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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턱턱 막힌다
게시물ID : gomin_166767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봄그림자
추천 : 1
조회수 : 32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10/25 06:16:50
난 빚이 있지도 않고

어렸을때 불우하게 자라지도 않았다

오히려 어렸을때 초등학생일때 이민을 와서

좋은 학교, 좋은 환경

다 누리면서 살아왔었다

가정교육? 받을건 다 받고 사랑도 다 받고 모자라는건 없었다고 생각은 하는데... 글쎄

아버지 사업이 망해서

집도 은행에 넘어가고 뭐하고 다른 주에 있는 이모집에 들어가서 살까하고

왔다갔다도 하고

고등학교 마지막 학년을 못마치고 한국을 돌아가서 엄마의 원함대로 외고에 편입시험보고 들어가 3학년 2학기에 편입한후 

두달도 채 다니지 않은채 졸업장을 받았다

내 12학년. 고3은 없었다

아니 뭐... 이미 미국에서 11학년까지 끝마치면서

대학과정 코스까지 거의 들어놨었기에

졸업하는 크레딧은 충분하고도 남았다

한국에 살기 싫었어서 다시 미국으로 대학을 썼었으나

돈이 없어서 그 해에는 올수가 없었다

처음으로 알바를 아웃백에서 했던 기억이 난다

주5ㅡ6일 일을 하면서 초등생 영어과외도 해가며

1년이 약간 안되는 시간을 그렇게 살았었다

모은돈과 친가쪽 할머니가 주신돈을 합해서

미국의 커뮤니티 칼리지 2년제에 2년동안 다닐 돈을 모아서

나 혼자 건너왔다

언제부터였나

처음부터였었나

나는 혼자였었다

부모님한테 돈을 받지 않으려했다

내가 다 할 수 있다고 했다

생활비 방 렌트비 기타등등 다 내가 알바로 벌어서 썼다

하지만 내가 한국에서 모아온돈은 

시간이 지나서 보니 생각보다 턱도 없었다

어쩔수없이 엄마에게 손을 빌려서

학비를 충당했고

4년제로 편입을 했을때엔 학비가 싼데였음에도 불구하고

학비는 2년제의 두배가 넘었다

그것이 나한테는 죄송스러움과 더불어 처음 왔을때부터의

내 바람과 부합하지 않는 생활로 인해

스트레스는 극에 달해있었다

나에게 방학은 일해서 돈을 버는 시간이었지 노는 시간이 아니였다

토요일을 쉴수있는건 1년에 두세번 될까말까

의지할수 있는 친구따위 없었다

혼자산지 6년이 넘었다

2년제에선 내가 명문고등학교때 들었던 수업보다 훨 쉬웠기에

노력하지않았다

제대로 하지도 않았다

내가 원하는 공부는 시작도 하지 못했다

그게 이어지다보니 공부가 제대로 될리있나

결국엔 대학을 나가지않았다

여러가지 부담감이 나를 짓눌렀다

내꿈도 그중에 하나였지...

나는 지금 undocumented다

고등학교를 미국에서 졸업하지 않았기에

대학도 중도에 그만뒀기에

오바마정부 아래 오래살았던 불법이민자들을 위한 혜택은 나에게 적용되지 않는다

불법이 된지 벌써 2년이 되었다

나를 비난해도 좋다 나약하다고 해도 좋다

내가 잘못한거 투성이니깐

이미 내가 꿈꾸던 찬란한 내 꿈은

저멀리 멀어져갔고

친구는 지금은 마음을 반쯤 털어놓을수있는 사람이 몇명 있지만

내 마음은 이미 닫힌지 10년째다

진짜로 여러가지를 털어놓았던 한 친구는

곧 결혼을 하기에 내가 지금 이런것으로 괴롭힐수 없다

아니, 애초에 난 나로 인해서 누가 피해받는게 싫었기에

내 괴로움은 나만의 것이었다

사람들은 이런걸 모르겠지

난 밖에선 활발하고 낯안가리고 웃음이 많은 사람이다

내 사정을 겉엣부분만 얘기해도 나보고 힘들었지라고 말해주는 사람은 많았다

괜찮다고 했다 나는

정말 괜찮았을까

숨이 턱턱 막힌다

스무살 중후반 딱 그곳에 나는 서있다

하지만 나는 아직 해놓은것이 없다

돈도 없고

집안도 개그지라 우리가족은 좁은 할머니 집에 얹혀산다

동생은 이대를 졸업하고 취직을 했다

난 한국에서 살기 싫었기에 군대도 가지 않았고

미국에서 나가면 다시 못돌아오기에 나갈수도 없다

배부른 소리 한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래 그렇겠지

연애 한번도 못해보고

돈도 없고

학벌도 없으며

신분마저 없다

난 돈을 탐내거나 돈이 내 꿈인적이 없었다

그저 내가 하고싶은 학문에서 평생동안 공부하고 싶었다

난 지독한 이상주의자다

항상 그래왔고

그 이상이 나를 죽일때까지 버리지 않을거다

하지만 현실은 나를 짓누른다

요즘은 그저 기계같이 생각없이 살고싶다

그저

숨이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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