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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0] 그의 소설같던 연애소설 1-2
게시물ID : love_1574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마일로군
추천 : 2
조회수 : 25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11/18 19: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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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love&no=15736&s_no=15736&page=1

....
난 그녀에겐 미안했지만 우리 둘이 서서 대화하는 모습을 학원 사람들이 보지 않았으면 했다. 특히 그녀만큼은.
"생각할 시간을 좀 줄래?"
사실 생각할게 없었다. 그녀 말고는 그 누구도 받아들일 수 없었으니.
다만, 거절할 적절한 문구가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이 상황을 빨리 끝내기 위한 말을 했다.
그러고는 뒤돌아 집에 왔다.

거절할 멘트를 준비한 나는 주연이를 불러내어 말을 했다.
나름 상처 안받게 잘 말했다 생각했으나, 주연이는 거절 자체가 상처였는지 휙 돌아 도망쳤다.

다음날부터 주연이는 학원에 나오지 않았다. 가출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설마 나 때문에 그러진 않았겠지만, 내책임이 아예 없을것 같진 않았다.
학원에 전화했다.
"여보세요."
"저 거기 다니는 남학생인데요, 수진쌤 전화번호 좀 알려주세요."
"너구나? 이건 수진쌤한테 직접 물어보지 그랬어? 후훗, 잠깐만~"
"아니 원장쌤, 그게 아니라요.."
주연이가 그녀의 아끼는 제자라는걸 알고 있었기에 그녀의 연락처를 받았다. 메세지를 보냈다.
'쌤 혹시 주연이랑 연락 되세요?'
답장이 올 때까지 매우 떨렸다. 주연이랑 연락여부 때문인지, 단순히 그녀와 나누는 첫 메세지 때문인지는 몰랐다.
'주연이 집에 잘 들어갔대. 근데 너 어떻게 내 번호 땄구나?ㅋㅋ'
이렇게 남자답지 못한 방식으로 멋없게 그녀와의 소통에 물꼬를 텄다.

그녀는 날 좋게 봐주었다.
춤에 관련된 질문도 다 받아주었고, 조심스럽게 물어본 사생활에 대한 질문도 받아주었다.
심지어 술 사달라는 문자에도 흔쾌히 긍정의 대답을 주었다.
세 누나와 술을 안마시는 날이면 그녀를 불러내어 둘이 보곤 했다.
그때 쯤, 타 지역에 있는 대학교로부터 합격통보를 받았다.
세 번째 수능만에 이뤄낸 합격통보였지만, 대학이고 뭐고 수진쌤 없는 타 지역으로 가기 싫었다.

학원 마치고 집 가는 길에 여느때처럼 쌤한테 문자를 했다.
'누나, 오늘도 수고하셨어요. 오늘 안무는 유독 격렬했어요 ㅎ'
'ㅋㅋ 이래야 재밌지. 잘 따라오더라?'
'잘 가르쳐주시니 뭐^^ 누나 혹시 생일이 언제예요?'
'오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인가? 싶을 정도로 신기했다. 물어본 날이 생일이라니.
이런걸로 거짓말 하실 리는 없었다. 집으로 가는 버스에서 내려 몇번 데려다 주었던 기억을 더듬어 그녀의 집으로 갔다.
한 손에는 편의점에서 산 미역국 두 박스를 들고.
'쌤 잠시만 나와주세요'
메세지를 보고 마실차림으로 나온 그녀. 대충 입어도 어찌나 이쁘던지,,
"미리 알았으면 좋은거 준비했을텐데, 오는 길에 샀어요. 울 아부지께서 생일엔 미역국 꼭 먹어야 한대요. 갈게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때 그녀는 그 해 최고로 행복했었다고 한다.

