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움직이는 시체
게시물ID : panic_9077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neptunuse
추천 : 16
조회수 : 3612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16/09/19 22:33:05
옵션
  • 창작글
“오랜만이네. 그렇지?”
 
폐허가 된 공장안에서 담뱃불을 붙인 난 크게 한숨을 쉬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내 말에도 녀석은 대꾸 조차 하지 않고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몇년만에 날 찾길래 왠일인가 싶었는데 이런거 때문이었어?”
 
난 공장 바닥에 널부러진 시체를 보며 작게 혀를 찼다.
 
시체는 몽둥이에 심하게 얻어맞은 듯 엉망으로 뭉개져 있었고,
 
사방으로 피가 튀어 끔찍한 그림을 그려내고 있었다.
 
골치가 아파오는 것을 느끼며 난 시체에게서 눈을 떼고 입을 열었다.
 
“그래. 뭐... 물어보고 싶은게 많긴 한데 일단 저거부터 어떻게 해야겠네.
 
자세한건 차에서 듣는 걸로 하자고.”
 
난 담배를 발로 비벼 끄고 피가 잔뜩 뭍은 삽을 집어들었다.
 
“이런걸로 내려치니 시체가 저따위가 되지... 구덩이 팔테니 물러나 있어.”
 
 
 
 
 
 
 
“손하나 까딱 안하고 쭈그려있다니. 좀 같이하지.”
 
운전을 하며 툭 내뱉은 내 말에도 녀석은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약간의 답답함을 느끼며 난 다시 입을 열었다.
 
“이제 슬슬 들려주지 그래?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도와주는건 도와주는건데 나도 이유는 좀 알아야 되지 않겠어?”
 
제법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녀석의 입이 열렸다.
 
“모르겠어. 나도 뭐가 어떻게 된건지. 꼭 귀신에 홀린 것 같아.”
 
다시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녀석은 말을 이었다.
 
 
 
 
 
“출장 마치고 돌아가고 있는데 길 한가운데 누가 쓰러져 있었어.
 
차를멈추고 내려서 가까이 다가가 보니까 저 사람이 피를 흘리면서 죽어있었어.”
 
녀석은 추운듯 몸을 움츠리고는 말을 이었다.
 
“경찰에 신고하려고 했는데 솔직히 좀 무섭더라.
 
괜히 내가 의심 받을 수도 있잖아?
 
그거 아니더라도 여러가지로 엄청 복잡해 질것 같았다고.
 
어차피 저 사람 이미 죽어있기도 했고 조금 미안하지만 그냥 모른척 지나갔어.”
 
녀석은 침을 삼킨후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그런데.... 저 시체가... 날 계속 따라왔어.”
 
 
 
 
내가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친구는 다급히 말했다.
 
“이상한 소리라는거 나도 알아. 하지만 진짜야. 끝까지 한번 들어봐.
 
그렇게 그 자리를 벗어났는데 잠시 후에 다시 길 한가운데에서 그 시체를 발견했어.
 
처음엔 길을 잘못들어서 제자리로 다시 돌아온줄 알았지.
 
하지만 그것도 아니었어.
 
시체가 분명히 움직이고 있었던 거야.
 
서둘러 산길을 벗어나려 했지만 그것도 실패했어.
 
어디를 가도 저 시체가 튀어 나왔다고.
 
시체를 피해 지나가도, 차를 돌려 다른길로 가도, 계속 저 시체가 나타났어.
 
정말 귀신이라도 홀린 기분이었어.
 
 
 
 
녀석은 숨을 깊게 들이쉰채 다시 입을 열었다.
 
“결국 포기하고 시체에게 다가갔지. 기분탓인지 날 노려보는것 같은 기분이었어.
 
찜찜했지만 난 시체를 뒷좌석에 실어놓고 차를 출발시켰지.
 
그러고 얼마가지 않아서...
 
시체가 몸을 일으켜 내게 말을 걸었어.”
 
난 고개를 돌려 녀석을 바라보았다.
 
좀 이상한 구석이 있는 녀석이란건 알았지만 이정도로 미친소리를 할 줄은 몰랐다.
 
난 녀석의 얼굴을 살피며 다음 이야기를 기다렸다.
 
녀석은 그때를 회상하는듯 눈을 감고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분명히 숨이 끊어졌었어. 죽은걸 확실히 확인 했단 말이야.
 
그런데 시체임이 분명한 그게 일어나서 똑바로 앉더니 내게 말을 했다고.”
 
‘내가 왜 죽은거지?’
 
‘넌 왜 날 무시하고 지나갔어?’
 
‘날 죽인게 누구지?’
 
‘지금 어디로 가는거야?’
 
이따위 말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고.
 
환청이라고 자신을 속일수조차 없이 명료하게 지껄였다니까!
 
