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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강경 시위가 최후의 보루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서 몇줄 적습니다.
게시물ID : sisa_79153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금가루소년
추천 : 6/4
조회수 : 464회
댓글수 : 29개
등록시간 : 2016/11/18 22:3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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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짧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역사 가운데서도 아마 가장 분기점이 된 때는 1987년 6월 10일에 시작된 6월 항쟁일 것입니다.

이 6월 항쟁의 시발점을 전두환의 신군부 쿠데타부터 시작된 민주화의 열망으로 보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적으로는 박종철 열사의 고문 치사 사건으로 인한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일 것입니다.

사실 80년대는 대학생들에 의한 '민주주의는 피로써 완성된다.'는 식의 강경 투쟁이 끊이지 않았던 때였습니다. 그리고 끝내 6월 항쟁으로 마무리 되면서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의 마당으로 성큼 다가서죠.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6월 항쟁을 성공으로 이끌었던 것은 학생들의 강경 시위가 아니었다는 겁니다.

박종철 열사가 고문으로 유명을 달리한 후, 강경 노선을 타던 학생 시위는 전환점을 맞이 합니다.

그동안 화염병과 최루탄 등으로 맞서던 시위는 주변 시민들의 외면을 받았고 더불어 진압하는 경찰들에게는 당위성만 주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때부터 학생들의 시위는 비폭력 평화시위로 흐르기 시작했고 각종 동아리 활동이 강화되면서, 일부 시위는 경찰을 관중으로 하는 학생들의 놀이마당처럼 점차 기존의 시위와는 동 떨어진 방향으로 흐릅니다.

물론 꾸준히 강경 노선을 주장하는 학생들도 있었고 이 때문에 마찰을 빚기도 했지만 일반 국민들의 참여가 저조하다면 전국적인 호응을 불러 올 수 없다는 것은 모두 동의하는 바였죠.

그후 정의구현사제단에 의해서 박종철 열사의 고문 치사 사건이 축소, 은폐되었다는 것이 폭로되면서 국민들은 전두환 정권에 대한 반감이 극에 달하였으며, 이 민주화의 열망 아래 재야 인사 2191명이 모여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가 결성되었고, 결국 6월 10일에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며 6월 항쟁이 시작됩니다.

전국적으로 산발적인 시위가 거듭되다가 6월 26일, 전국적인 국민평화대행진에는 100만명 이상의 국민들이 참여하였으며 이에 6월 29일, 민정당 대선 후보였던 노태우는 GG를 칩니다.

대충 날려서 요약했는데요. 6월 항쟁이 우리나라 민주주의 역사에 가지는 의미는 바로 강경한 학생 운동이 아닌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일어난 진정한 민주 항쟁이었다는 점입니다.

그 저변에 깔린 것이 각목과 쇠파이프를 놓고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한 당시 학생들과 재야 인사들의 노력이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겠죠.

그때도 중간중간 강경 시위가 조금씩은 있지 않았느냐 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국민들의 꾸준한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화염병과 쇠파이프가 아니라 택시 운전사의 경적소리와 고교생들이 흔든 손수건 등이었습니다.


지금 상황은 사실 6월 항쟁 때보다도 더 심각합니다.

노태우가 꼬리를 내린 것은 국민들의 시위를 막을 수 있는 것은 계엄령 선포밖에 없는데 당시 정세로 군대를 돌리기엔 너무 위험요소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이성적 판단 아래 내린 결정인 겁니다.

하지만 지금의 대통령은 이성적인 접근과는 거리가 멀어보입니다. 때문에 현 촛불집회의 한계가 6월 항쟁 때보다 더 빨리 나타날 수도 있죠.

그럼 강경 노선을 타야 하느냐.

아닙니다. 그때는 더 많은 국민들이 모여야 합니다. 정말 사태가 극으로 치달아서 계엄령이 내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오면, 그때 우리가 맞으러 나가면 되지 않습니까?

강경 시위를 해도 맞고 가만히 있어도 맞는다면, 까짓거 때리러 오라고 하세요. 어차피 맞는 건 마찬가지 아닙니까? 가만히 맞고 있으면 누가 피 닦아주러 달려오겠죠. 그런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면 되는 거 아닙니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현 상황을 좀 더 긍정적으로 만들려면 서울에서 일어나는 대규모 시위가 전국적으로 일어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서울로 몰려 올라가는 것도 좋지만 보다 많은 참여를 위해서는 굳이 서울로 가지 않아도 우리집 앞에서 그런 시위가 일어나는 것이 가장 좋겠죠.

그런 점에서 이번에 문재인씨가 부산으로 내려가는 것은 정말 잘한 일이라고 보고요. 6월 항쟁이 결국 성공한 것도 시위의 규모가 전국적이었기 때문이었고 그 수가 압도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강경 시위는 안됩니다.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전국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폭발했던 강경 시위가 잦아들면서 국민들이 들고 일어난 것이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시작입니다. 강경 시위가 최후의 보루라면, 그건 역사를 역행한다는 말과 다를 바가 없어보입니다.

오늘 조금은 저 혼자 흥분한 적도 많았습니다. 혹시나 불편한 글이 있었다면 사과드립니다. 글에 오류가 있다면 지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불금 잘 보내시구요. 전 사온 치킨 좀 뜯겠습니다. 치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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