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교양 강의에서 흥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공장식 축산, 모피의 생산 과정.. 참고 영상을 보는 내내 주변에선 난리였다. 우는 애들부터 구역질 하는 애들까지.. 뭐 일부는 다른짓하며낄낄거리고 있기도 했지만..

나는 전공뿐만이 아니라 교양수업에서도 늘 A+가 나와야 안심이 된다. 장학금이 나오면 꽤 이득이거든..

졸업한 선배들을 봐도 학점이 높았던 선배들이 돈을 더 잘벌고 있으니 아무래도 학점이 높게 유지되는게 여러모로 이득이겠지?

강의가 끝나고 동기들이 점심을 먹으러 가자고 부른다. 

여럿이 함께 식사를 한다는건 꽤 귀찮고 에너지 소모가 좀 있지만 단톡방에 올라오지 않는 이야기들도 나오고 시험 족보같은것도 종종 식사자리에서 공유가 되니까 길게 봤을땐 이득이다.

여느때처럼 학식으로 갈거라 짐작했는데 학교 밖으로 나간단다. 좀 비싸긴 해도 상관은 없다. 밖에서 점심을 먹으면 칼로리가 더 높은걸 주로 먹어서인지 저녁을 안먹게 되거든..

동기들을 따라서 간 식당은 처음 가본곳이었다. 

자연...에서...온...식. 탁?  자연에서 온 식탁이라니.. 식당이름이 참 건강한 음식을 파는 느낌이다.

동기 무리에서 늘 리더역할을 하는 민서가 말을 꺼낸다. 

오늘 수업에서 봤던 영상.. 보면서 생각을 좀 많이 했어. 그래서 오늘 하루만이라도 고기 없는 식사를 하자는 의미에서 여기로 온건데.. 혹시 싫은 사람있어?

과대는 아니지만 사촌오빠가 같은 과의 학회장이고 선배들과 인맥도 두텁고 과는 다르지만 같은 학교 교수를 아버지로 둔 민서의 제안에 대놓고 싫다고 할 사람은 없다.

동기들은 안그래도 오늘 같은 날은 고기를 먹는게 미안하다는 둥 역시 민서라는 둥 몇마디씩 거들고는 식당 안으로 들어간다.

식당에 설치된 벽걸이 티비에선 왜 채식을 해야 하는가? 라는 다큐가 나오고 있다.

작년에 들었던 교양에서 조별과제때 주제로 잡았던 다큐다. 조장이 좀 별난 사람이라 내 백팩에 붙은 가죽패치를 보고 뭐라했었지. 결국 학교 매점에서 파는 싸구려 에코백을 사서 한학기 내내 들고 다녀야 했지만 덕분에 편하게 A+을 얻을수 있었으니 이득이었지.

식당에서 애들이 고르는 메뉴를 보고 가장 무난해 보이는걸로 따라서 시켰다.

아.. 내가 이걸 시켰던가.. 나온 음식은 돈까스같은데.. 동기들 말로는 이게 콩까스란다.

먹어보니 고기 흉내를 내긴 했지만 고기는 아닌듯하다. 학식에서 파는 싸구려 돈까스와 별반 차이가 없다.

돈까스도 자연에서 나온건가?

대충속도를 맞춰서 식사를 마치고 오후 강의를 들으러 간다.

현대인의 심리... 왜 남의 심리를 알아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학점은 잘 준다니 그냥 듣는다.

오후강의는 이걸로 끝.. 평소라면 민서가 이끄는대로 카페를 가서 동기들과 한두시간쯤 수다를 떨다가 집으로 가겠지만 오늘은 민서가 일이 있어서 일찍 간단다.

거 참 다행이다. 대략 두시간 분량의 에너지가 세이브 된건가?

동기들과 헤어지고 도서관으로 향한다.

채식주의자에 관한 논문과 책을 찾았다.

주류를 이루는 이론은 채식주의자로도 충분하다..와 충분하지 않다.. 라는 것.

음.. 영양쪽은 된듯하고...

다른 자료를 찾아본다. 채식을 하는 유명인사들... 음.. 평판이 꽤 좋은듯 하다. 일반인들의 인식... 채식주의자는 동물보호론자들이 많다.. 생명존중.. 음.. 이것도 괜찮네..

이거 꽤나 이익이 될듯하다. 

앞으로 일년... 하고도 2개월.. 국시를 치르고 졸업하면 대학은 끝이다. 그때까지는 민서 무리와 밥을 먹겠지... 변덕이 심한 민서는 일주일 정도면 채식체험을 질려하고 다시 고기 많이요! 를 외치겠지.

일단 졸업까지는 보류한다.

졸업 후에...

나는....



채식주의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