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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
게시물ID : panic_9109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neptunuse
추천 : 15
조회수 : 213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10/09 20:2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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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열심히 삽질을 하던 나는 주머니에서 울리는 휴대폰 벨소리에 주변의 눈치를 살폈다.
 
일하다 말고 전화를 받길 벌써 여러 번.
 
같이 일하던 사람들은 이제 노골적으로 눈총을 보내고 있었다.
 
사별한 아내 대신 혼자 막노동으로 아이를 키우는 내 입장을 알다보니
 
다들 어느 정도 배려해 주지만 아무래도 오늘은 정도가 심했던 모양이다.
 
그렇다고 집에 혼자 있는 어린 아들 전화를 안받을 수도 없어서
 
연신 죄송하다고 말하며 현장을 벗어났다.
 
여보세요.”
 
 
 
 
아빠. 빨리 오면 안돼? 형이 또 이상해. 배가 고픈가봐.”
 
아들의 공포스런 목소리에 난 한숨을 쉬었다.
 
아들. 아빠가 얘기했지. 괜찮을거라고. 그러니 아무런 걱정하지 말고 씩씩하게 있어.”
 
내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전화기 너머에선 다시 아들의 울먹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이 방 안에서 막 벽 두드리고 소리 지르고 이상해.
 
아까 먹을거 방안에 던져 줫는데 모자른가봐. 빨리 들어와. 나 무서워.”
 
 
 
 
 
태어날 때부터 지적 장애가 있었던 형을 둘째아이는 무서워했다.
 
방안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잘 잠궈놓고 있긴 했지만
 
아무래도 존재 자체가 아들에게 공포심을 주는 모양이다.
 
무서워하는 아들을 위해 가능하면 일찍 들어가고 싶어도 막상 돈을 벌기 위해서는 대부분의 시간을 나와서 일을 해야 했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시간을 아들은 형과 함께 집에 머물러 있어야 했다.
 
아들에게 미안하고 안쓰러운 감정이 들었지만 오늘 아들의 태도는 조금 심한 듯 했다.
 
 
 
 
아빠가 오늘만 벌써 몇 번이나 얘기했지?
 
네가 무서워 할 이유는 아무것도 없어.
 
그러니까 이상한 상상 하지 말고 얌전히 있어. 알았지?
 
최대한 일 빨리 끝내놓고 들어갈 테니까. 약속할게.”
 
전화가 올 때마다 이야기 했던 말을 다시 한번 말해주며 아들을 달래었다.
 
이제 한번만 더 전화가 오면 크게 한소리 들을게 뻔했다.
 
멀리서 날 노려보는 동료들의 눈길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아니야. 아빠. 형이 진짜 이상하다니까. 나 너무 무서워.
 
지금 바로 와주면 안돼?”
 
처음과 똑같은 아들의 말에 난 확하고 짜증이 일었다.
 
난 터질 것 같은 분노를 억누르며 말했다.
 
 
 
잘 들어. 네가 형을 무서워 하는건 충분히 이해해
 
그동안 집에서 방에 갇힌 형이랑 같이 있는게 고통스럽고 힘든 일이었단 것도 다 알아.
 
확실히 트라우마가 생길 만도 해.
 
그런데 말이야.”
 
난 말을 멈추고 격양된 감정을 간신히 억눌렀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마쳤다.
 
네가 그토록 무서워하는 형은 이미 죽었어. 알아들어?
 
이젠 없다고. 그 집엔 너 혼자 뿐이야. 이해하겠어?
 
도대체 몇 번이나 말해 줘야돼?
 
그러니 제발 진정하고 아빠 일 끝나고 돌아갈때 까지 얌전히 있어. 알았어?”
 
신경질적으로 전화기를 끊은 나는 서둘러 현장으로 돌아갔다.
 
 
 
 
따끈한 봉지를 손에들고 현관을 들어서니 집안은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고 조용했다.
 
