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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단편/약19] '엿보기 구멍 Reboot' 2/2
게시물ID : panic_9173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야설왕짐보
추천 : 15
조회수 : 3762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6/12/08 14:5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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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보기구멍표지2.jpg




 

#A-6. 무고(誣告)와 모욕(侮辱)사이

 

니 인생이 불쌍해서 이 누나가 딱 한 마디만 할게. 인생은... 실전이야 이 만아!”

 

태어나 처음이었습니다.

 

이걸 죽여, 살려!

 

이제껏 느껴본적 없는 충동, 살인에 대한 욕구가 마구마구 샘솟았습니다. 오죽하면 제가 경찰을 앞에 두고 이런 하소연까지 했겠습니까?

 

아저씨! 저 오늘 말리지 마세요. 제가 저 년 죽이고 오늘 깜빵 갑니다. .! 알량한 9급 공무원 나 그거 안해! 야 너 이리와! !”

! 죽여봐! 죽여! 죽으라면 내가 못 죽을 줄 알고!”

 

안 그래도 시끌벅적했던 파출소 안은 그야말로 난장판이 됐습니다. 흥분한 저와 저를 말리는 경찰 그리고 그 와중에도 도발을 서슴치 않는 인간 말종, 역반하장 그 여자!

 

너 나 째려봤어! 아저씨! 이거 살인치사맞죠?”

아니 그것이 살인 치사는 아니고...”

그래! 살해 협박! 협박죄로 추가 고소할게요.”

! 이 정신나간 여자야! 고소해! 살인치사든 살해협박이든 고소하라고! 누군 못 할 줄알아! 아저씨 저도 이 여자 공갈협박죄로 고소합니다.”

이 여자? 너 지금 여자라고 얕노니? 내가 못 할 줄 알고? 아저씨 이거 엄연한 성희롱 아니에요? 성희롱!”

아니! 아가씨! 그리고 청년! 고소가 그렇게 막허는 것이 아녜요!”

 

미르코 크로캅, 예멜리아넨코 효도르, 최홍만, 앤더슨 실바, 추성훈, 린다 로우지, 지금까지 제가 수 많은 파이터들을 보아 왔지만 이런 유형의 파이터는 처음입니다.

이른바 ..리 파이터

그렇게 사건은 겉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가고, 머리는 아파왔습니다.

.

.

.

 

... 그러니까 제가 국가가 위임한 엄정한 법의 이름으로 두 분의 입장을 한 번 정리 해보겄습니다.”

 

한 바탕의 소동이 가라앉자 노량2동 파출소의 지엄하신 파출소장님께서는 친히 중재자를 자처하시며 우리를 마주 앉혔습니다. 흥분은 도통 가라앉지 않았지만, 계속 이러면 두 사람 다 유치장에서 밤 샐 줄 알라는 엄포에는 저도 그 돌..이녀도 당해낼 도리가 없는지 그 흉폭한 입을 다물더군요.

 

일단 스토킹 건... 이거는 두분 다 무혐의 인정하시는 거죠?”

.”

일단은요.”

그럼 다음은 무고죄. 이 부분은 인정하십니까?”

인정합니다.”

아니요 저는 인정 못 합니다.”

?”

실수라잖아. 실수가 왜 무고죄니?”

실수? 하이고 지나가던 개가 웃겄다.”

뭐라고? 너 말 다했냐? 여자가 실수라는데 사내새끼가 찌질하게!”

찌질? 찌질? 너 말 다했어?

그래 다했다 왜!”

자자자! 두 분 진정하시고. 저기 유치장 보이시죠? 한 시간 정도 앉아 계시면서 차분히 가라앉히고 다시 얘기할까요? 아니면 지금 하던 얘기 마저 할까요?”

하던 거 계속 하겠습니다.”

여자분은요?”

저두요.”

자 그럼 일단 무고죄, 이거는 남자분께서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견지중이신 걸로 알고. 다음은 모욕죄. 이 부분은 인정하십니까?”

그럼요. 당연하죠. 저런 인간은 콩밥을 먹어봐야해요! 소장님! 제가 증거도 차곡차곡 모아놨어요. ... 버렸나? 암튼!”

! 후안무치 그게 무슨 쌍욕도 아니고. 내가 너 사자성어 공부좀 하라고 도와 준거야! 고맙단 말은 못 할망정... 야 돌아가자 마자 밑줄 쫙 그어라! 다음 국가직 시험에 꼭 나온다!”

어쭈? 너나 잘하세요! 짐 쌀 준비나 해! 넌 이제 공무원 시험은 영영 바이바이니까!”

누가 할 소릴! 너나 방 뺄 준비하세요.”

 

다시금 흥분이 격화 될 조짐을 보이자 소장님이 나서셨습니다.

 

자자자! 흥분들 하지 마시고. 그럼 제가 정리해서 한 번 말씀을 드릴께요. 법을 집행하는 입장에서 공정히 봤을 때! 일단 무고죄!”

!”

