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미국 마트에서 울 뻔 했어요
게시물ID : emigration_210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이국의Alice
추천 : 10
조회수 : 2691회
댓글수 : 68개
등록시간 : 2016/10/09 01:36:39
이민을 원해서 온 것은 아니지만, 어쩌다보니 공부하고 직장을 잡게 되어 눌러앉았습니다.
하지만 현직장에서 H1b (워킹비자) 신청은 OPT (조건부 학생비자?) 반년 지나고 난 뒤에 해주겠다고 해서 여전히 F1 비자 상태입니다.

주마다 좀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주는 F1비자로 운전면허가 최장 1년밖에 연장되지 않습니다.
면허 갱신할 때마다 미국 관공서 중에서도 불친절하기로 유명한 DMV에 가서 끝도없는 줄을 서고,
25불씩 꼬박꼬박 내면서 갱신하는 것도 정말 짜증나는 일이지요.

어제도 고작 내년 5월까지의 운전을 위해 면허를 갱신하러 갔지요.
구 면허증은 모서리를 잘라 못 쓰게 만들고, 새로운 면허증은 우편으로 날아오고, 
그 공백기간 들고다닐 임시면허를 출력해줍니다.

오늘 아침에 베이킹을 하려고 럼을 한 병 사러 마트에 갔습니다.
나이는 한참 먹었지만, 어쨌든 ID를 보여줘야 했기에 임시면허증 출력한 것을 들고 갔지요.
다른 건 없냐길래 내가 장보러 가면서 여권을 들고 갈리도 없으니 없다고 했더니 매니저를 부릅니다.
매니저는 오더니 크레딧카드 있으면 보여달라길래 보여줬죠.
그랬더니 두말않고 그냥 오케이, 하고 승인해줬습니다.

절차상 매니저를 부를 수 있겠죠.
캐셔가 새로와서 뭘 모를 수도 있구요. 그 캐셔는 아마 살면서 이런 거 처음 봤을지도 몰라요.
근데요,
마치 서류위조한 불법체류자 보듯 하던 그 눈빛,
너네 나라로 돌아가,하는 듯한 그 경멸하는 눈빛,
그 소름끼치게 차가웠던 그 눈빛은 아마 한동안은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을 것 같네요.

공공연하게 트럼프 지지하는 사람들 많은 텍사스라 더 그럴 수도 있지만,
기분 좋게 베이킹하려던 주말 아침부터 기분이 너무 안 좋네요.

한국이 살기 힘들다는 거 잘 알고, 나름 한국에서 가장 힘들다는 직장에서 1년 버티다 죽을 것 같아서 도망치듯 유학나온 사람이지만,
사람들 속에 묻혀 있을 때, 아무도 나를 별다르게 쳐다보지 않는다는 그 익명성이 보장되는 내 나라가 그립네요 ㅠㅠ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