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새벽에 파지 주우시는 할아버지를 만났네요.
게시물ID : freeboard_142987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샘결
추천 : 4
조회수 : 33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12/05 19:08:26
옵션
  • 창작글
  • 외부펌금지
어제 새벽에 모아 놨던 박스랑 재활용품 버리러 쓰레기장에 나갔다가 박스랑 페트병을 뒤지는 사람을 마주쳤네요.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컴컴했고 가로등 불빛으로만 봐도 남성인 것 같아서 깜짝 놀라 뒷걸음질 치고 있었는데

제 인기척을 느끼셨는지 뒤돌아 보시더니 가래가 낀 쉰 목소리로 "박스 버릴 거에요?" 하시더라구요.

목소리 들어보니 할아버지 같아 조금 마음을 놓으며 "네... 분리수거 하러 왔는데...." 말끝을 흐렸더니

"아 그럼 잘됐네 이리 주세요" 하시며 저에게 손짓을 하셨습니다.

할아버지가 있는 쪽으로 우물쭈물 걸어가 유모차를 개조한 것 같은 리어카를 보고 그 옆에 재활용품들을 놓고 

빨리 집으로 들어갈 마음에 "수고하세요" 말을 하는둥 마는둥 하며 돌아서려는데,

할아버지께서 기침 섞인 목소리로 "아가씨 고마워요~" 하시는 겁니다.

그 말을 듣고 뭔가 가슴에 돌을 맞은 것 같았어요.

제가 가져온 박스 몇개가 뭐가 고맙다고 저에게 고맙다고 하시는 건지...

저 노인은 왜 캄캄한 새벽 추운 날씨에 시린 손으로 쓰레기장을 뒤지며 파지를 주우셔야 하는지...

온갖 생각이 순식간에 들면서 그저 집에 빨리 들어가려고 바닥에 던지듯이 재활용품을 버리고 돌아선 제가 너무 부끄러워졌습니다.

곧바로 집으로 들어 갈까 하다가 돌아가서 근처 편의점에 뛰어 들어가 따뜻한 두유 두병을 사다가 전해 드렸더니 

너무 고맙다고 연신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시던 할아버지 목소리와 표정이 너무 기억에 남네요.



제가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는 혼술을 하며 유툽을 보다 홍종학님의 경제 특강을 보게 됐는데,

보다 보니 너무 화가 나고 열 뻗치고 부들부들 하다가 갑자기 어제 새벽에 만난 할아버지가 생각이 났네요.

거지 같은 재벌 몰아주기 정책이 아니었으면 노인들이 이 말도 안되는 노동을 하지 않고도 걱정 없이 생활 할 수 있는 나라가 올 수도 있었는데...

씨.발 거지 같은 정책 때문에 힘없는 서민들만 찬바람에 고생하는 이 상황에.. 너무 빡쳐서 끄적여 봤어요...

죄송해요 맥주 3캔 먹었네요... 큰걸로... 이제 잘래요...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