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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에 첫 장거리 여행 고마워, 항상 곁에 있어줄래?
게시물ID : animal_16927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꽃엘
추천 : 6
조회수 : 555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6/10/15 01:5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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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30_145404.jpg

사진속에 있는 슈나우저는 '깜' 입니다.
암컷이구요, 13년째 필자의 흉한 꼴을 봐왔음에도 항상 저를 위로해주며 사랑해준 녀석이죠.

녀석과의 인연은 모견 '쿠키'에서 시작 돼요.
막내누나가 어느날 덜컥 데려온 쿠키를 곁에서 가끔 돌보다
시집을 보냈고 더도 덜도 딱 60일이 되던 날
쿠키의 몸 밖으로 암4 수1의 다섯 생명이 태어났더랬죠.

그렇게 힘겨운 출산의 때를 함께하고 깜과 먼저 태어난 '별'을 본인이 키우게 됐습니다.
딱히 별식이나 간식을 챙겨줬던 것도
꾸준히 자주자주 산책을 가준것도 아녔지만
십년 넘게 녀석들은 기쁠때나 슬플때나 항상 제 곁에 있어줬죠.

하지만 영원한 건 없죠..

햇수로 12년이 됐던 작년 봄 즈음
급작스래 찾아온 신장 질환으로 언니인 별이가 몇개월을 시름시름 앓다 무지개 다릴 건넜어요..
다만.. 그나마 다행이라면 병원 치료를 병행해오던 그때
집에서 어머니와 필자가 있을 때에 슬픈 작별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 기억에 남네요..

말괄량이 같던 깜이완 틀리게
새침한 숙녀같던 별이의 장례를 치루는 와중에
모견인 쿠키의 뱃속에서 태어난 다른 형제견들의 소식을 알아보니
이제 남은 것은 깜 혼자뿐이란 사실도 그때 알게 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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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에 보통 한두번 쯤은 바이크를 이용해 목적없이 지방도로를 달리곤 합니다.
단지, 아무 생각없이 이리 굽고 저리 굽은 지방도로를 몇 시간씩 달리다 보면
어느순간 도로위에 녹아든 자신을 볼 수 있기에 마냥 달리곤 하죠.

금년에도 달려야지, 또 달려야지 하는 생각을 가지고 하루 하룰 보내다
문득 옆을 보니 녀석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절 보고있네요.

생각해보니 단 한번도 녀석과 멀리 가본적이 없었고
푸른하늘과 맞닿은 해변가를 함께 걸어본 적 없었단 생각이 들었어요

모견인 쿠키도, 언니인 별이도 몇 번이고 가본적 있는 바닷가를
녀석과는 가본적이 없었단 사실에 미안하고 또 미안해
이때를 놓치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아 
천천히 시간을두고 나름대로의 준비를 합니다.

한살 한살 나이가 들 수록 뭔가 하려고 하는게 여간 힘든게 아니더군요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던 반려동물용 이동장을 몇개월에 걸쳐 고심끝에 구매하고
또 그렇게 구매한 이동장의 몇몇 부분을 가방 수선집에 보강작업 의뢰를 하고
대강의 준비가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평소보다 조금은 먼 왕복 160km의 거리를 녀석과 함께 다녀온 후

자신의 바람만큼은 아녔지만 가능성이 보였기에
가는날이 장날 마침 남해와 동해쪽은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내내 비,비,비.. 매일 일기예보를 확인하며 기다리다
금주가 되어서야 출발 할 수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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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를 이용해 갈 수도 있었죠.
하지만 늘 그게 싫더라구요
어딘가 멀리 간다, 차를 이용해 조금 더 빠른 고속도로를 타고 간다, 내내 달린다.

아마도 본인이 직접 운전해 멀리 다녀보신 분들은 이해 하실거에요
단지 조금이라도 더 빨리 가기위해 내내 곧게 뻗은 고속도롤 이용하다보면
어느순간 모든 감각이 무뎌지는 느낌을요.