난 그거는 조금 힘들다고 봐!”

우와! 역시 우리 소장님 멋쟁이! 어마! 아싸! 들었지? 들었지?”

 

파출소장님의 말을 듣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깐족대는 이 여자.

정말 미치고 팔딱 뛸 번 했습니다.

 

아니 소장님!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립니까?”

어허! 들어보시라니까. 본인이 실수다. 몰랐다 이렇게 주장하니까. 일단은 범죄 구성 요건이 안돼! 무고죄는 알면서도 신고해야 되는 거 알아요 몰라요? 혹시 이게 고의라는 거, 입증 할 증거 있나? 명백한 물증이 있냔 말일세?”

... 물증이요? ... 그게...”

 

세상에나 마상에나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실수라니요. 몰랐다니요. 저를 스토커로 신고한 것은 누가봐도 100% 무고입니다. 그런데 입증이 어렵고 물증이 없다는 이유로 범죄구성요건이 안된다니요.

고시생은 아니지만 진실과 동 떨어진 사법체계가 원망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습니다.

 

근데 반대로 모욕죄. 이거는 자네가 좀 위험해!”

? 왜요! 무고죄도 범죄구성 요건을 충족 못 시키면, 모욕죄도 마찬가지인거 아닙니까? 그리고 그거 고작 사자성어에요. 시험에도 나오는 그런 거요. 포스트잇 하나 붙인게 어떻게 모욕죄가 됩니까?”

어허! 이 친구! 법을 모르는구만... 경찰 공무원 준비하는 친구였으면 백날 해도 못 붙겄네... 으잉... 못 붙어!”

.. 그게 무슨...”

 

당황했습니다. 파출소장님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도리질을 치고, 그 여자는 신이나 우쭐댑니다. 아무리 형사소송법에 대해 문외한이라고 해도 이건 너무 억울했습니다.

 

뭐가 문젠데요? ?”

자 보게... 후안무치, 두소지인, 이거는 과하진 않아도 법적으로 조롱의 의미가 있었다 보기엔 충분하단 말이야.”

무슨 기준으로요!”

그거야 받아들이는 사람 기준이지. 보는 사람이 기분 나쁘면 나쁜거야. 안타깝지만 그게 법일세! 어디 그 뿐인가? 문에다 붙였다며?”

? ... 그건 그렇습니다만.”

그게 결정적인 문제야! 누구나 다닐 수 있는 복도 앞... 모욕죄의 구성 요건 중 하나인 공연성이 확정되는 거거든!”

 

무슨 소리일꺼 같으세요?

네 맞습니다. 제 심장이 철렁 내려 앉는 소리입니다.

저는 기술직 지망이라 법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지만, 하나하나 파고들어가는 소장님의 법리해석이 어딘가 논리정연합니다.

 

... 하지만 제가 동네방네 돌아다니면서 떠든 것도 아니고 고작 방 문 앞에 붙인건데요?”

그러게 말이야. 근데 어쩌나? 법이 그런 걸, 아이구 큰일났다. 젊은 친구 앞길이 구만린데... 안타깝네. 뭐해! 빨리 사과해! 지금이라도 이 아가씨 기분 풀고 좋게 좋게 가자고.”

 

이게 무슨 청천벽력, 마른 하늘 날벼락 떨어지는 소립니까?

사과라뇨. 좋게좋게 가자니요.

억장이 무너지고 가슴이 찢어집니다.

억울했습니다. 화가 나고 속이 상했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론 막막했습니다. 문 앞에 포스트잇 하나 붙여 놓은거, 남들 다 쓰는 사자성어 적어 놓은 거, 그게 대체 왜 죄가 되는지, 저는 도통 이해할 수 없었지만, 흔히들 삼인성호(三人成虎)라고 하지 않습니까? 나이 지긋하신 파출소장님 이하 다수의 경찰들이 달라붙어 떠드니 저는 시쳇말로 야코가 죽어 반박할 의지마저 잃고 말았습니다.

삼인성호 : 세사람이 우기면 없던 호랑이도 생긴다. 근거 없는 말도 여럿이 하면 믿게된다는 뜻.

 

그런 제 마음도 모르고 왠 순경 하나가 다가와 소장님과 속닥속닥 귀엣말을 나눕니다.

 

소장님. 그런것도 모욕죄로 됩니까?’

되긴 뭘 돼. 이런 사소한 건은 접수도 안 받어. 지들이 무슨 정치인이라도 돼?’

그런데 왜?’

어허! 자고로 사내가 먼저 사과하고 푸는거지. 다 그런거 아니겠나?’

... ...’

 

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수는 없었지만 소장님은 제 맘도 모르고 이내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했습니다.

 

에 또... 남자가 먼저 사과하는게 모양새도 좋잖아? 아가씨도 그쯤 해! 사과 받으면 좀 풀고! 그게 뭐라고 젊은 사람 앞길을 망칠라고 그러나! ! 아가씨도 못 됐어!”

아웅... 제가 뭘요.”

