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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음의 이유
게시물ID : panic_9134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neptunuse
추천 : 27
조회수 : 3341회
댓글수 : 14개
등록시간 : 2016/10/28 10: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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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착하지. 이제 그만 울고 뚝 그치자.”

 

난 진땀을 빼며 열심히 아이를 달래었다.

 

인형을 열심히 흔들며 아이가 울음을 그치길 바랐지만 안타깝게도 아이는 쉽게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한참을 어르고 달래던 나는 결국 포기하고 허탈한 한숨을 쉬며 인형을 한쪽 구석에 던지고는 소파에 무너지듯 주저앉았다.

 

곧 애엄마가 돌아올테니 그때까지만 어찌어찌 버텨볼 생각이었다.

 

이번 주말은 무슨 일이 있어도 편히 쉬겠다고 다짐했건만 얄굳게도 지금은 애나 달래주는 처지다.

 

짜증도 났지만 불평한다고 해서 달라질건 없었다.

 

 

 

아이의 울음소리를 애써 무시하며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애엄마 인가 싶었지만 그랬다면 그냥 문을 열고 들어왔지 문을 두드릴리는 없었다.

 

반갑지 않은 손님일거 같다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지만 애가 저렇게 우는데 없는 척 시치미를 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누구세요?”

 

난 문을 열지 않은 채 밖에다 대고 말했다.

 

옆집 사는 사람인데 애가 너무 울길래 무슨일인가 싶어서요.”

 

현관 너머에서 오지랖 넓을 듯한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야기가 길어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난 차분히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우리딸이 울음이 좀 많아서요. 애엄마 오면 금방 그칠겁니다. 죄송합니다.”

 

그렇게 말한 나는 기도하는 심정으로 아주머니의 대답을 기다렸다.

 

적당히 주의를 주고 그대로 돌아가길 바랬건만 아주머니는 쓸데없는 말을 늘어놓을 모양이었다.

 

내가 보니까 애가 울어도 너무 우네. 그거 안좋은거 일수도 있어요.”

 

그렇게 입을 뗀 아주머니가 자신만의 육아법이나 실력좋은 소아과 의사를 추천해 줄거라는 내 예측과는 달리 이상한 말을 해대기 시작했다.

 

 

 

내가 어디서 들었는데 영이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애들은 그렇게 몸이 약하고 울음도 많고 한다더라구.

 

왜 그런말 있잖아요 혼이 잘못 자리잡은 사람들은 귀신이 보인다는 얘기.

 

그래서 아직 영이 덜자란 어린애들이 귀신도 보고 막 예지몽도 꾸고 그런다던데.

 

만에 하나 진짜 애가 뭔가 보여서 우는 거면 그게 무슨 소리겠어.

 

집안에 요상한 것들이 돌아다닌다는 얘기인거지.

 

집에 그런게 막 돌아다니니까 애가 밥도 잘 못먹고 툭하면 울고 그런거라구.”

 

애가 괜히 우는게 아니라니까.”

 

기가 찬 소리에 난 코웃음이 나오려는걸 가까스로 참아내었다.

 

내말 허투루 듣지 말고 잘 새겨들어요. 진짜 그 집에 귀신이 있는거면 어떻게 할거야?

 

애기엄마랑 애기 생각해서라도 내말 꼭 들어요. 알겠지?”

 

 

 

그러고도 한참동안을 아주머니는 귀신이니 영혼이니 하는 소리를 조언이랍시고 떠들어댔다.

 

명심하겠다는 다짐을 네 번쯤 하고 나서야 간신히 아주머니를 돌려보낼 수 있었다.

 

아이 달래기보다 힘들다고 생각하며 다시 소파에 주저앉았다.

 

아이는 여전히 울고 있었지만 내게 더 이상 아이를 달래줄 힘은 남아있지 않았다.

 

 

울고있는 아이를 보며 한숨을 쉬곤 아주머니의 말을 떠올렸다.

 

집안에 귀신이 있다는 건가?”

 

확실히 아이는 무언가를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이기는 했다.

 

무심코 집안을 이리저리 둘러보던 나는 이내 고개를 흔들고는 소파에 몸을 기대었다.

 

 

 

 

난 눈을 뜨곤 머리를 긁적이며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바보 같게도 깜빡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이상할 만큼 조용해서 고개를 돌려 아이를 바라보니 아이는 울다지쳐 잠이 들어버린 상태였다.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하곤 소파에 몸을 묻으려던 찰나 내 귀에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무거운 짐을 끄는 듯한 소리.

 

집이 조용하지 않았으면 듣지 못했을 그 소리는 무언가가 바닥을 기어가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했다.

 

소리는 위층에서 나고 있었다.

 

잠든사이 애 엄마가 돌아온 것 같지는 않았다.

 

난 혹시나 하는 생각에 소리를 죽이고 이층으로 가는 계단으로 향했다.

 

 

 

조심스레 계단을 올라 불이 꺼진 복도로 올라왔을 때 소리가 복도 끝에서 난다는걸 알 수 있었다.

 

보이지는 않지만 저 복도 끝 바닥에 무언가 있는 것 같았다.

 

눈이 어둠에 적응 되기를 기다리며 가만히 어둠속을 응시하자 복도 바닥에 있는 무언가의 모습이 보였다.

 

마치 무언가 업드려 있는듯한 검은 형체.

 

난 자세히 보기위해 인상을 쓰며 그쪽으로 조금씩 다가갔다.

 

 

 

 

그리고 복도를 반쯤 걸어왔을 때 난 그것의 형태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피투성이인 몸에 핏발선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아주 천천히 바닥을 기어오는 사람의 형태.

 

목에 구멍이 난 듯 한 기괴한 신음을 흘리며 그건 나와 눈을 똑바로 마주친 채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 형체 뒤로는 흥건한 피가 복도 끝 방까지 주욱 이어져 있었다.

 

지금 당장 비명을 지르며 도망쳐도 그 누구도 비웃지 못할정도로 공포스러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내가 어떻게 행동하기도 전에 아래층에서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이엄마가 돌아온게 분명했다.

 

젠장... 하필 이럴 때.’

 

속으로 욕을 내뱉으며 내눈앞에 있는 형체와 아래층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망설였다.

 

아래층에서는 애엄마가 아이를 안아들고 화난 듯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애 혼자 놔두고 이이는 어디갔어?”

 

계단을 오르는 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난 결정을 내렸다.

 

아이엄마가 먼저다. 그렇게 생각한 즉시 난 아래층 계단으로 빠르게 몸을 날렸다.

 

 

 

 

 

 

아이엄마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낯선 내 모습에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내칼은 그녀의 목에 정확하게 박혔다.

 

고장난 인형처럼 쓰러진 아이엄마의 품안에서 아이는 잠에서 깨어 울음을 터뜨렸다.

 

다시 아이가 울기 시작하니 머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그냥 집에서 쉴걸 괜히 스트레스 해소한다고 나왔다가 결과적으로 스트레스만 더 받게 되었다.

 

짜증나는 소리에 아이도 부모 곁으로 보내버릴까 잠시 생각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이런 어린애를 죽이는건 내 스타일이 아니다.

 

그냥 윗층으로 올라가 빌빌거리는 아이아빠나 마무리 해야겠다고 생각하곤 자리를 옮겼다.

 

확실히 죽인 줄 알았는데, 목을 정확하게 찌른다는게 약간은 빗나갔던 모양이다.




By. neptun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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