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노가다 현장 정복기
게시물ID : economy_2158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뒷북.매니아
추천 : 10
조회수 : 2665회
댓글수 : 38개
등록시간 : 2016/10/04 20:39:21
옵션
  • 펌글

가끔 간단하고 평범한, 또는 제가 경험해봤던 글 몇 개 적었던


40대 중반의 엠팍 올드 유저입니다.



사업 실패와 그에 따른 스트레스성 대인기피 등(이런 성격이 전혀 아니었는데 말이죠....)


외부와의 모든 연락을 차단하고 두문불출하다 


늘어난 체중(185cm-83kg  ===>98kg)에 도저히 이렇게 살아서는 안될 것 같아


현장이라도 나가봐야겠다 싶어 안전교육 받고 난 후


7월 5일 처음 조적(벽돌) 운반 일을 해봤습니다.


그날 6시간 6천장, 다음날 7시간 8,600장 운반하고


다음날 제 몸이 말을 듣지가 않더군요..


난생 처음 겪어봤던 체력 완전 방전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지금 보다 더 힘들었던 젊은 시절에 광주광역시의 모 중학교 신축 현장의 벽돌을 


저 혼자 "대모도" 해줬던 체력은 다 어디 가버렸는지....


아..이대로 끝나는가? 나는 재기할 수가 없나??? 자괴감에 정말 많이 힘들더군요.



이대로 멈출 수가 없기에 그날 쉬고 근처의 용역업체에 전화해  한달 넘게


현장 청소하며 체력을 길렀습니다. 


몸무게가 5주간 10kg이 빠지고 계단을 오르내릴 때 보면 시작했던 날들 보다


몸이 제법 가벼워지더군요.


이제 힘은 남아도는데....쉬운 일 하면서 10만원씩 벌어가는 것이


제 상황에서는 부족해 보여 뭘 할 수 있을까 찾다가 우연히 근처 아파트 현장에서


제가 할 수있는 일이 있기에 도전해봤습니다.


아파트 샷슈에 붙은 정식 난간이 설치되기 전에 임시로 근로자들 안전을 위해


설치하는 발코니 난간대 설치 일명 안전시설.


다른 용역들이 4명 들어와 처리하는 일을 저와 같이 일하면서 알게된 동생이랑 둘이서


사흘동안 잘해나갔습니다.


그랬더니 이곳 계속 나오라고 했고 퇴근은 오후 3시에 시켜준다는 겁니다.


일 시작한 후 정확하게 7일째 날 소장한테 말해


계산기 때려보면 아시겠지만 우리 2명이서 일하는 것이 일반 용역 4명 부른 것 보다


생산성,효율성 훨씬 뛰어나지 않느냐 말하며 Pay 인상 또는 업무량 축소를 원했습니다.


다음날 부터 7시 반~11시 반  하루 평균 4시간 일하고 일당 10만원짜리 


자칭 "기술자"가 되었습니다. 



여기 현장의 시스템은 소장+반장 두명 다 일해본 경험이 거의 없는 사람들이었고


아침 조회 직후에 업무지시할 시간, 일 끝내는 시간 합해서


대화할 시간이 30초되 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어떤 날은 10시에 끝내고 장갑 벗으니까 


얼굴이 심히 당황해하면서도 놀래더군요....



현장 일 25일 정도 정말 열심히 일했습니다.


같이 일하는 동생녀석이 우리 일하는 양이 많다.


또, 그전 오합지졸의 용역들 보다 지금 소장이 인건비 지출이 훨씬 적게 한다.


우리가 일 시작후 일주일 지난 후 1차 임금,근로환경 건의를 했을 때


소장이 우리 말을 들어줬다...


우리 입장에서 손해볼 장사 아니니까 2차 제안을 해보자는겁니다.


저는 이때 이미 오전에 일 끝내니까

집에서 점심먹고 쉰 후  차로 20분 거리의 공장에서


17시부터 5시간 10만원 받고 투잡을 시작했던 때였습니다.


