아 기분 나쁘게 하지말고 말해봐라!”

트레이서하고 데이트 주선해주면 알려줄게. 메이도 괜찮고!”

저번에 트레이서 언니하고 얘기했는데, 얼굴부터 좀 씨까다니라던데?”

“…….”

 

투닥거리며 길을 걷는 동안 벚꽃잎이 춤을 추듯 두 사람의 주변을 아름답게 수놓았다. 따뜻한 햇빛, 시원한 바람, 아름다운 벚꽃과 함께 둘은 첫 번째 거점에 도착했다.

 

하나야, 할 것도 없는 데 좀 앉아 있자.”

앉는다면서 왜 눕는데?”

몰라, 앉으려고 하면 자꾸 눕게 되네.”

헤헷, 하여튼 오빠는 이래 저래 이상하다.”

이상해야만 살아남는 곳에서 커서 그런가보다. 너같이 곱게 자란 애들은 잘 모를거야. 알 필요도 없고…… 알아서도 안되겠지. 알게 하고 싶긴 하지만!”

뭔 소리 하는지 모르겠다……. 아 맞다, 근데 왜 맨날 나쁜 짓만 하고 다니는데? 좀 안 하면 안되나? 보니까 뭐 만드는 거 잘하는 것 같던데, 톨비 할아버지처럼 좋게 사용하면 좋을텐데.”

좋은 것과 나쁜 것, 그런 건 개나 줘 버려. 즐거운 걸 하고 살면 되는 거야.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아. 아무리 원해도 이미 사라져 버리고 없기도 하고.”

헤헷, 그럼 내도 전쟁 없는 데서 게임만 하고 살고 싶다. 진짜 좋을텐데!”

안 좋은 기억을 떠올리는 듯 천장을 무심히 바라보던 정크랫은 자기를 보며 밝게 웃고 있는 하나를 흘끔 쳐다보았다. 문득 하나가 따스한 햇살처럼, 시원한 봄바람처럼, 여리고 여린 벚꽃잎처럼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정크랫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입을 벌리고 가만히 누워있자, 하나는 자신의 얼굴을 정크랫의 얼굴에 가까이 가져다 댔다.

 

? ? 뭔 생각 하는데?”

…….”

 

정크랫과 하나는 서로를 그렇게 잠시 동안 마주보았다. 잠시 눈을 감았던 정크랫이 다시 눈을 뜨고 침을 꿀떡 삼키는 순간 갑자기 벚꽃 나무 쪽에서 우당탕탕 하는 큰 소리가 들려왔다.

 

라인님, 솔저님! 전투지 입장은 무조건 등록부터 하고 들어오셔야 돼요! 이렇게 살금 살금 몰래 침입하시면 안된다구요!”

정크랫 네 이놈! 세상에서 제일 불순한 놈! 너는 오늘 내 망치로 참 교육을 받아야 한다!”

라인님, 저 망할 놈이 난리를 치면 제가 생체장으로 구해드리죠. 제 총도 쓰셔도 됩니다. 전 나선 로켓을 날리겠습니다.”

아아, 두분 다 진정 좀 하세요! 도대체 숨어서 뭘 보셨길래 이 난리시람!”

 

하나는 문 쪽에서 시뻘개진 얼굴로 길길이 날뛰고 있는 라인과 솔저, 그리고 그 둘을 힘겹게 말리는 전투지 담당자를 금방 찾아볼 수 있었다.

 

하하하, 오빠 오빠 저기 좀 봐봐! 라인 할아버지하고 솔저 아저씨가? 정크랫 오빠?”

 

하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정크랫은 덫과 지뢰만을 남긴 채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정크랫을 찾아 이리 저리 살펴보던 하나는 문득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렸다.

 

뭐야, 그러면 여기에는 정크랫 오빠랑 나랑 둘만 있던 게 아니잖아? 오예! 그러면 저 오빠는 내 운명의 상대가 아니라는 거네?! 아아아아, 진짜 진짜 다행이다!’

 

하나는 앞으로 한동안은 연애 생각은 하지도 않고 게임과 일에만 전념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알 수 없는 이유로 화가 난 라인과 솔저를 피하기 위해 부스터를 써서 어디론가 날아갔다. 정크랫을 봤을 때 두근거리던 심장도, 둘 말고 다른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에 살짝 아쉬워한 자신의 모습도 모두 저글링의 마법이라고 생각하면서. 라인과 솔저가 거점에 도착했을 때는 몇 장의 벚꽃잎만이 날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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