이리도 그녀가 좋았지만 그녀와 난 안될 인연이라며 매일매일 탄식했다.
그렇게 그렇게 친한 누나동생으로 지낸지도 언 한달 반. 내일 짐을 싸서 기차를 타야 한다.
이대로는 갈 수 없었기에 오늘 누나를 만나기로 마음먹었다.
'누나, 어디예요?'
'나야 집이지'
'나 곧 누나 집 앞에 지나가는데 잠시 나와줄래요?'
'이번엔 미역국 말고 뭘 준비했니?ㅋㅋ 알았어~'

그녀의 집 앞에 도착한 나. 기다리는 동안 누나에게 뭐라고 할지 생각했다.
도무지 정리가 안됐다.
나는 적어도 변호사나 선생님이 안될 놈이라 생각했다.

"오래 기다렸어?"

"잠깐만요."

문열고 나와서 나에게 오려는 그녀를 멈춰 세웠다.
이제 꺼내려는 말들은 차마 그녀의 코앞에서는 할 수 없는 말들이었기에.
생각이 정리되지는 않았지만 평소 생각하던 것들을 3미터 앞의 그녀에게 뱉어내면 된다 생각했다.
어둡고 고요한 골목길에 나즈막히 내 목소리가 깔렸다.

"누나, 저 누나 좋아해요. 모르셨죠? 아셨으려나.
너무 좋은데, 전 아직 어리고 연애경험도 없고 가진것도 개뿔 없어요.
그래서 이렇게 매력있는 사람을 어떻게 기쁘게 해야할 지 몰랐어요.
누나에게 고백하고 싶었는데 제가 겁이 많았던거 같아요.
혹여나 거절하면 지금까지처럼 설레는 만남도 못할 것 같기도 해서 두려웠어요.
그런데 저 이제 멀리 가네요.
가기 전에 누나한테 좋아했다는 말은 꼭 하고 싶었어요.
이제야 속이 후련하네요.
좋아한다는 말로는 다 표현 못할 정도로, 누나 상상 이상으로 누나를 좋아했어요.
이 말을 던지고 멀리가는 이상, 전 이제 누나를 좋아하면 안되겠죠?
그동안 설레게 해줘서 정말 고마웠어요.
누나 덕에 세상이 밝아보였던 것에도 감사해요.
후...
이말 하려고 왔었어요."

그녀는 모자를 깊게 눌러쓰곤 눈을 보이지 않았다. 밤이라 표정마저 보이지 않았다.
내 말에 아무 대꾸도 미동도 없었다.
이게 내가 보는 그녀의 마지막 모습이라는게 아쉬웠다.

"갈게요. 잘 지내요 누나."

여전히 가만히 있다.
뒤돌아서 한참을 걸어가다 뒤돌아봤지만 그녀는 그 자세 그대로 있었다.
되돌아가 집에 들여보내고 싶었다. 무슨 말이라도 듣고올걸 그랬다. 그러나 나는 내 길을 계속 가야했다.

집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띠링)
그녀에게 메세지가 왔다. 떨리는 손으로 메세지를 열었다.
'야이 나쁜놈아!!!!!'
누나가 나에게 화낸 것이 처음이었다. 내가 만들어 놓은 이 상황이 덜컥 무서웠다. 감히 그녀를 화나게 한 내 자신에 화가 났다.
'네?'
이 답장에 대한 답변은 한참 뒤 집에 도착해서야 받을 수 있었다.

'나도 너 좋아하는데 이렇게 말하고 가버리면 난 어쩌라고?
내 마음은 안중에도 없냐?
거기가 멀어봤자 대한민국 땅인데 뭐가 문제가 된다고 그렇게 마음을 접어?'

이런 생각지도 못한 메세지를 받은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답장은 하나였다.
생각해보지도 않고 바로 메세지를 전송했다.

'누나 미안해요. 제 생각이 짧아서 누나 아프게 할뻔 했네요.
누나 저랑 연애 해줄래요?'


이렇게 우린 1일이 되었고 그날부로 장거리 연애가 시작되었다.
출처 실화에 MSG 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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