말이 공장이지 주간 현장보다 더 극심한 3D 업종이며


저 오기전에는 매일 사람들이 바뀌었으며 면접 대기 중에도 못하겠다고 가버리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제가 거기 원청,용역 업체의 추천으로 난생 처음 노가다 "반장"이라는 타이틀을 획득한 후 부터


인력 이탈 없이 항상 근무하던  사람들이 계속 나옵니다.


왜냐구요??


제 벌이가 그들 외부 요인 때문에 봉쇄된다면(원청-하청간 계약 해지로 실직) 안되겠기에


시간,업무 강도 가장 심한 업무를 제가 직접 해나갔습니다.




다시 주간 현장으로 가보죠.


주간 현장에서 하루 평균 4시간 일하고 10만원 받으니


야간 일과 합치니까 쏠쏠한 정도를 넘어서더군요.


힘들게 버텨왔던 시간보다 


움직이면서 각오하고 참고 머리쓰니까...뭔가는 돌파구가 생기는 것 같더군요...


주간 현장의 별 능력 없어 보이는 소장이 2차 제안을 거절하더군요.


각본상 우리는 이미 야간 일이 있으니 여기서 우리 둘다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계산기 두드려보면 소장이 우리 둘을 내칠 수가 없다고 결론 내렸었죠...


이때는 이미 주간 일 하는 동생을 야간에 같이 일하자고 해 함께 투잡을 뛰고 있는 상태였죠.


현장 소장이라는 사람이 자재 재고파악도 못하고


마대자루 몇 개인지만 파악하면 될 부속 재고 파악도 안하고 


모바일게임하며  컨테이너 사무실에서 잠만 잡니다....


동생에게 이번주까지 일하고 그만두기로 했다고 말했더니


이친구가 태로를 싹 바꾸는 겁니다...........


뒤통수를 맞았죠..


뭐, 너, 나 생각하는 방식이나 계산하는 주머니 사정이 다르니까 그런갑다 하고


넘어갔습니다. 


저녁일하러 출근할 때 보는 그녀석 얼굴이 꼴보기 싫어지더군요......


같이 일할 때 그친구가 100개를 처리하면 저는 140개 정도 처리했는데....


자신이 스스로 인정했으면서 제가 각종 편의는 다 봐줬는데도


의거 후 돌변하니까 참 괴심하더군요 ...ㅎㅎ



저는 나왔고 그친구는 계속 일합니다.


아 물론 제가 나와으니 그녀석도 어느 누구와(친척 형이라고 한듯) 2인 1조로 일을 해나가겠죠.


저는 기존 현장보다 일 더 많이하면서 돈을 더 벌고 싶었기에


 해당 일을 찾아 현장을 찾아 돌아다녔습니다.


이정도 일처리를 해낸다. 일당 얼마 주실겁니까????


2번째 찾아갔던 곳의 소장이 이쪽 필드에서 가장 큰손이랍니다.


제가 이정도 시간에 이정도 코스로 이정도 업무량을 해냈습니다.


함께 일했던 동료와의 업무 처리 능력은 제가 이정도로 더 앞섰습니다.


전에 있던 현장에서는 경험이 고작 25일 정도 일했습니다.


간단히 설명했더니 이분이 계산기를 혼자 두드리더니...


12만원이 이쪽 필드 최고 일당이라는 겁니다.


기존 직원들,고정으로 들어오는 용역아저씨들 때문에


야리끼리(업무 할당제-지정된 일 끝내면 바로 퇴근)는 안된다고 까지 합니다.


그래서 저도 "썩소"를 지어보이며   


저는 제 일처럼 현장일을  했습니다.


멍한 소장이 못/안하고 있던 재고 파악까지 해줘도


그치는 이게 자신의 벽을 허물고 치고 들어오는 제가 싫었나


그만둔다 하니까 잡지를 않더군요.....


그냥 투잡하는 저녁 일이 있으니까 다른 일 찾아보겠습니다...


