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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하고 돌아오는 길
게시물ID : love_1318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버뮤다핑크
추천 : 11
조회수 : 1168회
댓글수 : 23개
등록시간 : 2016/10/16 22:57:18
그사람 만나서
4일간 생각해왔던 거 차분히 이야기하고
술한잔 하고 웃고 털어내고 왔어요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지만.

그사람은 저에게 예의가 없었어요
마지막까지 예의 없었어요
그래서 마음이 더 빨리 정리된 걸지도 모르겠네요

앞으론 그냥 데면데면한 친구사이로 지내기로... 
어쩌다 마주치면 그냥 안부인사 하는 사이로 지내기로 했어요



오늘 참 신기했어요
예쁘게만 보이던 그 사람이 
오늘은 되게 못생겨보이더라구요 

그사람 얼굴이 원래 되게 못생겼거든요
피부도 까맣고 거칠거칠하고 눈도 작고 
얼굴도 크고 울퉁불퉁하고
이도 들쑥날쑥하고
키도 별로 크지도 않고

콩깍지가 벗겨졌나봐요. 뭘 해도 이쁘고 귀엽고 기특했는데
이젠 그 사람이 하는 짓 하나하나가 징그럽네요

그 사람이 웃을 때 감기는 눈이 좋았고
커다란 손으로 내 손을 폭 감싸줄 때가 좋았고
그 사람 어깨 안쪽의 움푹한 곳에 기댈 때가 좋았고
군대 휴가 나올 때마다 보여줬었던 꿀떨어지는 눈빛이 좋았고
손수건을 들고다니며 내 손땀 신경 써줬던 게 좋았고
함께했던 잠자리가 좋았고
키스할 때 느껴졌던 뜨끈한 숨결이 좋았고
그 사람 손가락에 배어있던 옅은 담배냄새가 좋았고
술먹으면 헤헤 웃던 술버릇이 좋았고

이젠 다 싫고 밉지만.

서로에게 좋은 기억으로 간직되었으면 좋겠다는
형식적인 인사로
1209일간의 연애를 마칩니다.


행복하지 마세요
후회하세요
날 많이 보고싶어해주세요
자신을 많이 탓하고 미워하세요
많이 힘들어하세요

 고마웠어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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