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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듣다가 생각난 이야기2 - 브로콜리너마저 '변두리소년소녀'
게시물ID : music_13170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paSSword
추천 : 3
조회수 : 15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11/11 20:33:03
 
 
……. 밴드에 가입하고 싶은데…….”
 
내가 어색하게 말을 꺼내자 뒤에서 복잡해 보이는 음향장비들을 만지고 있던
(매우 나이 들어 보이는) 선배는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며 자신을 회장이라 소개했다.
그는 거리 공연을 하려는 참이니
구경하다가 저녁때 동아리 연습실에 한 번 방문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대답하려는 내 말허리를 자르며
싸가지는 악기는 다룰 줄 아냐고 물었다.
 
일렉기타를 어깨에 멘 그녀를 한 번 힐끗 보고는
기타를 배우고 싶다고 대답하자,
싸가지는 '할 줄 모른다는 말이잖아. 그럼 Y가 좀 가르쳐.' 라고 뚝 잘라 말했다.
 
Y라는 이름으로 불린 그녀도, 나도 어쩌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는 사이
싸가지는 리허설 안 할 거냐며 멤버들을 다그쳤고,
사람 좋아 보이는 회장은 어느새 내 옆에서 어깨를 투덕투덕 하며
이따가 저녁때 동아리 연습실로 오라며, 연습실 위치를 알려주었다.
바쁘지 않으면 공연도 보고 가라는 말을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간단하게 음향 상태를 체크하는 선에서 리허설을 마치고, 공연이 시작되었다.
 나는 내가 무슨 일에 휘말린 것인지 깨닫지도 못한 채
사람들 틈에 섞여서 밴드의 공연을 지켜보았다.
 
밴드 멤버는 모두 다섯 명이었다.
드럼 하나, 베이스 하나, 보컬 하나, 기타와 건반을 번갈아 연주하는 멤버 하나.
그리고 Y라는 이름으로 불린 그녀는 기타를 연주하면서 서브보컬을 맡고 있었다.
 
나는 정신을 놓은 채 Y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작은 손으로 기타를 연주했고,
노래를 부를 때면 마이크에 입술을 바짝 대고,
보통은 눈을 감은 채로,
눈매가 선하게 옆으로 흘러나가는 모양이 돋보이는 표정으로
약간은 미간을 찌푸리며 가사를 읊조리듯 했다.
    
 
 

저녁때가 될 때까지
나는 방안에 누워 내가 미쳐버렸다는
슬픈 사실을 인정하기 위해 노력했다.
 엄마한테는 뭐라고 하지.
엄마, 슬퍼하지 마. 하나뿐인 아들이 드디어 돌아버렸어.
 
하지만 이내 Y라는 이름의 그녀를 떠올리기로 했다.
우울한 모습으로 마음 속 자존감의 밑바닥까지 피가 나도록 박박 긁어대는 것보다는
그녀의 눈매나 긴 머리카락,
기타를 연주하는 손가락을 떠올리는 편이 훨씬 행복했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있다가 저녁도 먹지 못한 채 동아리 연습실로 향하는 동안,
나는 결국 인정하고 말았다.
Y라는 이름의 그녀에게 첫눈에 반해버렸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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