뭐해! 시간 늦었는데 얼른 사과하고 치웁시다.”

 

소장님이 제 어깨를 토닥입니다.

왈칵 눈물이 날 것만 같습니다.

저는 애써 이를 악물고 눈물을 참으며 말했습니다.

 

... ... 미안...하다.”

웃기시네. 지금 너 얼굴에 써있거든 하나도 안 미안해진심이 없잖아 진심이!”

어허 아가씨도 그만해! 사나이 대장부가 이렇게 사과까지 하는데. 꼭 그래야겠어?.”

아저씨도 보시다시피 진심이 없잖아요 진심이!”

... 그건 또 그러네! 이봐 청년! 잘 좀 해봐! 사과 뭐 별 거 있어? 그게 뭐라고 앞길이 창창한 젊은 친구가 애써 공부한 것까지 다 내버리고 빨간 줄 가려고해? 공무원 안 할거야?”

...”

 

이가 갈렸지만, 참았습니다. 와신상담(臥薪嘗膽)이란 말도 있지 않습니까? 비록 지금은 억울하고 자존심이 상해 죽겠지만, 저깟 돌..이 하나 때문에 인생이 걸린 시험을 포기할 순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와신상담 : 섶에 누워 쓸개를 맛본다. 고통스럽더라도 훗날의 복수를 잊지 않고 각고의 인내를 보인다는 뜻.

 

... 미안합니다. 뭐랄까... 제가 좀 심했던 것... 같네요.”

깔깔깔

 

빠드득소리가 들렸습니다. 이번엔 무슨 소리냐구요? 제 자존심에 금가는 소리입니다. 깔깔대며 경망스럽게 웃는 그 여자를 보니 속에선 천불이 치솟았지만 저로선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말로 떼우는 거에요? NoNo! 부족해! 머리로 생각하고 가슴으로 느껴요! 본인이 뭘 잘 못했는지. 그리고 다시 정중히 사과해주세요.

제가... ...... 됐습니까?”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 참고 또 참으며, 이를 악물고 말했습니다. 보세요 발음부터가 틀리잖아요. 뼈를 아니 이를 깍는 인내가 느껴지지 않습니까?

하지만... 제 실수였습니다.

애초에 거기서 끝낼 여자였으면 여기까지 오질 않았을테니까요.

 

이거이거 그래서야 훌륭한 공무원이 될 수 있겠어요? 까르륵!”

하아... 하아... 저기요. 제가. ......!”

충분히 반성한거죠? 공부가 힘들다고 마음가짐까지 빈곤하면 안된다는 거 잊지말구요! 까르르륵!”

... ..히 반...고 있.... 아주 뼈에 사무칠 정도로!”

좋아. 그럼 고소하지 않는 대신 구멍난 벽은 그 쪽이 고쳐 줘야겠어!”

ㅇ ㅏ ㄴ ㅣ 그으거을 내에가아 왜 그오치느으은 ㄷ ㅔ ㅇ ㅔ 요오.”

아저씨 이 사람 지금 뭐라는 거에요? 당신 정말 콩밥 먹고 싶어?”

죄송합니다. 하도 이가 갈려서 발음이 잘 안됐습니다.

다시 들어보시죠.

 

암요. 고쳐드려야죠. 싹 올수리해서 다시는 뚫릴 일 없게 찰판을 박아 드려얍죠. !”

까르르륵!”

 

 

 

#B-6. 동정(同情)과 우정(友情)사이

 

... 그 말 참 오랜만에 듣는다. 구질구질하다며 내 가방을 쓰레기통에 버린 영환이나 싸구려 옷이 거슬린다며 매직으로 칠해버린 지수가 자주 하던 말인데 그거... ‘선생님, 친구끼리 장난친거예요.’ 설마 너도 그런 의미니?”

 

친구란 단어, 그때까진 밝고 즐겁기만한 느낌이었는데, 그 애의 말을 듣고나니 무섭고 기분 나빴습니다.

그래서 내가 먼저 사과를 할까?’ 하는 생각으로 다가섰습니다.

그러자 이번엔 대뜸 그애가 먼저 물었습니다.

 

너 지금 나 불쌍하다고 생각했지?”

 

말 문이 막혔습니다. ‘이 애는 내 맘을 어떻게 알았지?’ 놀랍고 신기했습니다. 아니라고 해야 하지만, 거짓말을 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 ... 그게...”

그렇구나? 그치? 맞지? 그랬지?”

... 그게... ... ... 그러니까... 맞아. 미안해.”

거봐 결국 너도 똑같아.”

 

아이는 재차 차갑게 쏘아붙였습니다.

저는 조금 억울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한 것이라곤 겨우 몇 마디 말과 그 애에 대한 안쓰러운 생각 뿐이었니까요.

그런데도 그애는 제가 마치 큰 잘 못이라도 저지른 양 윽박지릅니다. 그러자 내내 참고 있던 저도 조금은 화가 났습니다.


6.jpg

 

뭐가 똑같다는 거야!”

