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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0] 소설같던 그의 연애소설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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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마일로군
추천 : 0
조회수 : 24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11/21 15:5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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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만남

선애는 거한 생파를 기획했다.
본인이 친하다 생각하는 지인들을 캠핑장으로 모아 노는 올나잇 파티!
15~20명 정도 모이기로 했는데, 명단엔 그도 있었고 그녀도 있었다.
우연히 그와 그녀는 비슷한 시간에 도착했다.
"너희 몇번 본적 있지?"
선애의 물음에 둘 다 고개를 끄덕이곤 서로 인사한다.
그 모습을 본 선애는
"둘이 뭐 있어? 왤케 뻘쭘하게 인사해? 수줍은거야?ㅋㅋㅋ"
이 말을 계기로 그 자리는 그와 그녀를 이어주려는 분위기로 이어졌다.
모두가 한 마디씩 거들었지만 종합해보면 '이쁘고 단아한 그녀와 끼있고 귀여운 그. 선남선녀네 잘해봐' 였다.
그와 그녀는 기분 좋았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계획에 없던 썸남썸녀가 된 분위기를 그저 즐겼다.

고기를 구워먹고 노래하며 술을 몇잔 마시다 술게임을 하게 되었다.
첫 시작은 휴지 입으로 찢기 게임.
휴지를 입으로 물어 다음 사람에게 내밀면 다음 사람이 입으로 찢고 그 휴지를 그 다음 사람에게 넘기며 찢는걸 반복하는 단순한 게임.
너무 작아진 휴지를 더 이상 입술로 찢지 못한 사람들이 하나 둘 벌주를 마셔갔다.
휴지가 돌다 보니 매우 작아진 채로 그와 그녀에게도 몇차례 갔다.
그와 그녀에게 휴지가 가면 다들 고개를 기울여 입술이 닿나 안 닿나 기웃거렸다.
쑥스러워서 다가가지 못하는 그와는 반대로, 그녀는 입술이 살짝 닿는 것은 아랑곳 않고 휴지를 뜯었다.
그럴때 마다 그는 눈을 감았다 떴다 고개를 숙였다 얼굴이 빨개졌다 난리가 났다.
그는 이 게임이 빨리 끝나기를 바라면서 빨리 끝나지 않기를 바라기도 했다.

다양한 술게임이 이어지는 동안 벌칙은 여기저기서 이어졌지만 게임을 잘하는 그와 그녀는 좀처럼 걸리지 않았다.
그러던 중 '사랑해 병신'이라는 게임을 하게 되었다.
진행방향으로 '사랑해'라고 하거나 역방향으로 '병신'이라고 하며 차례차례 말하는 게임이다.
이 게임은 웃는 사람이 걸려서 술을 마시게 된다.

순서대로 쭉쭉 막힘없이 넘어갔다.
워낙 쉬운 게임이라 걸리는 사람 없이 서로 '사랑해''병신'을 반복하며 지나가던 중 그녀의 차례가 왔다.
오른쪽에 있는 그를 보며 "사랑해"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은 그는 더 이상 이건 게임이 아니었다.
혼자만의 세상에 빠져 마냥 행복해졌다.

'그녀가 나에게 사랑한다고 하다니'

새어나오는 미소를 참지 못하고 오른쪽을 보며 말하려 했다.
"사.." 아뿔싸, 그녀에서 그 말을 들은 그는 다른 여자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다시 왼쪽을 봤다.
아니 이건... 그녀에게 '병신'이라고는 더더욱 할 수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당황해서 어쩔줄 몰라 오른쪽 왼쪽을 번갈아보며 어버버거리는 그를 보는 모두가 킥킥댔다.
그때,

"ㅋㅋㅋㅋ하하 얘 엄청 귀엽넼ㅋㅋㅋ"

그녀의 웃음섞인 한마디로 모두가 각자의 최선을 다해 한참을 빵터졌다.

"그나저나 이번에 걸린건 유미 아냐?"
"맞아, 제일 먼저 입벌리고 웃었잖아."
"근데 쟤 술을 입에도 못대는데.."

그렇다. 그녀는 소주를 혀에 약간만 대도 밤새 구역질이 나서 잠을 못이루는 사람이었다.

"야야, 저기 흑기사 있는데 무슨 걱정이니?"
"그러게~ 벌써 소원이 궁금하네."

그녀가 흑기사를 요청하기 전에 그가 벌주를 집어들어 아무말 없이 입에 털어 넣었다.
술 약한 그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안주를 찾는 사이 일동 감탄사를 연발하며 소원을 말하라고 떠들었다.
저마다 보고 싶은 소원을 말하며 꺄르르거렸다.

"뽀뽀는 해야 안되겠나?"
"야야, 처음인데 포옹으로 해주자~"
"에이 무슨 포옹이야? 최소한 볼에 도장은 찍어야지."
"시작은 러브샷 해~"
"유미는 술 못먹는다니까?"
"그럼 또 흑기사하고 소원 또 빌면 되겠네~"
관객들이 더 신났다.

"소원 말해봐봐."

