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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1
게시물ID : panic_9129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닉넴이음슴
추천 : 13
조회수 : 128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10/24 17: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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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6시간이 넘도록 시험장에 갇혀있던게 엊그제같다.

이주뒤면 졸업이다.

요즘업계가 레드오션이라 면허를 따고도 힘들다는 이야기가 들렸지만 나와는 관계가 없는듯 하다.

합격자 발표를 확인하고 점심을 먹으려고 주방으로 향하는데 전화가 온다.

민서다.

'너도 붙었지? 나 엄마 건물에 자리 하나 얻었어~ 응. 거기 메디칼빌딩 말이야. 지금 있는 사람? 엄마가 재계약 안해줄거래. 암튼 그래서 말인데 너 알바 안할래? 다른데보다 많이 줄께. 너한테 첨 전화하는거야. 응. 자세한건 만나서 이야기해~'

음... 나도 일할곳을 찾긴 해야겠구나. 민서랑 일하면 많이 주긴 하겠지.

그런데 어쩐다... 졸업하고 채식주의자가 되에ᆢ 할텐데... 민서는 매일 고기타령할테고.. 

일단 만나서 일할지 어쩔지 이야기 해보고 생각해야겠군.

ㅡㅡㅡㅡ
민서를 만나러 약속장소인 카페에 도착했다. 역시... 아직 안왔군.

20여분쯤 지나자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든 민서가 나타났다.

'어머~ 일찍왔네. 쇼핑하다보니 이것저것 살게 많더라구. 자. 이건 합격선물. 그리고 이건 계약금이라고 해야될까? 받아.'

까만 만년필... 끄트머리에 흰색 별이 박혀있다. 비싼건가? 다른 이들 처럼 처음엔 사양해본다.

억지로 떠안기듯 선물을 들이미는 민서. 마지못해 못이기는척 받는다.

큰 쇼핑백 안에는 꽤 멋져보이는 노트북가방이 들어있다.

'노트북도 사서 넣어 올랬는데 시간도 없구.. 나 컴맹인거 알잖아. 일 시작하면 니 맘에 드는걸로 사. 사줄께~'

아직 일한다고 말도 안했는데 벌써 확정인듯하다. 뭐 상관 없겠지. 오는동안 다른 선배들의 전화를 받았었다. 민서만큼 준다는 곳은 없었다. 

두어시간동안 민서의 자랑을 듣고 있자니 에너지 소모가 좀 많다. 오늘은 한시간 정도 일찍 자야겠지.

'그래서 말인데...나 그동안 학교다니느라 여행도 제대로 못갔고.. 엄마가 시간 될때 많이 다니라고 하기도 했고.. 암튼 일단 6개월 정도 미국 좀 둘러보려구. 그동안 니가 좀 잘 봐줘.'

매 방학마다 해외여행 다녀놓고 못갔다니... 6개월 이라고 했지만 언제 변덕이 일어서 한국에 올지... 길어야 두달이겠지. 그래도 그동안 채식주의자로 살기엔 좋을듯하다.  남의 식사까지 간섭하는 민서가 없으니까.

형식적으로나마 계약서를 쓰고 나머지 자잘한 것들은 '실장'이 알아서 한단다.

출근은 3월부터. 나는 적응기간이 필요하다며 일주일 먼저 출근하겠다고 했다.

민서는 역시 수석은 다르다고 칭찬을 늘어놓는다.

피곤하다. 집에가고 싶은데...

'어머 벌써 5시네. 6시에 오빠 만나기로 했는데. 나 먼저 갈께~ 출근이랑 업무는 실장님이랑 이야기해~ 여기 명함.'

혼자 떠들다가 명함 한장 덜렁 남기고 갔다.

뭐 이 정도 페이면 이런 에너지 소모쯤이야. 중분히 상쇄될꺼니까...

ㅡㅡㅡ
집에 돌아왔지만 여전히 피곤하다. 얼른 에너지를 다시 채워야 할텐데.. 

주방에 가서 이것저것 플레이트에 담아 식탁에 올렸다. 

현미밥 150g, 브로콜리 100g, 닭가슴살 100g, 호두와 아몬드 30g 그리고 소금은 1g

믹서기에 전부 때려넣고 물 150mL를 넣는다.

뚜껑을 닫고 10초씩 세번.

적당히 잘 갈린것 같다.

꿀꺽꿀꺽.. 목구멍으로 걸쭉한 영양분이 넘어가는 기분이 나쁘진 않다.

이런 식의 식사는 참 편하다. 에너지 보충이 빠른듯 하다. 저작운동은 아침과 점심에 저녁은 이걸로..

신체적 에너지는 채웠고... 정신적 에너지도 채워야겠지? 오늘은...보자..

학부때 가끔 일을 도와주던 연구실에서 얻어온 래트는 번식이 참 빠르다. 자주 청소를 해야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나름 나쁘진 않다. 아니 여러모로 이득이다.

움직임이 많아져 여분의 에너지를 소모해주니까.

보자... 오늘은 두마리...

얼마전에 새끼를 뺀거 같은데 벌써 부모세대와 크기가 얼추 비슷하다. 에너지 효율이 참 좋은 생물인듯하다.

잘 씻어서 믹서기에 넣는다. 아. 뚜껑은 재빨리 닫아야 한다. 생각보다 재빠르기 때문에 다시 넣으려면 에너지 소모가 크다.

10초씩 세번. 10초 쉬고 다시 10초씩 세번. 물은 넣지 않는다. 물론 소금도 넣지 않는다.

모터가 강한 믹서기를 사길 잘했다. 뼈까지 곱게 갈린다. 그래도 털은 갈리지 않는다.털을 미리 벗겨야 하는걸까.

싱크대로 가져가서 삼베 주머니에 넣고 물기를 잘 짜낸다. 주머니 속의 건지는 적당히 촉촉하다.

래트에게 줬지만 털때문인지 잘 먹지 않는다. 예전에 건조기로 말려서 준건 잘먹었는데... 역시 털이 문제인건가.

남은건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믹서기는 잘 씻어서 말리고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나간다.

한동안 길고양이들이 많이 우는가 했더니 새끼를 낳았나보다. 하나둘셋... 음.. 여섯마리... 많이 낳은건가? 새끼들을 집에 데려가는걸 구조라고 했던가? 

음.. 역시 데려가는건 여러모로 손해다. 그냥 두고 집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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