그 애들...”

그 애들? 누구?”

영환이나 지수가 나를 괴롭힐 때, 지켜보던 아이들...”

걔들이 왜?”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니까.”

그게 왜?”

쳐다만 봤어. 너처럼 불쌍하다.’ 그런 식으로... 내가 필요한 건 동정이 아니라 약간의 도움이었는데 말이야. ‘괜찮아?’ 그거 하나면 됐는데 말이야!”

 

그 애의 말을 듣고나니 마음 한 켠이 무거웠습니다.

도리어 화를 내듯 대꾸한 저 자신이 무안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래서 말했습니다.

 

미안해.”

뭐가?”

불쌍하다고 생각한 거, 만약에 같은 상황이었면 속상했을 것 같아. 나도...”

네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나를 도왔을까?”

도왔을거야 아마...”

아마?”

아마도...”

너도 딱부러지는 아이는 아니구나. 그래서야 선생님들이 좋아하는 모범적인 아이가 될 수 없어. 반성해!”

반성하고 있어. 조금 전부터...”

말 만으론 부족해. 머리로 생각하고 가슴으로 느껴.”

그러도록 할게

대답만 잘 하는 아이는 훌륭한 어른이 될 수 없어.”

그래.”

충분히 반성한거지? 집이 가난하다고 마음가짐까지 빈곤해선 안돼!

그래... 충분히 반성하고 있어.”

좋아 그럼 때리지 않는 대신 저녁은 주지 않겠어!”

... 그래...”

 

아이는 마치 자신이 선생님이라도 된 듯 훈계를 늘어 놓았습니다.

처음 들려왔던 경망스런 말투나 이후의 우울한 어투와는 사뭇 어감이 달라, 저에겐 그것이 마치 누군가를 흉내내는 것처럼 들렸습니다.

그 애의 선생님, 혹은 엄마, 잘은 모르지만 꽤 오랫동안 자주 들었을 것입니다. 그런 깐깐하고 듣기만 해도 숨막히는 훈계는 쉽게 체득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물어보지는 않았습니다.

물을 필요도 없었습니다.

그런 건 그냥 짐작만으로도 알 수 있는거니까요.

그런 기분이 들어 조금 더 슬펐습니다.

 

 

 

#A-7. 기시감(旣視感)

 

. 그럼 고소하지 않는 대신 구멍난 벽은 그 쪽이 고쳐 줘야겠어!”

암요. 고쳐드려야죠. 싹 올수리해서 다시는 뚫릴 일 없게 찰판을 박아 드려얍죠. !”

까르르륵!”

 

세상에 이렇게 억울한 일이 또 있을까요? 신문고(申聞鼓)라도 있으면 냅다 달려가서 강약약중강약약, 아주 자진모리 장단을 휘몰아치고 싶은 그런 심정이었습니다.

헌데 왜 일까요?

 

이거 왠지 어디선가...???”

 

격앙된 감정에도 불구하고 알 수 없는 친근감이 느껴졌습니다.

어딘지 낯익고 어디선가 경험해 본 듯 한 기기묘묘한 감정

일종의 기시감(旣視感)이라고나 할까요?

기시감 :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데 경험한 것처럼 느껴지는 것

 

저 여자! 분명 처음 보는게 맞는데, 이상하리만치 익숙합니다. 혹 우연히라도 어디서 마주친 적이 있었던 걸까요?

극단적 비호감을 풍기는 땍땍거리는 말투와 억양..., 아무리봐도 도무지 적응될 것 같지 않은데, 이상하리만치 친숙하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가슴이 뜁니다.

 

두근! 두근!“

 

왤까요? 저 머리론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기묘한 감정이 저로 하여금 뜬금없는 질문을 던지게 하고야 말았습니다.

 

저기요.”

! 더 사과할 말이 남았나?”

아니요. 저기 우리... 어디서 한 번 본적 있지 않아요?”

보긴 뭘 봐! 예쁜 여자 처음 보나!”


7-2.jpg

 

죄송합니다.

저랑 제 심장이 잠시 미쳤었나 봅니다.

제가 이런 돌..이를 어디서 봤겠습니까? 만에 하나 혹 봤더라도 이 정도로 심각한 과대망상증 환자라면 절대 잊어 버릴리 없습니다.

뇌리에 박히다 못해 골수에까지 아로새겨져 대대손손 저주와 악담을 거듭해도 지워지지 않을 악몽이자 인간 말종에 틀림 없습니다.

다행히 파출소장님께서 제 대신 한 마디 거들어 주시더군요.

 

! 거 참... 젊은 아가씨가 말 참 재밌게 하네 허허허! 그거 요즘 유행하는 개그인가?”

파출소장 아저씨도 마찬가지에요. 내 외모에 반해 호기심으로 접근했다간 큰 호통 들을 것이야!”

하하하! 이 아가씨 참 재밌어. 그렇지 않나? 말투도 그렇고... 얼굴도... ... 어험!”

