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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낙서 모음 1.
게시물ID : readers_2679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caravan
추천 : 1
조회수 : 24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10/31 17:5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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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길 무섭다던 그 소녀

홀로 집에 가던 길 외롭던

네 옆을 걸으며 두런두런

밤 하늘빛 사랑이었을까

새벽이 밝아오는구나

 

밤길 걸음마다 가끔씩

전동차 문에 기대어 멍하니

그러면 네 생각이 난다

이제는 희미한 안개속 네 얼굴

여름비 같던 목소리도 이제

여름이 가고 비가 개는구나

 

네 기억속의 나도

내 기억속의 너도

어느새 커버린 어른이었다

별빛 닮은 우리의 풋 사랑은

가을 새벽빛에 스러져갔다

 

별조각을 모으자

꽃망울 별조각 모아

별꽃 바구니 하나씩 너와 나

여름이 선물하는 작별선물 하자

 

별꽃이 시들고 빛을 잃어도

시든 꽃잎 책갈피에 갈무리 하며

오랜만에 너를 생각해본다

밤길 무섭다던 그 소녀

내게 꽃망울 전해준 너를

나는 가끔씩 생각해본다

 


  우스운 이야기이다. 무슨 자격으로 나는 사랑을 노래할까. 그래. 너는 말했다. 사랑에 자격같은 건 없다고. 하지만 말야, 나의 꼬마아가씨, 자격이 없는 사람도 있어.

  전동차 문에 기대어 너를 생각해본다. 웃음기 많았던 그 아이. 너의 머리 쓰다듬을 때면 넌 베시시 웃으며 내게 말했다.

나 꼬마 아니거든.”

  마냥 어리게 느껴졌던 너. 하지만 정작 어렸던 건 나였다. 시간이 흐른 지금 넌 저 멀리 앞에 가고 나는 아직도 이 자리에 서 있다. 정신적으로? 아니, 사회적으로. 나는 그 자리.

 


가고싶은 곳이 있었어

나는 이제 갈 수가 없어서

다만 먼 후에도

라일락 향기 속에서

마음속 응어리 모아 내려놓고

바람에 실어 속삭였지

 

사랑했다고, 사랑했었다고

 

아침이슬과 함께 스러져간

자주빛 꿈이 되어버린 그곳은

차디찬 물방울 하나였고

타다 남은 풀잎이었어

카나리아 울음소리 아름답던

파란 하늘에 그려진 그곳을

 

하염없이 나는 그리고 있어

 


  그래. 그 자리에서, 이 자리에서 하염없이 바라보기만 했었다. 내가 사랑했던 스쳐지나간 사람. 그대는 나와 함께 노래했고 웃었고 울었고 추억을 만들었으며, 다른 곳으로 떠나갔다. 그렇게 나는 그대와 친구들과 함께했던 모든 것에 파묻혀 움직이지 않았다. 그대와 친구들은 소중한 보석을 쥐고 먼 길을 떠났다.

  돌아오리라 믿었지만 그것은 돌아오지 않는 길이었다. 돌아와서도 안될 길이었다. 그것을 깨달았을 때에 나는 너무나 뒤쳐져 있었다.

 


고운 기억이 가련히 진다

노을 지듯 스르륵

도저히 막을 수 없는 바람처럼

로시난테의 힘 없는 발처럼

모아둔 추억만은

보석처럼 빛날 줄 알았는데

소망처럼 사라져간다

 

오늘 밤은 꿈을 꾸었으면

조금은 행복한

초여름 그 시절처럼

토요일 그 밤바람 속

코에 스치던 바람의 꿈을

포근한 그대의 미소와 함께

호숫가를 거닐고 싶다

 


  모아둔 추억이 빛이 바래고 점점 아무것도 아니게 되었을 때가 돼서야 나는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가만히 앉아있던들 추억이 영원하지는 않았다. 가장 소중한 별꽃 하나 주머니에 넣어두고 저 멀리 걸어가야 남겨진 추억의 빛이 보이겠지.

  하지만 내가 시간을 뭉개고 있던 사이 추억은 나로 인해 빛을 잃었다. 얼마나 보듬었던가. 나의 소중한 기억들. 손때 탄 추억은 더 이상 추억이 아닌 망상이 되었다. 그래도 길을 떠나며 바라던 것은, 그대와 함께 걸어보고 싶다는 것. 하지만 당신의 곁에는 내 자리가 없다.

