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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오버워치 일지 - 바스티온은 사랑과 관심이 필요해
게시물ID : overwatch_3139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베리떼
추천 : 2
조회수 : 27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9/02 23:3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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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바스티온은 지금 단단히 뿔이 나있다. 살만 있었어도 볼에 바람을 한 가득 집어 넣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 동안의 임무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이지 못한 바스티온은 오늘 66번 국도 수비 임무에 대해서도 별 기대가 없었다. 그런데 이게 웬 걸, 오늘따라 총을 쏘는 족족 적군들이 나가 떨어졌다. 조금이라도 더 살아보려는 생각에 힐팩 옆에 경계 모드로 자리를 잡고 있는데 적들이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것이었다. 이렇게 평소보다 잘 풀리는 임무라면 기분이 좋아야 하겠지만, 바스티온은 오히려 뾰로통한 심정이다.

 


아군이 지원만 해 줘도 훨씬 더 잘 할 수 있을텐데.’

 


그렇다. 임무 시작 순간부터 바스티온은 혼자서 외로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중이었다. 로드호그, 겐지, 맥크리, 위도우, 메르시, 그리고 바스티온. 자신을 치료해 줄 힐러, 그리고 자기 대신 앞에 나서 몸빵을 해줄 수 있는 로드호그가 있다는 사실에 안심하고 있었지만, 이는 한낱 희망에 불과했다. 오늘따라 유독 몸이 안 좋아 총 몇 발만 쏘고 나면 굴러다니는 맥크리,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얻어 터져서 돌아오는 겐지, 너무 잘 보이는 곳에 숨어 총도 쏘기 전에 흠씬 두들겨 맞은 위도우를 치료하기 위해 메르시가 너무나도 정신이 없던 탓이었다. 로드호그는 자신만의 계획이 있는지 구멍이 난 곳만 있으면 생쥐처럼 그 곳에 들어가 밖으로 나올 줄을 몰랐다. 와중에 더 화가 나는 사실은 시간이 남은 메르시는 바스티온에게 와주지 않고 오히려 로드호그에게 쪼르르 날아가서 궁을 채우고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메르시의 부활 궁이 중요하다는 것도, 숨어서 사냥하는 로드호그의 갈고리가 강력하다는 것도, 겐지와 맥크리가 열심히 돌아다니며 주변 정리를 해야 한다는 것도, 위도우가 시행착오를 거쳐 최적의 자리를 선정하면 엄청난 병기가 된다는 사실도 바스티온은 머릿 속으로는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로 자기 혼자만 낙동강 오리알처럼 길바닥에 혼자 내버려진 건 너무나도 속상한 일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을 적들도 어느 정도 눈치챈 것 같다.

 


님들, 저기 봐봐요. 저 바스티온 또 혼자 있네요?”


라인도 없고, 주변에 지원군도 없고. 오늘의 바스는 그냥 깡통이네요.”


그리고 저 바스, 왜 저렇게 잘 보이는 데 자리를 잡고 있죠? 자기 좀 죽여달라고 부탁하는 걸까요?”


겐지님, 얼른 가서 저 바스 좀 처리해 주세요. 길목에 저 바스만 없으면 화물도 금방 밀 수가 있겠어요.”


맡겨주시죠!”

 


어디선가 슬그머니 다가와 아낌 없이 용검을 휘두른 후 멍청하다고 비웃는 겐지를 쳐다보며 바스티온은 속으로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대기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으며 기다리는 동안 적군은 어느덧 제 2경유지에 다다랐다.

 


이렇게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우리 팀은 도대체 뭐하고 있는거야?’

 


바스티온은 기다리는 동안 경계 모드를 실행했다 풀었다 하며 불안함을 떨쳐 버리려 노력했다. 하지만 이 상태로라면 또 열심히 뛰어가 자리 잡아봤자 한 방에 나가떨어질 것이 불 보듯 뻔했다. 바스티온은 높은 임무 수행률에도 불구하고 협동심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 수도 없는 아군을 원망하며 아군들에게 차갑게 말을 전했다.

 


왜 저 혼자만 적진에 있는 거죠? 다들 와서 좀 도우세요.”