 

저도 사실 웃기긴 했습니다. ‘예쁜 여자 처음 봐?“ 거의 개그콘서트 뺨싸대기 날리는 멘트 아닙니까?

배꼽을 잡고 뒹굴지 못한 게 아쉬울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두 번 들을 개그는 아니었습니다.

계속 듣고있자니 슬슬 뒷골이 땡겨왔거든요.

슬슬 종지부를 찍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말했습니다.

 

저 이제 좀 가봐도 될까요?”

이봐! 반성 많이 했나?”

... 충분히 많이. 머리로 생각하고 가슴으로 느꼈습니다. 됐습니까?”

그럼 좋아. 반성의 여지가 보이는 거 같으니까. 이번만은 특별히...“

특별히? 이 여자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내가 보자기로 보이냐? 그리고 왜 아까부터 반말이야 딱 보니까 나보다 대여섯살은 족히 어려보이는구만! 그쯤하지 쫌?”

 

저도 참다참다 터진거였습니다. 버럭 소리를 질렀고, 안하무인격인 그 여자의 태도때문인지 파출소장님도 짐짓 제 편을 들어 줍니다.

 

에이구... 그래! 젊은 아가씨가 그거는 좀 심했어! 적당히 해야지! 그리고 딱 봐도 이 친구가 나이도 훨씬 많아보이는데 반말도 그만 하고! 존중을 해야지 존중을!”

그러게요 아가씨가 좀 심했어요.”

 

.. 아니... 그게... 그러니까...”

 

파출소내의 분위기가 그닥 우호적이지 않자, 그 여자 이내 썩이 죽어 뇌까립니다. 그리곤 영 눈치가 없진 않았던지 잠시 뜸을 들인후 이내 생색내듯 말했습니다.

 

아니 뭐... 용서한다고!... .”

어휴! 어휴! 그나저나 지금 몇시에요?”

칠칠맞기는. 어떻게 시간이 몇시가 됐는지도 모르냐? ...”

그러게요! 저도 지금 무지 답답하거든요? 이제 다 풀었으니까 남의 일 참견 말고 각자 길 갑시다. 각자!”

누가 뭐래나?”

 

그리고 소장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어이쿠! 벌써 10시나 됐네?”

 

 

 

#B-7. 미시감(未視感)

미시감 : 기억의 오류, 보이는 모든 것이 처음보는 생소한 것으로 느껴짐

 

성 많이 했니?”

... 충분히 많이. 머리로 생각하고 가슴으로 느꼈어.”

그럼 좋아. 반성의 여지가 보이는 거 같으니까. 이번만은 특별히...“

특별히?”

 

아이는 조금 뜸을 들이더니 이내 생색내듯 말했습니다.

 

친구가 되어 줄게. 난 하진이야, 장하진. ?”

... ... 그게 기억이 나질 않아.”

칠칠맞기는. 어떻게 자기 이름도 모르냐?”

그러게... 나도 답답해.”

농담이야. 하지만 칠칠맞다고 해서 포기하면 안돼. 노력이 부족할 뿐이야. 스스로를 모자르다 생각한다면 더 노력해! 무슨 말인지 알지? 학원 같은델 보내달라는 말 하지 말고! 노력만 있으면 뭐든 이겨낼 수 있단 말이야. 절대 돈 때문이 아니야!”

어렵다. 나는 니가 왜 자꾸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어디서 따박따박 말대꾸야!”

 

아이는 또 어른의 말투를 흉내내며 훈계를 늘어 놓았습니다.

투덜거리며 대꾸한 것이 큰 잘 못이라곤 생각지않지만 곧 후회했습니다. 토라져 말을 하지 않아버리면 답답한 건 제 쪽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미안... 반성할게... 말 대꾸해서 미안.”

괜찮아. 친구니까 한 번 용서해 줄게. 다음부터 조심해

대신 아버지한테는 이르면 안돼!”

... 걱정마 기억도 안나. 아빠도 엄마도... 그리고 내가 누군지도.”

 

기운이 쪽 빠진 목소리로 대답하자 아이는 그제야 자신이 좀 심했다 생각했던지 조금은 누그러진 말투로 되물었습니다.

 

정말로 기억이 안나?”

. 아무것도.”

너 정말 불쌍한 애구나. 그래도 난 아빠는 우리 아빤데. 넌 기억이 안나니까. 둘 다 없는거나 마찬가지잖아.”

그럴까? 없어서... 그래서 기억이 안 나는 걸까?”

 

그 애에게 물은건지, 아니면 저 자신에게 물은 건지 모호했지만 저는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엄마... 그리고 아빠...

 

친근해야 할 그 단어들이 저에게는 왠지 생소하게만 느껴졌습니다. 저에게도 분명 엄마와 아빠가 있을텐데 말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떠올리려 노력해도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텅 비어버린 기억이 모든 것을 낯설고 생소하게 만들어 버린 모양이었습니다.

슬프고... 가슴 한 켠이 아려왔습니다.

눈물 한 방울이 또르르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그때였습니다.

