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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좋은 일이 있었어요
게시물ID : love_1294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버뮤다핑크
추천 : 5
조회수 : 71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10/13 12:52:26
어제 헤어지기 전 시간을 갖기로 하고
일요일에 만나기로 했어요

오늘 아침부터 부지런히
그 사람이 나한테 줬던 것들 끌어모으는데
1200일이 넘는 그 시간동안
받은 게 이만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책상 위에 꺼내놓는데... 어느만큼이냐면
여자들 들고다니는 조그만 핸드백에 좀 꽉꽉 차는 정도.
 
사귄지 26일만에 군대갔었고
전역까지 만났고
전역 후에도 일년 반을 열심히 달려왔는데
나에겐 이거밖에 안 남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물건에 미련두는 타입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군대에 있을 때 주고받은 편지
이건 버리기 좀 아깝네요
그 사람이 만들어준 립스틱
나한테 안 어울리는 색상인데도 불구하고 소중히 보관하고 가끔 꺼내 발라보고 하면서 행복해했는데 ㅎㅎ.
 
이별통보? 이별하고 싶다는 의사를 들은 뒤 20시간 경과했네요
적당히 비참하고 적당히 후련한 심정이네요


음 제목에 충실하려면 좋았던 일을 말해야하는데
어떤 일이 있었냐면요

서랍정리하는데 안쓰는 지갑속에서 2만원이 나왔구요
편지 정리하는데 편지더미에서 아빠가 2002년에 써주신 편지를 발견했어요

펑펑 울었어요 ㅋㅋ 지금도 눈에 눈물 고이네요
아빠가 저 16살때 돌아가셨거든요
2002년이면 제가 아직 초등학생이었을 적이네요
편지 읽는데 "아 내가 이렇게 사랑받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때 그 꼬마아가씨가 지금이렇게 눈물 질질 짜면서 궁상떠는 아가씨가 될 거라고 울아빤 상상이나 하셨을까요 ㅋㅋㅋ



친구들이랑 얘기해보면... 제가 참 멍청했던 거 같아요
그 긴시간 사귀면서 이렇다할 여행도 한번도 안 갔고...
나랑은 1박2일 이상으로 어딜 가 본적이 없는 사람이
올 여름에 친구들이랑  3박4일인가 여행갔다오더라구요

저 혼자 상처받아서 ... 나중에 나랑은 여행갈 생각 없었냐고 물어봤더니 그런 생각 못했다고 미안하다고 하더라구요
작년 4월 전역한 이후로 계속 둘이 같이 여행가고 싶다고 얘기했었는데 ㅎㅎ. ..

생각할 수록 비참해지네요

음...
그 사람말로는 너무 바빠서 미칠 것 같아서 헤어지는 거라는데
우리 거의 2주에 한번 봤거든요 ㅋㅋㅋㅋ... 내참 웃겨서...
나랑 헤어진다고 그 사람이 바쁜 게 해소가 되는 게 아닌데.
변명이라고 밖에는 생각이 안 되네요

음 또...
그 사람은 나와 만나고 있는 도중 전화가 오면
면전에서 전화를 받고
상대방의 "지금 뭐해" "어디야" 라는 말에
저와 같이 있다고 대답을 안하곤 했어요
잠깐 뭘 사러 나왔다던가, 과제중이라던가, 동아리 핑계를 대거나... 그런 식으로
나와 같이 있다는 말을 안했어요
그 전화의 상대방은 주로 그 사람 어머니이거나 동생이었고
가끔 같은 과 사람이거나 친구이거나 그랬는데... 거의 대부분의 통화가 어머니였어요
군대갈 때부터 사귀기 시작했기 때문에
저는 어머니 얼굴도 알고, 자주 만나 식사도 하고 그랬었으니...
왜 나와 만나는 걸 숨기는 건지. 기분이 껄그러운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나중엔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날 만나기 위해서 바쁜데도 거짓말하고 나를 만나러 와주는구나
나를 만나주는 거구나. 바쁜데도. 라고.

나를 낮추고 있더라구요
그 사람이 날 만나주는 것이고
나는 그 사람이 만나줄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그런 입장에 저를 두게 되더라구요.

원래 걸걸하고 당당한 성격인데 ㅋㅋㅋ 여기저기서 성격 죽었단 소리 많이 듣네요 몇 년 전부터.

상대에게는 내가 그정도밖에 안 되는 거겠죠
나랑 가는 여행도 나랑 먹는 저녁도 전혀 기대가 안되고
사랑한다는 말이 줄고 갑자기 전화를 뚝 끊는 일이 잦아지고
내가 울먹이면 또 운다며 귀찮아하고
내가 밥은 먹었는지, 뭘 먹었는지, 맛있었는지 궁금하지도 않고
하다못해 옆집 아줌마를 만나도 뭐드셨는지 물어보며 인사하는데 ㅋㅋㅋ... 옆집 아줌마만도 못한 처지네요

이런 생각 하면 안되겠어요 점점 비참해지니까


사귄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이 사람의 전여친이 어떤 익명사이트에 글을 올렸던 걸 봤어요
그리고 오늘 또 봤어요
나는 그 사람이 변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변하지 않은 거였어요 ㅎㅎ....
그 사람에게 내가 변한 거죠
ㅎㅎㅎㅎㅎ......

왜 이렇게 시간이 안 갈까요
맥박은 귀 뒤에서 뛰고
누군가 제 몸과 머리를 양손에 나눠잡고
분리하려고 하는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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