나즈막한 그녀의 음성에 모두가 그쪽을 쳐다봤다.
'오늘 이것만을 기다렸다'는 표정들로 숨죽이고 주목했다.
잠시 고민하던 그가 입을 뗐다.

"제 소원은요"

"..."

"다음 주에 밥 사주세요."

그녀는 잠시 놀랬지만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몇 시간이나 즐거웠던 그들은 아침이 돼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집에 돌아온 그는 흑기사 소원을 핑계로 받은 연락처를 영어단어 마냥 달달 외우며 잠들었다.


다섯 번째 만남

'누나, 밥 사주셔야죠ㅎ'

그녀는 며칠이나 기다렸던 그의 메세지가 오자 반갑게 설렜다.
주말에 그녀의 집 근처에서 만난 그들은 영화를 보고 밥을 먹었다.
그는 순간순간이 행복했고, 그녀는 그게 다 표정으로 드러나는 그가 귀여웠다.

그녀를 데려다 주는 길.
큰 키를 가진 둘은 시간을 붙잡으려는 듯 세상 느리게 걸었다.
그녀 집에 다다른 둘.
그가 아쉬운 인사를 꺼내기 전에 그녀가 집 문을 열며 먼저 말했다.

"차 한잔 하고 가."


집에 들어간 그의 눈에 띈건 주방에 쌓여있는 설거지거리들.
"혼자 사시는 분이 뭘 이리 쌓아놓고 살아요."
그는 고무장갑을 꼈다.

그녀는 그런 그를 말리지않고 침대에 드러누워 휴대폰을 켰다.
그녀의 눈은 휴대폰을 보고 있었지만 머릿속에는 많은 생각이 들었다.
오늘 데이트 중 대부분의 선택은 그가 했다.
나름 리드를 할 줄 아는 녀석.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에는 언제나 그녀가 리드했다.
휴지게임을 빌미로 입을 맞췄고, 웃으면 안되는 게임에선 그녀는 일부러 먼저 웃어 그로 하여금 흑기사를 하게 했다.
오늘 집으로 가려는 그를 이 집에 데리고 들어온 것도 그녀.
그녀는 지금 그를 옆에 눕히고 싶지만, 이것마저 리드할 용기는 나지 않았다.
어떡할까.. 어떡하지..
하는 동안 그가 설거지를 끝내고 걸어오고 있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해맑은 미소를 머금은 채로.


그는 고무장갑을 끼고는 설거지를 하고 있지만 머릿 속은 복잡하다.
그녀의 작은 원룸은 향수보다 향기로운 그녀의 체취로 가득하다.
정신이 아득해진다.
바로 옆에 있는 그녀가 자꾸 생각난다.
그녀와 뭐든 같이하면 좋겠다.
오랫동안 함께하고 싶다.
그녀를 웃게 하고 싶다.
그녀가 나 때문에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녀도 나를 싫어하지 않는 것 같다.
허나 귀여워할 뿐 남자로 보지 않는것 같다.
오죽하면 표정변화 없이 입술을 닿고, 오늘은 날 집까지 들였을까.
아닌가, 좋아서 그랬나,
모르겠다.
차를 한잔 할 때, 여태처럼 아무 대화나 하면 안되겠다. 
뭔가를 물어봐야겠다.
뭘 물어보지, 궁금한게 너무 많은데..
아? 벌써 설거지가 다 끝나가네, 뭐라하지,
그래. 일단 그녀옆에 앉자마자 떠오르는 말을 뱉자.
꾸밈없이.
아무 생각 말자.
그는 아무런 생각없이 설거지를 끝내고 차를 두 잔 탔다.
천천히 그녀에게로 갔다.
그녀의 얼굴을 보자 다시 머릿 속에 수 많은 문장들이 떠올라 복잡해진다.
가는 네 발자국을 어떻게 걸었는지 기억이 안난다.
정신 차려보니 차는 책상 위에 있고 그는 침대에 턱을 괴고 그녀를 보고 있었다.

"누나"

 
그녀는 차를 마시자고 들여온 그가 차를 책상 위에 올려두고 자신을 쳐다보자 마음의 준비를 시작했다.
고백을 하면 뭐라 대답할지, 본인을 어떻게 생각하냐 물으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본인이 마음의 준비가 됐는지 자문하던 중 천천히 그의 입술이 열린다.


"그날.. 누나랑 입술 닿았을때 전 디기 좋았는데,, 한 번 더 해보면 안되요?"


그녀는 생각지도 못한 발언에 웃음이 나왔다.
너무 웃겨서 입 가리는것도 잊은 채..
그는 벌어져있는 그녀의 입을 본인의 입으로 막았다.
그녀의 바람대로 그가 그녀의 옆에 누웠다.
책상 위에 두 잔의 차의 온도가 오랜 시간동안 점점 차갑게 식어가는 사이, 두 사람의 온도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었다.

그 날 이후 둘은 그녀의 동네에서 자주 만났다.
그리고 데이트의 끝자락에 둘 중 한명은 둘만의 암호를 말하곤 했다.


"설거지 하고 갈래(?)(!)"
출처 실화에 MSG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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