눈물이 바닥에 떨어지자 하는 소리와 함께 작은 빛이 반짝이기 시작했습니다. 눈 앞의 모든 것이 일렁이더니 급기야 하늘이 들썩이고 땅이 흔들렸습니다.

이게 말로만 듣던 지진인가?’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그러기엔 골방 안에 쌓여 있는 집기들이 너무나 평온했습니다. 다들 제 자리에 발을 붙이고 태연히 서 있는데 오직 저만이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너무나 격렬하게 말입니다.

 

아아.. 머리가 아파...”

 

 

 

#A-8. 공동전선(共同戰線)

 

어이쿠! 벌써 10시나 됐네?”

 

파출소장님의 말, ‘10그 한 마디에 정신이 바짝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오늘은 바로 저의 지방직 공무원 시험 합격자 발표 날입니다.

오후 10, 드디어 그 운명의 시간이 찾아온 겁니다.

저는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소장님! 컴퓨터 좀 잠깐 써도 될까요? 저 발표 좀 확인하게요!”

소장님 저도요!”

 

이건 뭥미 싶긴 했지만 그 여자도 득달같이 달려 들더군요.

하지만...

세상은 야멸찼습니다.

 

이봐요! 거 그쯤 난동 부렸으면 됐잖소!”

? 그게 무슨...”

아니 시험 발표 같은 건 집에 가서 보라고! 별 같지도 않은 일로 와서 난리를 쳐댔으면 사람들이 미안한 줄을 알아야지! 여기가 PC방이야? 파출소가 뉘집 안방이냐고! 세상에 공권력이 아무리 땅에 떨어졌다곤 하지만 소장님이 좋은 분이니까 그냥 보내는거지. 여기가 그렇게 한가해보여? 공무집행방해 알아 몰라?”

“......”

“......”

 

느닷없는 호통이었건만 딱히 할 말은 없었습니다.

그렇잖아요. 경찰분들도 바쁠텐데, ..이의 되도 않는 신고에 한바탕 소동까지 일으켰으니, 비록 컴퓨터 잠깐 쓰자는 거지만 도통 면이 서질 않았습니다.

그건 제 옆에 선 그 여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꿀 먹은 벙어리마냥 눈치만 보고 있더군요. 저 한텐 그렇게도 득달같이 달려들던 ..리 파이터가 말입니다.

그래서일까요?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

 

어허! 이 친구 보게! 웃어? 지금 웃음이 나와? 공무집행방해죄, 소란죄로 어디 유치장 신세 좀 져 볼까?”

! 아니요...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공무집행방해죄에 소란죄, 어차피 겁이나 좀 주자고 하시는 말씀이겠지만 당황한 저는 손사래를 치며 머리를 숙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돌..이 그녀가 피식 웃어버립니다.

 

까르륵... 남자가 참... 배포도 없이.”

어허! 이 아가씨도 이거 정신 못 차렸네! 그럼 아가씨가 한 번 들어가 볼래? 공무집행방해에 소란죄, 그리고... 경찰모욕죄!”

? 아저씨 제가 언제요!”

지금 비웃었잖아!”

아니! 그건 아저씨가 아니라... 이 사람... ... 나 돌겠네!”

뭐 돌아? 이 아가씨가 보자보자 하니까 누굴 보자기로 보나!”

아니... 그게 아니라...”

 

경찰분이 벌개진 얼굴로 언성까지 높이니, 이 여자...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며 쭈뼛쭈뼛합니다.

어찌나 고소하고 쌤통이던지...

하지만 그때였습니다.

 

내 원 참... 누가 보면 고시라도 준비하는 줄 알겠네. 그깟 9급 공무원 나부랭이 하나 가지고 유세는... 에잉!”

 

? 공무원!”

? 나부랭이?”

 

이번이 벌써 세 번째, 마치 약속이나 한 듯 그녀와 저, 이구동성으로 소리칩니다. 그리곤 이내 겸언쩍은 듯 서로를 바라봅니다.

 

내가 이 공부하느라 얼마나 고생을 하고 아득바득 이를 갈며 노력했는데... 나부랭이?’

 

초록은 동색, 가재는 게편...

공동의 적을 만나자 언제그랬냐는 듯 어제의 적이 오늘의 친구로 변해 따스한 눈빛을 보냅니다.

이제는 바야흐로 국면의 대 전환, 갑작스런 의기투합으로 힘을 모아 대화합의 장을 엽니다.

 

아저씨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 내가 뭐 틀린 말 했어? 이 아가씨 어디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보세요 아저씨. 경찰분이 말 너무 심하신거 아녜요. 경찰이 뭡니까! 국민의 지팡이 아닙니까! 그런 분이 연약한 여자한테 그렇게 폭압적으로 말씀하시면 됩니까?”

어라! 이 친구보게! 자넨 또 뭐야!”

아니 이 분 말이 맞잖아요. 아저씨 저한테 사과하세요. 저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10만 공시생에게 사죄하시라구요!”

