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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너에게 쓰는 편지
게시물ID : love_1505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반딧딧
추천 : 1
조회수 : 86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11/09 23:4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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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을 무슨 말로 시작해야 될지... 모르겠지만 그냥 생각나는대로 써볼게


우리가 처음 만난건 2015년 3월 초였지? 나는 전역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학교 다니는 와중에 용돈이 필요해서 친구 소개로 들어간 아르바이트 자리였지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다 알 법한 아이스크림 가게였고, 손님도 많았던 그곳에 처음 갔을때 나는 전역한지 얼마 안된 사람들이 으레 그렇듯, 뭐든 할 수있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려고 들어갔다. 거기에 너가 매니저로 일하고 있었어.

처음에는 너를 봤을 때 별 생각 없었다. 전역 할 당시 나이가 25살 이었지만, 모솔이었던 나는 이번엔 여자를 사귀어보자는 심산이 분명히 있었지만 그 당시에는 여자보다는 용돈이 급했으니까. 근데 두번보고 세번 보니 너는 정말 귀여운 아이였다. 솔직히 매니저라는데, 나이는 나보다 두 살 어리고, 원래 너의 나이보다 한참 어려보이는 얼굴에, 내가 좋아하는 키 작고 통통한 모습이었으니까. 보면 볼수록 내맘에 쏙 들었다.

무슨 생각이었는지는 지금에는 기억조차 나지 않지만, 나는 평생 내지 않던 용기를 내었다. 너에게 '나 옷사러 가는데 같이 가주라'라고 하기도 하고, '다음에 일 끝나고 같이 노래방 가자. 너도 노래하는거 좋아하니 재밌겠다.' 라고 내가 들이대기도 했었지.

그렇게 세 번째 같이 데이트를 하던 날, 우리는 새벽이 넘도록 같이 술을 마셨다. 너는 내가 사는곳과 조금은 멀리 살았었지만 나는 상관없었다. 그냥 너와 같이 술 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 만으로도 행복했으니까. 나는 그저 너와 함께 이야기를 하는게 너무 좋았다. 처음으로 설레었다.

그렇게 마음이 맞아 내가 사귀자고 고백하고 너는 받아들였지. 그때의 너의 모습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내 눈에 너무 귀엽고 예뻤기에, 나는 그저 바보같이 웃음만 나왔다. 행복했다. 모든걸 다 가진것 같았다.

그렇게 만나면서 우리는 자주 싸웠다. 100일 째 만나는 동안도 엄청 싸웠지.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들었는지. 마음에 안들었다기 보단 서로 살아온 환경이 너무도 달랐기에 그랬다. 그건 너도 나도 서로 인정한 부분이니까. 그런데 200일도 채 되기전에, 너와 나에게 아주 힘든 일이 있었다. 서로 너무 감당하기 힘든 시간이었다. 하지만 서로의 마음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대화가 오갔고, 믿음을 주었고, 사랑했기 때문에 우리는 극복하고 다시금 행복한 날들을 보냈지. 그런데 200일 기념 속초 놀러갔을때, 그때도 싸웠다. 마치 우린 싸우기 위해 만나는 사람들 처럼, 그렇게 싸웠다. 300일, 400일, 500일이 가도록 우린 숱하게 싸웠다. 하지만 싸우는데에 익숙해진 우리는 싸우고 토라지는 시간도 짧아지고 대화도 현명하게 하게 됐다. 그렇게 오래도록 행복하게 만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600일이 되던 저번 주 일요일, 우리는 결국 헤어지기로 마음먹고 만났다. 솔직히 우리라는 말이 맞는지 모르겠다. 싸우고 사과하는, 반복된 그 상황이 진절머리 나게 싫었던 나는 헤어지기 일주일 전부터 일부러 연락을 안했으니까. 나만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너는 이미 예상한 듯이 이야기를 담담하게 했고, 나는 그만하자고 했다. 너는 그동안 내가 수도 없이 그만 만나자는 말에 붙잡았으면서, 이번엔 그러지 않았다. '그래, 잘가. 마지막 인산데 제대로 해주고 가야지...' 그렇게 우리는 마지막 인사를 하고, 카페에서 너를 남겨두고 나 홀로 나섰다.

처음엔 후련할 줄 알았다. 사귀는 동안 그렇게 안맞아서 싸웠던 우리였기에... 그렇게 홀로 나서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지하철역 계단을 내려가는데, 꽃을 팔고 계신 할머니를 보았다. 할머니는 형형색색의 예쁜 안개꽃들을 많이 팔고 계셨다. 나오는 순간부터도 눈물이 핑 돌았는데, 그 안개꽃들을 보니 얼마나 눈물이 나던지... 사람들이 쳐다보는것도 모르고 나는 펑펑 울면서 걸어갔다. 나랑 사귀면서, 꽃 사달라고 그렇게 졸라대던 너에게 나는 알았다는 말만 하고 사주지 않았던 지난 날들이 생각났다. 생일날 사줬던 꽃을 어린아이처럼 행복해 하며 들고 걸어다니는 너의 모습도 생각났다.

힘들게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오면서 내내 울었다. 어떻게 집에 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집에 와서 누웠는데 잠이 오질 않는다. 잠이 오면 마치 너에게 죄를 짓는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그렇게 불 끄고 조용히 누워있는데 너에게 전화가 왔다. 술 마셨을 때 그 특유의 목소리로, 보고싶다고... 울면서 우린 통화했다. 서로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남기고 우린 통화를 마치고 밤을 샜다.

지나고 보면 나는 참 너에게 부족한 사람이었다. 두 살이나 많았음에도 연애 경력이 전혀 없었던 나는, 그에 비해 여러 경험을 해봤던 너에게 한참 모자랐을 것이다. 근데 왜 헤어지고 나서 생각나는 걸까. 만나는 동안 이런 소중함을 알았다면, 싸우지 않고 내가 더 조심하고 너가 싫어하는 것들 안했을텐데... 항상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너는 질리고, 나는 그 상황이 지겹고...

지나고 나면 추억이겠지만, 큰 일이 있었던 우리에게 그 지난날이 결코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너 또한 그러겠지. 아니, 그러지 않길 바란다. 너는 다 잊고 잘 살길... 그랬으면 좋겠다.

못난 나는, 너에게 직접 편지를 전해줄 용기가 나지 않아 여기에 글을 남긴다. 혹시 모른다. 언젠가 이렇게 쓴 글을 너의 집 우체통에 넣고 나올지...

그동안 많이 사랑했다. 더 잘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 보고싶다. 잘 지내라. 행복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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