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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명만큼 멋있었던 한사람..
게시물ID : lovestory_8020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섧게우는꽃
추천 : 12
조회수 : 878회
댓글수 : 27개
등록시간 : 2016/11/14 16:16:02
토요일 광화문엘 올라갔다 왔어요..
겨우 내려왔슴다..살다살다 전의경말고 집회시민들하테 갇힐 줄은...ㄷㄷ

여러가지 의미로 특별했던 경험이었고 특별했던 집회였죠?
개인적으로도 참 특별했슴다..

서울도심 한가운데서의 백만명...
광화문 내에서 이동도 이동이었으나..
(그냥 물에 몸을 맡기듯 맡겨놓으면 시청까지 떠내려갔죠...)

핸드폰...ㅠ 데이터...ㅠㅠ


핸드폰이 그 힘겨워 하던 그 상황에서
제 폰이
아둥바둥 데이터를 연결해가며

카톡에서 사진 한장을 받아왔어요
그리고 짧은 문장 하나.

꾸미기_2photo_2016-11-14_15-01-33.jpg




30여년전에
지역에서 대학을 다니시며
곧잘 투쟁도 나가셨던 아부지셨는데,

저 낳을때즈음..
쌍둥이 동생들 학비를 대야겠다며
학업을 포기하시고

시골로 내려가셔서 할머니 모시고
농사 짓고 살기 시작하셨었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광장에서도 멀어지시고,


저 학업을 위해
전주로 올라왔을때
농사만 짓던 당신이었는데다 마침 imf까지 터져서...
닥치는대로
손에 잡히는대로
이일 저일 하시면서 버텨오셨던 분.


아부지 당신 자식이
그렇게 키워온 큰자식이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우리가 이렇게 사는것은 사회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는거라며
학교 들어가서
학생회에 나가 옳은일 한번 해보겠다고 했을때도,

"그래, 그런것도 해봐야지"
라며 딱히 반대하시지 않으시며

집안사정상 보태줄 수 있는 것이 없다..
라고 하셨었죠

적극적으로 밀어주는 모양새는 아니었지만,
6개월쯤 했을땐가..
지역에서 하든 상경해서 집회를 하든
어느새부턴가
자식 경찰서에 끌려가진 않았을까
용역깡패하테 맞고 어디 다치긴 한 건 아닐까
저 들어올때까지
제 방에서 기다리다가 주무시는 걸 보고

아마 그때부터였을꺼에요
뭐, 한번씩 들어갔다 오는것도 나름 훈장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앞에서 외치되,
최대한 도망다녔었죠..
어떻게든 도망다니고..
부끄럽긴 하지만..

한창 하다가
학교에서 짤렸을때도,
학교 나와서 
하던게 이런거니
내가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이 길 계속 가고 싶다고
했을때도 또한
별 말씀 없으셨죠.


12일 서울 올라가기 전에
전주에서 안하고 서울로 올라가냐? 라고 물어보시길래
서울에서 집중하고
전주에서도 못올라간 사람들 모여서 진행하는걸로 알아요 -
별생각없이 툭 던지고 올라왔었는데,

느닷없이 인증샷을 보내셨어요

순간 
너무 당황하기도 했고
전혀 생각하지도 않고있었던터라
지금생각해보면
뭔가 할말이 이래 많았는데,

아무것도 아닌냥
넘어갔죠

광화문이라는 말에
쉴데는 있냐 오늘 오기는 힘들겠구나
라고 하시기에

밤을 샐까 생각도 했지만,
거의 막차를 겨우 타고
집에 내려왔슴다

아니나 다를까
새벽에 제 방문을 여니

여전히
제 방에 누워
잠을 청하고 계셨던 아부지.

인기척에 놀라
잠에서 깨며

역시 별말 없이

"고생했다잉.."
하고 안방으로 가시는

아부지 등이
언제부터
이렇게 작고 왜소해져 있었을까....
높기만하고 넓기만 했던
어깨가
어느새 이렇게
손에 닿을곳에 있었을까..


아부지 
진짜 멋있었습니다.
제가 봤어요.



p.s. 
나이 서른넘드락
처음써보네요
받으시진 못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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