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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균의 <호민론>
게시물ID : sisa_77440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홍진호♡
추천 : 3
조회수 : 543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6/10/30 00:51:53
<기> 
위정자들이 백성을 두려워하지 않음  

천하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오직 백성일 뿐이다. 

백성을 두려워해야함은 홍수,화재,호랑이,표범보다 훨신 더 심한데 윗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제 마음대로 이들 백성을 학대하고 부려먹고 있다.

 도대체 왜 그러는가?


 <승>
백성에는 항민, 원민, 호민이 있음  

무릇 정세에 대해 깊이 살피지도 않고 순순히 법을 만들고 윗사람에게 잘 따르는 것을 항민(恒民)이라 한다. 

이들 항민은 전연 두려운 존재가 아니다.  

다음 살을 깎고 뼈가 망가지면서 애써 모은 재산을 한없이 갈취당하고서 탄식하고 우는 백성들이 있다. 

이들은 윗사람을 원망하는 자, 즉 원민(怨民)이라 한다.

 이 원민들도 별로 두려운 존재는 아니다. 

 다음, 세상이 되어 가는 꼴을 보고서 불만을 품고 인적이 없는 곳으로 종적을 감추고서는, 

세상을 뒤엎을 마음을 기르고 있다가 기회가 닥치면 그들의 소원을 풀어보려고 하는 자, 즉 호민(豪民)이 있다.  

이들 호민은 참으로 무서운 존재이다. 

호민은 나라의 귀추를 엿보고 있다가 적절한 기회를 타서는 분연히 주먹을 쥐고 밭이랑이나 논두렁에 올라서서 한번 크게 소리 지른다. 

그러면 원민들은 소리만 듣고도 모여든다. 

그들과 모의 한번 하지 않았어도 그들의 호응을 받는 것이다. 

이때, 항민들도 그들의 생활이 조금이라도 나아질까 하여 호민과 원민을 따라 호미와 쇠스랑을 들고 따라온다. 

이로써 무도한 자들의 목을 베고도 남음이 있는 것이다.  

진나라가 망할 때 진승과 오광이 있었고, 한나라가 어지러운 것은 황건적 때문이었고, 당나라가 어지러울 때는 왕선지와 황소의 난이 있었다. 

이들이 일어나기만 하면 나라가 망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모두가 백성을 너무 혹사하고 착취하여 제 배만 불리려고 하다가 호민들이 그 기회를 타서 일어난 것이다.  

무릇 하늘이 관직자를 세운 것은 백성을 부양하라 한 것이지, 한 사람으로 하여금 마음대로 끝없는 욕심을 채우라고 한 것은 아니다. 

이런 짓을 저지른 진, 한, 당나라의 화는 마땅한 것이지 결코 불행스런 일은 아닌 것이다.


  <전>
 조선의 정치 현실은 몹시 부패했음  

 이제 우리나라는 중국과 다르다. 

 땅이 넓지 못하고 인구가 적다. 

또, 백성들이 게으르고 속이 좁고, 절개와 협기(호방하고 의협심이 강함)가 없다. 

그리하여 평상시에는 뛰어난 인재가 나라와 세상에 쓰임을 받는 일도 없거니와 난을 당해서도 호민이 사납게 일어나서 나라의 근심거리가 된 적도 없었다.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은 고려 시대와 다르다. 

고려 때에는 백성을 위한 제도가 달라 모든 이익을 백성과 함께 했다. 

상업하는 사람이나 공업에 종사하는 사람도 같은 혜택을 입었고, 또 수입을 보고 지출을 했기 때문에 나라에는 곡식이 여유가 있었고, 

갑작스럽게 큰 병란이나 국상이 있어도 거두어들일 줄을 몰랐다. 

단지, 말기에 와서 삼정(三政-전정,군정,환곡)이 문란하여 환란이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현재에는 그렇지 못하다. 

변변치 못한 백성과 땅덩이를 가지고 귀신을 받드는 일이나 윗사람 섬기는 제도는 중국과 같이 해서, 백성들은 5분(分-1분은 10%에 해당)의 세금을 정부에 바치고 있다.

 이것도 대부분 그대로 국가에 납부되지 않고 중간에 있는 자들이 사복을 채우고 있어서 국가 수입은 실상 1분 정도밖에 안된다. 

백성은 백성대로 고생을 하고 국가는 국가대로 비축미가 없는 것이다. 

 국가에 무슨 일이 있으면, 저축이 없는 정부에서는 1년에 두 번씩 거두어들이기도 하고 부패한 관리들은 이것을 기화(奇貨-빙자하여)로 하여 온갖 착취를 다한다. 


 <결>
 위정자는 백성을 무서워하고, 잘못된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해야 함 

 이러한데도 윗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이런 것을 두려워하거나 바로잡을 줄 모르고 우리나라에는 호민이 없다고 말하니 한심스러운 일이다.

 불행히도 견훤과 궁예 같은 사람이 우리나라에도 있었던 적이 있은즉, 이와 같은 사람들이 나와서 백성을 충동하면 근심과 원망에 가득한 백성들이 들고일어나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는 일이며, 바로 눈앞에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때에 위정자는 백성을 무서워할 줄 알고 전철을 밟지 않는다면 겨우 걱정은 면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조선시대 허균의 호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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