 


거기 누구 있나요?

너무 어두워요.

 

더는 견딜 수 없어

머리를 감싸쥔 채

러시안블루 눈동자에 쫒겨

버둥거릴 뿐이죠

 

서있지도 못하는데

어디에 있는지

저는 알 수 가 없네요

 

처음 보았던 그 눈빛은

커버린 나를 재촉하는데

 

터무시된 미혹의 향기만이

퍼즐조각 사이사이로

허전한 내 마음 물든답니다

 


  어느새 부터인가 밤이 되면 어둠속에서 누군가 나를 보는 것 같다. 푸른 고양이의 눈? 푸른 사람의 눈? 잘 모르겠다. 푸른 눈동자는 내게 어서 달리라는 듯 쏘아본다. 하지만 겁에 질려 달리려 해도 나는 어디에 가야하는가?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지도 못한 채 어디로 가야하는지도 모른다. 길을 잃었다. 무작정 걸음을 옮기려 해도 목적없는 발걸음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저 이 어둠 속을 버둥거리며 걷는다면 혹여 길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이미 먼저 달려가버린 친구들을 찾으려 해도 그들이 걸어간 길을 찾지 못했다. 그제서야 알았던 거지. 나는 기회를 잃었다는 걸.

 


겨울이 다가오는 그 자리에

나는 그저 울고 있어요

더는 참을 수 없었죠

 

라일락 푸른 잎새 사이로

마음은 마르고 마르죠

바스라진 낙엽은 흐드러지고

소복히 쌓인 눈이 말하네요

 

이제 그만 놓아주세요.

저물어가는 햇살 아래

차가운 바람 그 속에서

토라진 내 꿈 달래요

 

코스모스 질 무렵

푸른 하늘이 물들어갑니다

하얀 내 꿈과 함께요

 


  무엇이 내 눈을 가렸을까. 무엇이 내 길을 꼬았을까. 겨울이 말했고 가을이 노래했다. 내 꿈. 알량한 내 꿈이 그랬다. 분명 내 꿈은 희망이었지.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 그것은 악몽이 되었다. 올리지 못한 닻이었다. 다리에 묶인 쇠공이었다. 산들바람이 굳어 나를 잡아두고 있었구나. 그것의 향기가 너무나 달콤해 내게 속삭임을 건냈구나.

  그래. 쉽게 떨쳐내지는 못했다. 조금씩 깎아내리기 시작했다. 내 꿈, 내 과거, 나의........

 


구김살 많은 내 마음이었더라

누군가 펴 주기를 바라지만

두꺼운 마음구김이었더라

루비 색 아픔이란 그런 것인가보다

 

무덤가에 핀 하얀 꽃처럼

부르는 이 하나 없다해도

수줍게 홀로 웃을 수 있는

울림 가득한 마음이고 싶다

 

주어진 것 이슬 한 방울

추운 겨울에 눈송이 이불 삼아

투정부림 가벼이 웃으며

쿠션처럼 쌓인 설화에 꽃이 눕는다

 

푸른 하늘은 아직 오지 않았는데

후련한 마음은 이미 봄을 찾아 왔구나

 

  마침내 내 족쇄를 끊어내었을 때 나는 어디로든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쉬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 눈동자는 아직 날 쏘아보며 재촉하고 어디로 가야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이정표는 무엇일까.

  적어도 한 방향이기를 바란다. 내가 쌓은 높다란 추억의 탑이 저 멀리 보이지 않을 때 까지 걷는다면 적어도 여기는 아니지 않는가.

  손때 묻은 추억에 작별인사를 하자. 내 추억 뿐 아니라 추억에 살고 있던 너에게, 그리고 그대들에게 인사하자

 

고맙단 말을 못했네요

노을지던 그 골목에서

도망치듯 떠났었죠

 

로망스 그 기타 선율이

모든 아픔을 가려주기를

보듬었던 당신의 손길도

소복히 쌓이는 시간 아래로

 

오히려 그대 생각이

조금씩 선명해지면

초라한 추억을 선물하며

토라진 내 마음 달래보네요

 

코 끝에 스친 그대 닮은 향기에

포근한 나의 옛 사랑 옛 기억

호르르르 한숨에 웃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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