응대 고맙습니다 하고 나오려니까


소장이 저를 잡더니 업무시간 대비하면 패이는 적지만


4시쯤에 퇴근하고 비계(아시바) 업무까지 배워 일한다는 조건으로(아시바 업무가 많지는 않습니다.)


저에게 일급 조정을 해주더군요.


결과적으로 제게는 더 좋은 결과가 되었지요.



예전 현장에서는 업무 지원이 거의 제로에 가까웠는데


여기는 제가 혼자 알아서 할 수 있게 사실상의 오야지인 젊은 주임들 2명이서


미리 일할 준비 싹 해놉니다.


저는 제가 맡은 일만 시공하면 됩니다.....


하루에 2시간 정도는 제가 앞전 현장에서 해보지 않았던 일을 주임들과 함께 합니다.


어려운 일,힘든일이 아닙니다. 


아마도 이달에 비계를 배울 것 같습니다.


제가 하는 일이 아파트 발코니 난간대 설치하는 일입니다.


검붉은 색 기둥과 파이프를 엮어서 골조 타설된 후 굳으면 알폼 제거한 후 


실내에서 일하는 근로자들 추락을 막기 위해


추락위험이라는 노란색 띠와 함께 설치해야하는 발코니 난간대...


업종이 안전시설이랍니다.



특정한 기술 없이도 기본 이상의 체력과 의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최단시간에 생산 효율을 내려는 집념만 있다면


아...그러고 보니 위에 말한 것들이 꼭 군인정신 같네요........




주간 업무시간 7시간(빡세게 저 혼자 4시간 + 동료와 같이 널럴하게 3시간) 일하면


10월달 하루 13만원, 11월 일당 15만원/ 11월말에 다시 일당 협의하자 했구요.


야간 업무시간 5시간(고강도 3시간 보통 업무 2시간)==주 5일.



이렇게 뺑이까면 한달에 약 550~600만원 정도 가져갑니다.


제가 재기하기엔 턱 없이 부족한 금액이지만


뭐라도 해서 다음을 설계하자 계획하며 시작한 현장일 치곤


엄청난 돈이라 생각해 만족하며 힘들어도 제법 잘 버텨나갑니다.


전에 일했던 현장에서는 밥값을 따로 주기에 이걸 아껴보려고


아침에 사과 하나 먹고 점심은 일 끝내고 들어와 씻고난 후 집에서 먹으니


하루에 1만원이 세이브 되더군요....ㅡㅡ;;


지금은 오후 4시쯤에 퇴근해 10분거리의 집앞의 공원에 가면


집시람이 사과,자유시간 ㅠ ,홍삼음료 타서 나와 있습니다.


완전 공구리 치는 사람처럼 심각한 차림이지만 


저도 아내도 짧은 간식시간 10분이지만 행복해합니다.


간식먹은 후 20분 거리의 공장으로 갑니다.



퇴근 후 집에 도착하면 10시에서 10시반입니다.


씻고 간단한 저녁 먹으면 11시


김형준/이창섭의 메이저리그 칼럼 읽고 그날의 바둑대회 기보 검색하면서


나도 모르게 골아 떨어집니다.


다음날 어김 없이 새벽 5시쯤에 일어나 "즐겁게" 하루를 맞이합니다.




아..위에 잠깐 열거했던 그 동생은 제가 나가니깐


친척을 데려와 함께 일한다 합니다.


저와 함께 일할 때에는 오전 11시~11시반에 퇴근했는데


지금은 3시에 퇴근한다 합니다.


제게 옮긴 현장의 근무 형태는 어떠냐고 물을때 이녀석이 내게 말해주더군요.....


웬지 꼬소하더군요....


전에 일했던 현장에서는 자제가 부족하면 아파트 동의 반절이 호이스트가 설치 안되어서


하루에 2회 정도 10층~14층까지 부족한 자재를 짊어지고 올라가야 했습니다.


지금은 그런 일 전혀 없다 말해줬습니다...이녀석이 엄청 부러워합니다......




아마 기억하신 분들 계시겠지만 


제 인생 첫번째 위기가 찾아왔을 때 북한에서 1년 일을 했습니다.


