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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문 밖에 하얀 쥐가 있었다
게시물ID : panic_9065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어깨이불
추천 : 5
조회수 : 1626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6/09/13 22:2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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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물속에 잠긴 5층 아파트에 사는 그는 생활고에 지쳐 계단을 오르다가 생각했다. 지금 내게 있어서 가장 편한 장소는 어디일까.

그는 언제나 답답한 자신의 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있었다. 바깥은 공포스러운 일들과 지루하고 괴로운 잡무로 자신을 얽어 
한심함과 비참함의 해수면으로 자신을 밀어 올리고 있었다. 그곳을 빠져나오면 느껴야할 것은 질식에 대한 공포 뿐인데도
자신은 비참함과 한심함속에서 아늑함을 느끼며 바깥 공기를 두려워하면서 사는 한마리 잉어였다.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연못속에 사는 잉어는 항상 머리위 질식의 공포에 머리를 조아리고 눈 뜨고 잠에 드는 반면반식의 
삶을 사는데. 자신이 그것과 다름을 느끼지 못하는 그는 질식의 공기에서 부는 바람에 한심함이 출렁거리는 것을 느끼면서
하루를 조아린채 보내고 집에 가는 길이었다.

편하고 싶었다. 광고에서 말하듯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었다.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삶은 잔인하기에. Life goes on, LET"S IT BE. 삶은 자신의 모양 그대로 흘러 가기만 할 뿐이었다.
그 리듬은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 와류였다. 좀 더 잔인한 격류라면 모든 것이 평등해질텐데.
다른 사람이 아닌 대자연과 격투하며 모든 것을 자연에게 내놓는 황량하고 생존만을 위한 삶이 될텐데.

모두가 계획 없이 내일을 두려워하면서 사는 물고기의 삶을 살텐데 하면서 그는 계단을 올랐다.

어쩔 수 없었다. 모두가 그렇게 산다. 자신도 체념하고 포기하면서 격렬하게 치밀어 오르는 분루를 삼키고 그렇게 살았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허나 자신의 뜨거운 감정은 이따금 불쑥불쑥 솟아 올라서 내 눈에 눈물을 내리고.

너무나도 답답한 가슴을 끌어 안고 오늘 하루를 보내면 더욱 답답할 내일에 신음하면서 일주일을 보낼것이다.
도저히 한달을 올곧게 보낼 자신은 없다. 어느순간은 미쳐서 하루에 반항하면서 살겠지만 남 앞에선 그러지 못한다.

한심하게도 그가 화를 내는 곳은 언제나 자기자신에게 였다. 남에게는 맘 놓고 화를 내지 못한다. 
그것은 그 사람과의 관계를 걱정하는 것이 아닌 화내고 난 다음의 자신의 비참한 문장 들 때문이리라.

밤에 자기 전에 이렇게 말하면 좋았을까. 저렇게 말하면 좋았을 까 항상 남의 안색과 자신의 완벽성을 
살피면서 산다. 매일 같이 살피는 거울에 내 얼굴에 다른 사람의 눈에 띌만한 약점은 없는지 살피면서 산다.

진짜 싫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오갈데 없는 자신감이 정착할 곳을 찾지 못하고 부유하면서 자신의 얼굴이 녹아 내리도록
마음이 방조하는 것을 두고 보는 것이 더욱 괴롭다. 나는 망가질 것이다. 긴장을 놓는 순간 나는 망가질 것이다.

한 문장에 한층씩. 5층 과 6층의 계단 사이에 섰을때 차오르는 숨에 목이 막혔을 때. 자신의 아파트 계단에서 쥐소리가 났다.
쥐소리. 종이 찢기는 소리가 났다. 어이가 없었다. 오래된 아파트라고 생각은 했었지만 이젠 쥐까지 나오는 아파트라니.
계약한지 석달만에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그는 계단을 올랐다. 6층으로 올라와서 보니 그곳에는 하얀 쥐 두마리가.

아니, 열무 두개가 있었다.

쥐소리를 내는 열무 두 개가 있었다.
 그는 웃었다. 가열차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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