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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지 어릴적에..
게시물ID : panic_9067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닉넴이음슴
추천 : 19
조회수 : 1845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16/09/15 14:5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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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셋을 지극정성으로 사랑하는 대신 하나뿐인 엄마를 열열히 사모하시는 우리 친정 아부지는 어릴때 본인 표현에 의하면 똥꾸녁으로 돌을 쌀만큼 가난했다고 합니다.

그런 아부지는 무럭무럭 자라서 연상의 골드미스와 결혼후 현재까지 알콩달ㅋ..

암튼 아부지가 대략 열살때쯤 그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오십여년쯤 된 일이죠. 

아부지는 달달한걸 좋아하시지만 어릴땐 못먹었답니다. 물론 없어서..

하루는 큰 고모가 아부지한테 팥죽 두그릇 더줄테니까 뒷산가서 나무를 한짐 해오랬답니다. 사실 말이 나무한짐이지 그냥 잔가지 주워오는 정도였답니다.

아부지는 혹시 나무를 더 많이 해오면 고모가 팥죽을 더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고모 몰래 도끼를 가지고 산으로 갔답니다.

도끼는 원래 목수였던 할아버지 것으로 6척 거인으로 불리셨던 할아버지 체격에 맞춰서 다른 도끼보다 더 무겁고 큰 도끼였다고 합니다. 

어린마음에 무거운 도끼를 가지고 산에 올라간 아부지는 큰나무를 베고 싶었지만 열살 남짓 어린애한테 베어질 나무가 아니겠지요.

팥죽 세그릇은 무리인가 하는 찰나 아부지 눈에 띈것은 그닥 크지않은 나무 스무그루정도가 나란히 서있던 곳이었답니다.

아부지는 기쁜 마음에 주변도 살피지 않고 나무를 향해 도끼를 휘둘렀답니다.

어린아이에게는 너무 크고 무거운 도끼였을까요? 도끼는 나무가 아닌 아부지 다리쪽으로 미끄러지듯이 떨어져서 그만 종아리쪽 살을 뭉텅 떼버렸답니다. 

너무 아픈 나머지 도끼고 나무고 다 팽개치고 집으로 가서 집에 있는 천쪼가리로 대충 피만 안나게 묶었답니다.

저녁이 되니 슬슬 겁도 나고 다친곳이 아프기도 해서 방에 들어가 이불속에 숨어 있었답니다.

깜빡 잠이 들었다가 밖에서 소리가 나길래 들어보니.. 산 주인이 도끼를 들고 찾아오셨더랍니다.

아부지는 숨었다간 더 크게 혼날거 같아서 울면서 밖으로 나가 사실대로 말했답니다.

어른요. 제가 어른 산인줄 모르고 나무를 했니더.. 죄송합니더.. 하고는 산주인 앞에 아픈걸 참으면서 무릎을 꿇었답니다.

산 주인 어른은 

아이다. 내가 집안 어른들 산소 살피러 갔다가 도끼를 보고 찾아온기다. 어디 다친거 아이가. 하시고는 아부지한테 조곤조곤 말씀 하셨답니다.

산에 있는 나무중에 작은거 그거는 내가 산소 뒤로 병풍을 쳐놓은기다. 어른들 자리 더 편하시라고 해논기라. 어른들꺼를 얼라들이 함부로 비가고(베어가고) 카문 안되겠제. 어른들 쉬시다가 놀래서 니 겁만 줄라캤는데 도끼가 그래 큰줄은 몰랐겠지..

아부지가 베려던 나무는 산소뒤로 병풍처럼 둘러놓은 나무였고 심은지가 얼마되지 않은 것들이었답니다.

산소 근처란것도 몰랐던 아부지는 울면서 죄송하다고 빌었답니다. 산 주인 어른의 조곤조곤한 말투에 더 눈물이 났겠지요.

산 주인 어른은 일본서 가져온 약이 있다며 집에 사람을 보내 가져오게 하시고 손수 발라주셨답니다. 그리고 고모에게 돈을 얼마간 주며 약방에 가서 약도 받아 먹이라고 했답니다.

그리고 나무가 필요하면 어르신 집에 와서 심부름을 하면 나무를 주겠다고 하셨답니다.

산소 근처의 나무에 손대면 큰일 난다는 사실을 그때 깨달았던 아부지...

그 후론 산소 근처의 풀 한포기도 조심합니다.
출처 십여년후 산 주인 어른의 셋째딸을 꼬셔 결혼한 우리 아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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