사과하라! 사과하라! 폭압경찰 사과하고 민주경찰로 바로서라!”

사과하라! 사과하라!”

 

급기야 대국민 농성장으로 변한 파출소, 온화하던 소장님도 지켜보던 다른 순경들도 표정이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미 한 배를 탄 몸, 승리의 그 날까지 투쟁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사과하라! 사과하라!”

경찰은 폭압적인 언행을 사과하라!”

책임자는 당장 사과하라 우워어어!!”

우워어어!!”

 

마치 입을 맞춘 듯, 사전에 계획한 듯, 딱딱 죽이 맞아가는 우리!

민주경찰을 염원하는 뜨거운 함성은 파출소가 떠나가라 울려 퍼졌고, 내내 지켜보시던 소장님도 끝내 자리에서 일어나 말씀하셨습니다.

 

이봐 김 경장!”

네 소장님

아무래도 자네가 이 분들을 말이야...”

아니 소장님도 보셨잖아요. 이런 사람들은 혼 좀 나봐야 한다니까요. 저 말리지 마세요. 이봐요! 파출소가 뉘집 안방인 줄 알아? 어디서 소리를 질러! ?”

아니 김경장 그게 아니고. 이 분들... 유치장에 잠깐 넣어 드려.”

?”

유치장에 넣으라고

!”

 

뭐죠? 대한민국 경찰이, 민중의 지팡이가 죄없는 시민에게 이래도 되는 겁니까?

저는 버럭 화가 나 소리쳤습니다.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살려주세요. 으아악! 이거 놔요. 제발! 잘 못했습니다아아아!”

 

 

 

#B-8. 약속(約束)

 

.. 머리가 아파... ... 왜이러지?”

무슨 일있니?”

... 그게... 나 몸이 좀 이상해. 속이 메스껍고 구역질이 날 것 같아. 세상이 온통 흔들리고 정신을 차릴 수가 없어.”

 

갑작스런 현기증에 놀라 외쳤습니다.

정신이 없고, 온 몸이 떨려왔습니다. 마치 몸이 제 것이 아닌 듯 힘이 쭉 빠져 서 있을 수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그런 제 말을 듣고도 놀라거나 걱정하기는커녕 외려 침착한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침착한 정도가 아니라 안도의 한숨까지 내쉽니다.

 

휴우... 다행이다. 넌 아니구나?”

... 뭐가?”

정말 다행이야. 아니라서...”

그러니까 뭐가?”

곧 알게 될거야.”

 

그 순간 멀리서 작은 빛이 반짝였습니다. 처음엔 아주 작고 조그마하해서 밤 하늘에 뜬 별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점점 커지더니 이내 골방 안의 어둠을 집어삼키고 끝내 저까지 휘감고 흔들었습니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습니다.

머리가 깨어질 듯 아팠습니다.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몸을 휘감고 저를 고통스럽게 하는 빛을 뿌리쳐, 가볍고 편안해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손을 뻗었고, 나무덩굴처럼 제 몸을 얽어맨 빛을 하나하나 손수 풀어 헤쳤습니다.

그렇게 공을 들이니 남은 것은 겨우 하나.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풀어헤친 빛의 가닥만큼 고통의 크기도, 세상의 흔들림도 줄어듭니다. 깨어질 듯 아프던 머리도 언제그랬냐는 듯 평온해졌습니다.

그리고 이제 남은 것은 발목에 감긴 얇디 얇은 한가닥의 빛 뿐입니다.

 

됐다. 이제 이것만 뿌리치면 되겠구나, 그럼 모든 게 편안해지는거야.’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 아이의 슬픈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러지마.”

? 너 아직 거기있었니? 나 잠깐 머리가 아프고 힘들었어. 그런데 이걸 푸니까 괜찮아졌어. 이제 하나 남았는데, 이것도 마저 풀어야겠어.”

그러지 말라고 이 바보야!”

 

제 말을 듣던 아이가 버럭 소리를 질렀습니다.

저는 당혹스러웠습니다.

왜 화를 내지? 내가 뭘 잘 못 했나?’

저 자신에게 물어봤지만 도무지 알 수 없었습니다.

 

여자아이들은 원래 제멋대로라더니, 이 애도 정말 알 수가 없어.’

 

그런 생각으로 마지막 빛을 풀어내려던 순간, 아이가 다시 말했습니다.

 

이 바보! 멍청이! 넌 정말이지 바보야!”

?”

바보 멍청이라고!”

 

이번엔 저도 화가 났습니다. 아무리 기억을 잃어 엄마 아빠도 떠올리지 못하는 저이지만, 바보라 놀림 받는 것은 싫었거든요.

 

왜 나한테 바보라고해! 기억 나는 게 없다고 바보는 아니야! 나 똑똑해. 바보 아니야!”

아니 넌 바보야. 지금 그거 풀지마. 네가 먼저 그랬지? 우리... 친구라고...”

... 나이가 같으니까. 친구지. 너도 좋다고 했잖아.”