 


못돼 먹었다고 소문난 맥크리, 그리고 말 대신 총으로 대화하기를 선호하는 위도우를 떠올리자 입바른 소리를 해댄 것에 살짝 겁이 났지만 바스티온은 후회하지 않았다. 이렇게 말을 해서라도 한 명이라도 적진에서 도움을 준다면 그것보다 좋을 일이 있으랴……?

 


바스님, 알겠습니다. 여러분, 저는 지금부터 바스님을 집중 케어하겠습니다. 다들 알아서 힐팩 잘 챙겨드세요.”


“???”


메르시님, 알겠습니다. 그러면 맥크리와 저도 바스님의 옆에서 호위하도록 하죠.”


“??????”


방 안으로 침입하는 것들은 제가 갈고리로 다 처치하겠습니다.”


“????????????”


후방은 맡겨두세요.”


“???????????????????????????”

 


갑자기 180도 다르게 전개되는 상황에 바스티온은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설마하며 제 2 경유지 중심 건물2층에 자리 잡은 바스티온은 어느새 자신 옆에 다가와 힐을 꽂아주는 메르시를 발견했다.

 


그럼 바스님, 준비되셨죠?”


바스님, 믿습니다.”


잘 해주세요!”

 


아군의 따뜻한 응원을 들은 바스티온은 이상하게 갑자기 몸이 뻣뻣해지고, 식은 땀이 주르륵 나고, 손이 덜덜 떨렸다.

 


바스님, 죄송하지만 자리 선정 제대로 하셨나요? 사격 각이 안나올 것 같은데.”


, 그렇네요. 하하. 잘 안보이는 군요. 조금 옆으로 옮기겠습니다. 피피픽!”


바스님? 방금 쏘신 총알은 뭐죠? 근처에 적이 있었나요?”


, 아뇨……. , 그냥 연습해 봤습니다.”

 


자리를 이동하려다 자기도 모르게 총을 쏘고, 수색 경계 모드를 왔다 갔다하는 바스티온은 정신이 없었다. 그토록 아군의 사랑과 관심이 필요했는데 왜 막상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니 이렇게 눈 앞이 핑글 핑글 도는 것일까?

 


바스님, 메르시님. 적군이 다가옵니다! 다들 잘해 봅시다.”

 


좌측에서 주변을 살펴보던 겐지가 우르르 몰려오는 적군의 동향을 알리는 순간, 멀리서 짧지만 강력한 위도우의 총소리와 함께 몇몇 적군의 신음 소리가 연이어 들려왔다. 먼저 달려와서 주위를 돌아보던 적군 트레이서는 평소에는 걸리지도 않았을 로드호그의 갈고리에 걸려 굴욕을 당했다. 바스도 이제 몰려오는 적군을 볼 수 있었다. 메르시의 힐이 버프로 바뀌자, 바스는 꽁꽁 얼어붙은 몸을 어렵사리 돌려 적군을 향해 조준했다.

 


아아아아, 또 바스야! 겐지님, 바스 처리 좀 부탁드립니다.”


저는 지금 맥크리랑 붙는 중입니다. 처리 불가합니다.”


으아아앙! 게임을 하면 이겨아죠! 제가 나가겠습니다!”

 


바스티온에게 정신이 혼미해 질 정도로 맞고 있던 적군들은 아까와 달리 무언가 체계적인 공격에 당황을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적군의 디바가 풍뎅이처럼 푸르르 날아올라 2층의 바스에게 다가갔다.

 


이것도 너프해 보시지!”

 


눈 앞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자폭의 현장을 바라보며 바스는 눈을 감았다. 몇 초후면 저 앙칼맞은 디바 때문에 발걸음이 느린 메르시와 함께 죽게 될 것이다. 하지만 바스는 아까와는 달리 죽는 데도 가슴 한 켠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가장 두려웠던 건 임무 수행에 실패하는 것보다도, 있어도 있는 것 같지 않은 무관심었다.

 


가니메데스, 나는 지금 정말 행복해!’

 


사랑과 관심을 받은 바스티온은 대기실에서 살아있는 아군을 응원하고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씨익 웃음을 지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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