그렇기에 이번 녀석과의 여행도 몇 년째 필자의 애환을 굴려준 바이크를 이용해 안양-동해간의 조금은 긴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볕은 따수웠지만 바람은 조금 찼던 그날
출발하기 전 녀석이 감기라도 걸릴까 평소 입히지도 않던
겨울옷을 입히고 50분 주행 10분 휴식을 하겠단 다짐을 하며 여행길에 올랐더랬죠.

수도권을 벗어나기 전 성남을 지나 양평 즈음 보인 동물병원에 들러
녀석의 상태를 확인하고 의사선생님께 해당 여행의 특성을 설명하고 주의사항을 듣고
나이에 비해 무척이나 건강하다는 말씀 한마디에 힘을 얻고 동으로 동으로 계속 나아갔습니다.

20161010_152131.jpg

약 110km를 이동하고 언젠가 오유를 통해 자게에서 가끔 봤던 인제 신남이 있기에 찍었습니다
확실히 수도권을 벗어나 보는 동쪽의 하늘은 작년에도 그랬듯 청명했어요.

오고가는 차량들도 딱히 없었고 헬멧 속으로 스며드는 주행풍과 몇 년째 바뀜없이 듣고 있는 익숙한 음악소리
아무생각 없이 달리고 있다는 느낌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지만,
적어도 이번엔 녀석이란 특별한 동행이 있기에
운전하는 내내 등뒤로 느껴지는 녀석의 사소한 몸짓에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게 조금 다르다면 다른 점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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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령 터널을 지나기도 전부터 기온의 급격한 변화가 있었어요
나름대로 녀석에게 겨울옷을 입히고
필자 역시도 평소보단 조금 두꺼운 옷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터널 초입부터 꽤 쌀쌀해진 공기 탓인지 등뒤로 느껴지는 녀석의 떨림이 간헐적으로 느껴졌고
조금씩 어르고 달래며 터널을 지나 미시령 터널 요금소를 향해 가다보니
아주 오래전 중학교 수학여행으로 다녀갔던 설악산이 한눈에 보이기에 이렇게 사진도 찍어보고

'과연 할 수 있을까?' 라며 
운전 내내 자신에게 되물었던 물음에 대해 곧 답을 얻게 됐어요.

속초로 먼저 도착해 녀석을 쉬게 하고 싶었지만,
반려견을 흔쾌히 받아 줄 숙박업소가 없었기에
다시 55km를 달려 강릉으로 이동해 경포호에서 그리 멀지않은
창밖으로 해변가가 보이는 숙박업소를 어렵게 얻어 녀석과의 휴식을 할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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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힘들었을거에요
이따금씩 반려자란 주인놈과 바이크 이동을 했었지만
평소 다니던 2~40km가 아닌 220km의 장거리를 조금은 추웠던 오늘하게 됐으니
말은 못해도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녔다는 걸 보여주 듯
저녁밥 섭취 후 필자 옆에 꼭 붙어 곤히 잠든 녀석을 보니
미안함 반, 대견함 반.. 고마워, 정말 고마워

단지 잠자리가 바꼈다지만, 
항상 한쪽 팔베갤 차지하며 잠든 녀석이 있었음에도
동해바닷가의 그날 밤은 잠들 수가 없었어요..
조금이라도 더 일찍 잠들어야 다음날 녀석과 원없이 해변가를 거닐 수 있는데

숙소의 이중창 너머로 꾸준히 들려오는 파도소리 탓일까요?
잠못드는 밤 뒤척거리길 반복하다
새벽 너다섯시가 돼서야 잠들었답니다.


-동게는 10장 올려야 하죠? 어찌어찌 쓰다보니 참 오랜시간 주절거림이 길어졌네요..
모바일 유저분들도 계실테니 다음글에 이어서 사진 올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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