KEDO 경수로 사업.


그러다 최근 사업 실패와 건강악화로 고난의 세월을 걷다


이대로 쓰러지기엔 제가 그간 살아왔던 일들 생각하니까 너무 아깝더군요.


다시 재기해봐야 겠다..


일주일에 2만원 정도 투자하는 토토로는 승부 못보겠다 ㅎㅎ 싶어  7월 5일에 처음 "노가다"에 나갔습니다.


일시키는 사람, 함께 일하는 사람, 생각과 뜻이 다르지만


저와는 비슷했던 점 보다는 저와는 많이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놀랍기도 했구요..


저를 믿고 저의 업무 능력에 확신을 갖는 사람도 있고(지금의 주간 현장 소장님)


자신이 지키고 싶어하는 선을 넘고 용역 답지 않은 일들을 해나가는 저를 보며


"저 친구는 여기 소장자리 탐나서 저리 혼자 열심히 한다냐??'고


위의 동생에게 조소 섞어가며 말했다는 좀 문제 있어보이는 소장.....


또, 부추기기만 하지 앞에 나서서 아무 말도 안하면서


함께 주도했던 2차 임금/근무환경 개선에 대한 제안의 결과를


저한테 총알받이만 시키고 자신은 쑥........빠저버린 예전 동료...


지금까지 현장 약 70일 정도 나가면서 저 혼자서 엉덩이 깔고 앉아


담배 피워본 적 한번도 없는 제가 이상한 것은 맞지만....


또 위의 그들이 보기에 '참 저 사람 피곤한 스타일이구나' 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저는 달려야 하고


저는  몰락하고 쓰러지고 찢겨진 제 자존심의 가치를 


언젠가는 회복시켜야한다는 마음에 이를 악물고 일한답니다.


소장이나 동료에게 잘 보이려고 진짜 제 일처럼 일해왔던 것이 아닙니다.


지난 날들 반성하며 땀속에 눈물 흘리며 지금의 악화된 상황때문에


보고 싶은데 볼 수가 없는 그리운 사람들 생각하며


또 저 때문에 힘들어할 사람들 생각하며 반성하며


정말 죽을 힘을 다해 일해나갑니다.



예전 저희집이 농사를 엄청 많이 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때 이미 경운기 몰고 동네 품앗이를 갔어야 했던 제 어린이 시절도 있었구요.


멍청하지도 게으르지도 누구를 해하지도 않았지만


살아오면서 실수하고 좌절하고 생각치도 않는 삶의 암초를 만나 좌초하고


망망대해에 혼자 놓여 좌표를 잃고 방황해봤습니다.


어머니께서 예전 같이 밭일 하면서 해주셨던 말씀을 일하면서 항상 생각합니다.


아가...세상에서 제일 게으른 것이 뭔지 아냐???


바로 눈이란다....


어메 저 큰 밭을 언제 간다냐....뭐시여 저 많은 일을 나보고 다 혼자하라고????


이번 일 아니더라도 살아보니까, 경험해보니까 


정말 맞는 말씀 같더군요.




점심 먹은후 잠을 자면 몸이 나른해 오후 일과 


야간 일하는데 힘들 것 같기에 차에서 그냥 버팁니다.


힘들더라도 점심 먹은 후 엠팍 눈팅을 가끔합니다.


여기 오신 많은 회원분들 각각의 인생이 있고 살아가는 길이 다를 것이며


노력하려는 방향과 생각하는 뜻이 다르겠지만


지금 힘들더라도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같이 힘내서 살아갔으면 합니다.



저는 달리기는 항상 꼴등을 했습니다.


몸도 좀 컸구요.


하지만 지금 그리고 앞전 현장에서 일할 때 수백명의 인부들 중


제가 가장 빠른 걸음으로 현장을 걸어 다닙니다.


40kg 정도의 자재를 들처매고 14층 계단도 쉬지 않고 오를 

출처 http://mlbpark.donga.com/mlbpark/b.php?p=1&b=bullpen2&id=6122586&select=title&query=&user=&reply=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