낮에 아들에게 화를 낸게 내심 미안해서 아들이 좋아하는 치킨을 사가지고 들어오는 참이다.
 
봉지를 주방에 내려놓고 아들방으로 향했다.
 
아들은 침대에 웅크리고 누워서 잠을 자고 있었다.
 
한참을 울다가 잠이 들었는지 베게가 다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안쓰러운 마음에 아들의 머리칼을 쓸어내었다.
 
 
 
 
정신지체가 있는 아들을 평생 돌봐야 한다는 부담은 내게는 견딜 수 없이 큰 두려움을 주었다.
 
죽은지 오랜시간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형이 살아있다 믿으며 무서워하는 것을 보니
 
아들에게도 형의 존재는 두려움 그 자체 였던 모양이다.
 
비록 지금 첫째는 죽고 없지만 아들은 아직 그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형이 살아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불안함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먹고살기위해 너무나 바쁘고 피곤하지만 앞으로는 아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려야겠다고 생각한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세요?”
 
 
 
나 건너편 사는 사람인데, 애좀 조용히 시켜줬으면 해서요.
 
하루 종일 시끄러워서 살 수가 없어.”
 
오며가며 본적있는 건너편집 아줌마가 짜증스런 얼굴로 현관 앞에 서있었다.
 
아들이 공포에 떨며 제법 소란을 떨었던 모양이다.
 
. 죄송합니다. 제가 집에 없어서 애가 많이 불안했나봐요.
 
조심하겠습니다. 아이는 이제 잠들었습니다.”
 
내 대답에 아줌마는 짜증이 나는 듯 쏘아붙였다.
 
아니 잠들기는 뭐가 잠들어. 지금도 애 소리 지르는게 온동네에 다 들리는데.”
 
난 고개를 갸웃거리며 집안으로 고개를 돌려 귀를 기울였다.
 
역시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아니, 이집 큰 애가 좀 안좋아서 저러는건 나도 알지.
 
어린 둘째가 혼자 아픈형 돌보면서 집지키는거 보면 나도 애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안쓰럽기도 하고.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하루종일 저러는건 좀 너무하지 않아?
 
동네사람들 생각도 좀 해줘야 할거 아니야. 그리고.....”
 
흥분하기 시작하는 아줌마의 말을 끊고 난 화가 나서 쏘아붙였다.
 
지금 도대체 무슨말씀을 하시는겁니까?
 
저희집 첫째, 죽은지 오래입니다. 그런데 소리를 지른다니요.
 
지금도 아무소리 안들리잖아요.
 
안그래도 둘째가 계속 헛소리를 해서 힘든데 아줌마까지 이상한 소리를 하십니까?”
 
 
 
 
아줌마는 말문이 막힌 듯 멍한 얼굴로 집안과 내 얼굴만 번갈아 보고있었다.
 
제가 비록 못난 놈이지만 이런 식으로 사람 가지고 노는거 아닙니다.”
 
아줌마 면전에다 대고 쾅하며 문을 닫은 나는 씩씩대며 내방으로 들어왔다.
 
씻을 기분도 나지 않았기에 곧바로 침대에 누워서는 분을 삭혔다.
 
아들이 자꾸 형이 살아있는 것처럼 말하는것만 해도 스트레스인데
 
이제는 동네사람들 까지 이상한 소리를 해댄다.
 
짜증이 확 몰려왔지만 신경질 적으로 머리를 흔들어 털어버리고는 머리맡에 놓인 약통을 집어 들었다.
 
약을 먹으려고 물을 떠오려던 나는 귀찮음에 통을 다시 제자리에 놓고 이불을 뒤집어 썼다.
 
정신과 의사가 꼭 챙겨먹으라고 신신 당부 하긴 했지만 특별히 병이 있는것도 아니니 괜찮겠지.
 
 
 
 
PS. 현실 부정 : 두려움 극복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
 

 

 

 

 

 

 

By. neptun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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