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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존재만으로 힘들다고 했던 당신에게
게시물ID : wedlock_580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프로편안러
추천 : 19
조회수 : 1587회
댓글수 : 27개
등록시간 : 2016/11/30 15:5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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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4월, 우린 5년간의 비밀스럽게 친했던 관계를 정리하고 연애를 시작했다.
 
그 전엔 낯뜨거웠던 관계였을지도, 부적절한 관계였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중요했던건 우린 다시 시작했다.
 
널 좋아했었고 사랑했었다.
 
하지만 나의 목소리, 나의 마음은 늘 네가 쳐놓은 벽에 부딪혀 메아리 쳐 돌아왔고
 
이런식의 연애는 싫다고 헤어짐을 요구했던 나를 늘 붙잡았지.
 
내가 숨을 쉬고 살아있는지에 대해서 관심도 없던 네가 그때 왜 그랬는지 이제는 좀 알거 같아.
 
그때 네 친척 결혼식에서 너의 부모님만 안뵈었어도 넌 날 놓아줬을까.
 
그리고 그 모든 너의 단점들보다 내가 널 사랑하던 마음이 컸었다.
 
날 붙잡아 주던 널 보며 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단점이 10개였으면 네가 가진 100개의 장점을 찾으려고 노력했고
 
그렇게 너와 난 결혼했다.
 
13년 4월, 아직도 기억한다.
 
비가 왔었고 우리쪽 하객들 차가 늦어져 식이 한시간 지연 됐었고
 
출장 메이크업 선생님께 오드리 햅번의 머리를 하고싶다 말했었고
 
네 학교 후배들이 와서 축가를 연주해 줬었어.
 
그래, 그렇게 너와 난 시작했다.
 
14K 커플링 하나에 다이아몬드, 진주같은거 없어도 행복하다 생각했다.
 
결혼전의 네가 갖고있던 빚도 내가 갚아주면 된다 생각했고
 
야근이 많았던 네가 힘들까 불만이 있어도 깊숙히 삼켰다.
 
내가 참으면
 
내가 이해하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도 그저 너의 부인이란 이유로 난 삼켜내었다.
 
갑작스런 위경련에 응급실에 몇번이나 실려가고
 
폭식증과 거식증이 반복되어도
 
이미 법적으로 부부관계였던 우리 관계를 책임지고 싶었다.
 
내 옆 너의 자리를 지켜내고 싶었다.
 
너무나 오랫동안 바랐던 너란 사람을 얻은 내가 지켜내야만 했었다.
 
그리고
 
16년 11월
 
우린 법적으로 남이 되었다.
 
3년이 넘는 시간동안
 
내가 지켜내야 했던 것들은
 
이미 내 손에서 모래가 되어 뿔뿔이 흩어졌다.
 
나의 사랑스러웠던 고양이들도
 
너와의 소중했던 추억들도
 
하루하루 조금씩 더 사랑했던 그 마음들도
 
행여나 상처줄까 심한말이 나오진 않을까 늘 조심했던 내 모습들도
 
정말
 
아무것도 아닌게 되버렸다.
 
노래방도우미와 껴안고 춤추던 네가 내게 화를 낸다.
 
난 떳떳하다고 난 아무 잘못 안했다고 다 너때문이라고
 
그 곳에서 모든걸 내 눈으로 직접 본 내게 넌 화를 낸다.
 
나랑은 더 이상 못살겠다고 말을 한다.
 
집을 나가 홀로 기다리면서 밤마다 눈물로 지새우는 날 두고
 
사내 대출을 받아서 넌 회사 여자동료들과 술을 마시고 다른 동료들과 부산 여행을 간다.
 
그랬던 널
 
사랑했었다.
 
그리고
 
이젠 멈추었다.
 
확정판결 받는날
 
그동안 고생많았다며 홀가분해보이는 널 보내며
 
내 20대의 자화상을 너와 함께 보냈다.
 
내년이면 난 30살이 된다.
 
네가 나보다 더 이해심이 많은 여자를 만났으면 좋겠다.
 
 
 
 
아니, 사실
 
네가 망가져버렸으면 좋겠어.
 
평생 후회해라 나쁜 새끼야.
 
네 발냄새도 사랑했던 여자는 내가 마지막일거다.
 
니가 매춘해도 내아들 이쁜데 넌 대체 왜그러냐 했던 너네 집안 식구들이랑 잘먹고 잘사세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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