그게 믿겨져? 못믿겠지? 하지만 믿어야해. 넌 내말을 믿어줘야해!”
 
 
 
 
 
“그래 알았어. 알았다고. 흥분하지마.
 
그래서 시체를 차에서 끌어내려 저꼴을 만들어 버린거야?
 
입 닥치게 하려고?”
 
친구는 대답하지 않았다.
 
“좋아. 사실 너한테 죄지은것도 있고 하니 더 묻지는 않을게.
 
그때 내가 주식정보 잘못 알려주긴 했지만 그래도 뭐 난 다 좋자고 알려준거였다고
 
어쨋거나 이번건으로 그건 내가 빚 갚은거다? 알았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는 녀석을 집까지 태워주고 나역시 집으로 들어왔다.
 
 
 
 
 
침대에 누워 녀석의 말을 가만히 떠올려 보았다.
 
시체가 자신을 따라왔다는 말.
 
몸을 움직이고 말을 했다는 말.
 
도대체가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너무나 터무니 없기에 오히려 진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친구의 말이 정말 이라면.
 
오늘 내가 묻은 시체가 땅을 헤집고 기어 나온다면.
 
엉망으로 망가진 얼굴로 비틀거리며 내 집을 찾아온다면...
 
끔찍한 상상에 진저리를 치곤 눈을 감았다.
 
 
 
 
 
난 긴장된 표정으로 내 앞에 앉은 형사를 바라보았다.
 
생각에 잠겨있던 형사는 기가 차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당신은 친구를 도와서 누가죽였는지 모르는 시체를 묻은거 뿐이다?”
 
난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맞습니다.”
 
형사는 허탈한 웃음을 지어내며 말을 이었다.
 
“시체를 엉망으로 만든 이유는 시체가 제멋대로 돌아다니고 벌떡 일어나서 친구에게 말을 해서고?”
 
난 고개를 숙이고 대답하지 않았다.
 
“그 움직이는 수다쟁이 시체를 땅에 묻고서 친구를 집가지 바래다 줬다.
 
삽과 현장부터 시작해서 당신 차 안 까지 친구의 지문은 없고 온통 당신 지문 뿐이지만 그건 그냥 우연이다.
 
친구가 타고 왔다는 차도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고 왜 신고를 안하고 시체를 끌고다녔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에겐 아무런 죄가 없다.... 뭐 이런 얘긴가?”
 
 
 
 
토할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난 작게 대답했다.
 
“하지만 확실히 저에겐 그렇게 이야기 했어요.
 
아무래도 그 친구가 거짓말을 한것 같습니다.
 
전 아무런 잘못이 없어요. 범인은 그 친구일 겁니다.
 
저도 속은게 분명하다구요.”
 
형사는 깊은 한숨을 쉬며 내게 조금 가까이 다가오며 말했다.
 
“이봐. 당신 친구는 그 시간에 집에서 식사 중이었다는 가족들의 증언을 확보했어.
 
그친구도 오랫만에 안부차 당신한테 전화했을 뿐 몇년간 본적 없다고 했다고.
 
그런데 당신은 어때?
 
증언은 앞뒤도 맞지 않고 허무맹랑하기만 한데다 알리바이도 없고
 
흉기에서 부터 그 시체에다 현장 까지 당신 지문이 수두룩해.
 
그렇다면 상황이 어떻게 된걸까?”
 
형사는 내 눈앞에 흰색 약병을 올려놓았다.
 
“이게 뭔지 알지? 당신 차에서 나왔어. 조사해보니 환각제더구만.”
 
갑작스레 오르는 혈압에 난 눈을 감았다.
 
친구가 차에 탔을때 몰래 떨어뜨려 놓은것이 분명했다.
 
 
 
 
“이러면 모든게 설명이 되지.
 
거하게 약을 하시곤 시체가 움직인다면서 죄없는 사람을 두들겨 패 죽이고는
 
몇년만에 전화온 친구에게 죄를 다 뒤집어 씌우시겠다?”
 
욕지거리가 나왔다.
 
더이상 빠져나갈 구멍이 보이질 않았다.
 
움직이는 시체이야기를 시작으로 모두가 날 정신나간놈으로 보고 있었다.
 
이제 내가 무슨 변명을 하든 내말은 다 약쟁이의 헛소리로 취급할게 분명했다.
 
과거 내 멱살을 잡고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며 고래고래 소리지르던 친구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래도 지금은 어떻게든 사태를 수습하고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내 실수는 생각보다 훨씬 더 녀석에게 큰 시련을 줬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 친구는 내 생각보다 훨씬 더 나를 미워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며칠동안 내심 두려움에 떨며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한 내자신을 비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역시 움직이는 시체따위 있을리가 없었다.






By. neptunuse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