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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이었으면 이렇게 대답했을지도
게시물ID : sisa_79983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무늬만츤데레
추천 : 3/4
조회수 : 997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6/11/29 10:51:14
이재명이었으면 문재인처럼 대답하지 않았을 거다. 아마도 이렇게 워딩했을 것이다. 

"헌법이 정해 놓은 것이 있으니 그대로 가야 하는게 맞다. 다만 국민 여론이 어떠하느냐를 지켜보는 것도 필요하다."

사실 내용은 문재인이 얘기했던 것과 똑같다. 문재인도 60일 안에 대선 치루는 것이 기본적인 의견이라고 했으니까. 

손석희가 그 질문을 했을 때는 다른 의도가 있었다고 본다. 박근혜가 퇴진하고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뤄야 하는데 개헌이고 뭐고 생각할 겨를이 있겠냐. 이런 의미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런데 문재인의 대답은 국민의 여론을 봐야 한다. 60일이 넘을 수도 있다 이러니까 문재인 보다 당황한 쪽은 손석희였던 것 같다. 60일을 넘겨 자칫 시국이 개헌 논의로 가는 것을 손석희는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손석희는 그 질문을 매개로 개헌의 당위성 까지 물으려고 했던 것 같은데 문재인이 손석희의 논리 전개에 수긍하지 않았던 것이고 손석희가 이해가 가지 않는 다는 부분은 바로 그 지점이었던 것 같다. 

아마도 그 다음 손석희가 묻고 싶었던 것은 이런 질문이었을지도 모른다. 

"만약 60일이 넘어가서 국민 여론이 개헌을 요구하는 것이라면 받아들이시겠습니까?"

문재인은 아마도 그것이 국민여론이라면 그렇게 해야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대답했을 것이고 손석희 논리로는 그것은 또 개헌론자들에겐 좋은 명분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거기서 이해가 안간다는 말과 함께 다른 질문으로 넘어간 것 같다.

사실 둘 다 얘기하는 바는 같다. 다만 박근혜가 퇴진하고 헌법에 따라 대선이 치뤄지는 과정에서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여기느냐의 차이다. 둘 다 박근혜 퇴진과 조기 대선 그리고 국정 공백 최소화가 목표지만 손석희는 그 과정에서 개헌론자들의 장난질을 차단해야 하는데 그 명분으로 헌법을 제시하는 거고 문재인은 탄핵 부터 대선 과정 까지 그 모든 절차들에 대해 국민들의 여론을 지켜봐야 하지만 국민들의 여론이 이러는데 딴 생각할 수 있겠느냐 난 국민들 믿고 가겠다. 심지어 대권 조차도.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 사실 조기대선하면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자기가 가장 유리할텐데도 말이다. 

사실 이 지점이 문재인 지지자들조차 문재인에게 답답해 하는 부분이다. 왜 그는 좀 더 영악하고 효율적으로 굴지 못하느냐는 거다. 혼돈의 시대에 이재명류의 명쾌하고 분명한 로드맵을 지닌 지도자를 바라는 요구가 문재인에겐 왠지 어울려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문재인은 사람들을 설득하려 하지 않는다. 감언이설 까지는 아니더라도 뭔가 납득당할 명분 이런걸 사람들이 바라는 순간에도 당위성을 툭 던져놓고 판단을 상대에게 맡긴다. 반면에 이재명은 매우 카리스마 있는 언변을 구사하지만 그 안에 당근과 채찍을 같이 제시한다. 법을 지키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에게는 그 당근이 보이고 불법을 저지르려는 사람들에겐 채찍이 보이게 만든다. 사실 그것만큼 분명한 설득은 없다. 성남시에서 만큼은 보수시민단체들도 이재명 시장을 응원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가 SNS에서 끈임없이 소통을 하며 자신의 지지층을 넓혀가고 탄핵정국에서 발빠르게 여론을 캐치해 내는 걸 보면서 기본적으로 국민들을 믿고 정치하는 노무현 스타일의 정치인은 아니다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리고 그런 이재명의 방식에 매우 동의한다. 아직 우리 국민들은 그 정도 수준은 아니라고 보는 건 나도 마찬가지다.

난 개인적으로 이재명 시장의 스타일을 좋아한다. 저런 정치인에겐 그냥 맡겨 놓고 내 할일 만 잘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는 아직 검증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 뭐가 더 검증할 것이 있냐. 성남시 운영 잘하지 않았느냐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런 사람들에게 이렇게 묻고 싶다. 만약 이재명이 성남시가 아닌 서울시를 맡았어도 지금과 같았을까? 성남시도 작은 도시는 아니지만 온갖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메트로 서울시에 비하면 그 스케일이 다르다. 

사실 박원순 시장은 억울한 부분이 많다. 이명박이나 오세훈에 비하면 정말 잘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작은 실수나 방심도 대서특필하는 불리한 언론환경에서 그 공로를 제대로 인정 받지 못하는 측면이 분명하다. 야권 지자체의 맏형으로서 얼마나 많은 언론 공격에 시달여왔는가.

노무현 때는 노무현 같은 정치인이 한명 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노무현 같은 정치인들이 많아졌다. 문재인, 박원순, 이재명, 안희정 등등... 보수언론들도 우선순의를 정해서 공격해야 될 정도로 타게팅이 많아진 것이다. 상대적으로 이런 언론환경에서 가장 많은 득을 본 정치인은 안희정인 것이고 이재명도 박원순이나 문재인 보다는 덜 공격을 받았다고 본다.

물론 공격을 받지 않는 것도 능력이다. 문재인이 어제 손석희의 질문 의도를 잘 파악해서 시의적절하게 대처했다면 사실 이런 논란이 생길 필요도 없다. 너무 보수 언론을 의식한 답변을 하느라 야권 지지자들에게 고구마를 먹인 측면도 있다. 반대로 이재명은 언론에 비치면 비칠수록 빛이 나는 캐릭터다. 패널들의 공격도 잘 받아치고 그 와중에 자기 할 말을 다 해내는 능력도 돋보인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말해주지 않는다. 정치인은 그런 것들을 통해 자신을 설명하는 능력이 필요한 시대이긴 하지만 분명 거기엔 한계가 존재한다. 때로는 보기엔 좀 답답해도 그동안 걸어온 길을 통한 웅변에 귀를 기울이고 검증된 자질에 기대를 거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지금 그런 불확실성 속에서도 견디고 벼텨온 경험이 있는 사람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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