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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놈이 나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게시물ID : love_1323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소나무이야기
추천 : 0
조회수 : 36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10/17 13:5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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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남사친은 많았으나 모두들 나에게 형제를 맺지 않겠느냐며 덤비던 나날들이었다.
 
어쩌다가 나의 터프한 매력(?)에 젖은 녀석들은 이따금 나를 간보았다.
 
좋아한다고 이야기 하고 정작 사귀자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든가,
은근 슬쩍 어깨에 손을 올리며 거친 숨을 내뱉는다든가
하는 찌질파워 +100의 짓을 하고 그냥 시간이 지나 자연스럽게 잊혀져갔다.
나는 털털하였고 거침없이 쌍욕과 주먹을 날리는 파워를 가진 의형제였지만,
때로는 그런 찌질이들에게 조금씩 상처를 받으며 진성 모태솔로의 길을 걸어나아갔다.
 
 
여느 날과 다름없는 외로운 초겨울.
 
본가에서 두시간 남짓 하는 거리에서 자취를 했던 나는 주말을 맞아 본가로 올라왔고,
동네를 거닐다 아는 동네 동생을 만났다.
 
이 놈으로 말하자면,
고등학교 시절 교회에서 알게 되었으나 교회에 문제가 생기면서 튕겨져 나간 이들중 하나였다.
이 놈이 고1때,내가 고2때...
당시 유행하던 버디버*(!)로 고백을 했다가 내가 어이없어하며 본의아니게 찬 놈이었다.
 
이 동네 동생은 재수를 하고 있었는데, 그 해의 수능이 끝나고 동네를 떠돌아다니던 한가로운 재수생이었다.
 
"누나!여전하네ㅎㅎ"
"뭐가"
"튼튼하구먼"
"디질래"
로 시작한 다정한 대화는 동네동생의 아파트 주위를 뱅글뱅글 돌며 이어졌다.
"누나는 언제 살빼서 시집갈랑가?"
"너나 잘해 미친 *아"
"나는 여자친구라도 있다."
"곧 차일걸?"
 
서로 진실된 걱정을 해주며 다이어트 핑계용 노가리를 까며 동네를 돌았다.
 
그러다 놀이터에 다다르자 이 겁없는 동네동생은 뜬금없이 말했다.
 
"누나,누나는 왠지 모르게 다음에 사귀는 남자랑 결혼까지 할 것 같아."
 
모태솔로에 가까운 나로서는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뭐 이 개놈아?말 다했어?
나는 이남자 저남자 다 만나보고 제일 좋은 남자랑 결혼할거야!!!
저주하지마.지 인생 아니라고 막말하네 이 새*가?"
 
"ㅎㅎㅎㅎㅎㅎ그냥 그렇다는 거여,뭘 그렇게 흥분해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정말 죽이고 싶었다.
나는 이 내몸 불살라서 다양하게 연애를 해 보다가 결혼을 할지 말지 결정하려고 했는데,너무 분한 마음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맞서서 부어버릴 저주가 마땅히 생각나지 않았다.
분노에 휩싸여 온몸을 부들부들 떨던 그날의 나는 진심으로 말했다.
 
"넌 이번에도 시험에 떨어질거야 낄낄"
 
 
그리고.....다음해 3월....
동네 동생이 삼수를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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