그래 친구니까. 친구로서 부탁할게... 아파도 참아. 그리고 그거... 풀지마 제발.”

왜 참으라고 하는거야. 이것만 풀면 돼. 넌 몰라서 그래 이걸 푸니까 정말 편안해졌어!”

바보야! 어린이는 아픔을 통해 성숙해지는거야! 아픔을 이겨내지 못하면 절대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없어!”

그런 말 처음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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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 부득이하게 갈소원양의 이미지를 차용하였습니다. 글의 내용과 해당 인물은 하등의 관계가 없음을 알립니다.


우리 엄... 아니 아빠가 데려온 아줌마가 그랬어! 그러니까 참아. 그리고 이겨내...”

너는 아프지 않아봤으니까 몰라서 그래. 얼마나 아팠는지 알아?”

내가 모를 것 같아? 아니! 잘 알아. 너보다 더... 너 그거 알아?”

?”

입 안이 터져서 피가 나올때까지 뺨을 맞는 것 보다, 한 겨울에 벌거 벗겨진 채 찬물을 뒤집어 쓰는 것 보다, 하도 맞아 엉덩이에서 짓물이 나올 때까지 맞고 또 맞아 앉지도, 눕지도 못한 채 밤새 우는 것보다 더 아픈거... 그게 뭔지... 알아?”

... 아픈...? 그게 뭔데?”

볼 수 없는거야.”

무얼?”

가족... 사랑하는 우리 아빠. 그리고 이혼한 우리 엄마.”

그치만 난 아무것도 기억이... 아아...”

 

그때였습니다. 머리가 다시금 깨어질 듯 아파왔습니다.

말을 이을 수 없을 정도로 말입니다.

들려오는 것은 오직 그 애의 목소리 뿐이었습니다.

 

참아. 그리고 이겨내. 기억 나지 않는다고 포기하면 안돼. 누구나 가족은 꼭 있어. 다리 밑에서 주어왔다거나, 황새가 아이를 물어다 주는 거라는 어른들의 거짓말에 속지마! 누구에게나 엄마 아빠는 있어. 아이는 두 사람이 뽀뽀를 해야 생기는거야! 그러니 지지마! 그리고 꼭 만나. 엄마 아빠를...”

아파... 너무 아파. 이렇게 아픈데 내가 견딜 수 있을까?”

물론이야! 지금까진 나도 피해왔어. 아줌마 같은 사람 또 만날까봐 무서워서 숨고 또 피했어. 하지만 이젠 나도 지지 않을 거야. 그러니 너도 힘내.”

아아 너무 아파

너는 잘 해낼 수 있을거야. 잘가 친구야.”

 

문득 아이의 그 말이 마지막 작별의 인사처럼 들렸습니다.

가슴 속 어딘가가 뭉클하고 아련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말했습니다.

 

또 만나자! 하진아...”

그래 우리 또 만나자 꼭...”

약속해.”

약속할게.”

 

안녕... 잘 가 내 친구...”

 

그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A-9. 화해(和解)

 

고요했습니다. 애매한 침묵만이 흘렀습니다. 생전 처음 가본 그 곳 유치장안은 참 차갑고 냉랭하기만 했습니다.

 

아저씨 이제 저희 반성 많이 했거든요. 제발 좀 내보내 주세요오!”

어허! 시끄럽습니다. 조용히 하시지 않으면 구류시간이 길어집니다.”

 

이따금 그 여자의 아우성이 들려오긴 했지만 공권력은 가벼이 묵살합니다. 급기야 유치장 철창을 붙들고 엉엉 울음을 터트린 그녀, 조금 안타깝긴 하지만 아시다시피 저도 별 수 없습니다.

 

아흑... 내가 뭔 죄를 저질렀다고... 나쁜 놈들... 흐흐흑

아 진짜...”

 

하지만 저도 사람인지라 여자가 우는 모습을 보니 조금이나마 안쓰러운 마음이 들긴 하더군요. ..이에 엄한 사람한테 죄까지 뒤집어 씌우는 막 되먹은 여자지만, 어디 죄가 밉지 사람이 밉겠습니까?

눈물과 콧물로 온통 뒤범벅이 된 얼굴을 보니 저도 모르게 주섬주섬 주머니를 뒤졌습니다.

 

저기요.”

아 왜요!”

이거...”

 

비염 탓에 평소 손수건을 상비하던 저였기에 조심스레 내밀었습니다.

 

아 나 억울해... 고마워요. 크흑... 푸아아앙

아 저기!”

아 왜요!”

코는 풀지 말지... 으아으...”

남자가 쩨쩨하긴... ! 더 풀어버릴 거야 흥! ! ! 푸아아앙! 푸아아앙!”

 

매사 제멋대로에 토라진 아이처럼 행동하는 그녀였지만 있는 코, 없는 코 풀어버리겠다며 덤비는 모습을 보니 뭐랄까?

조금 귀엽다?

 

두근...’

 

하지만 이내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습니다.

코를 풀다 힘 조절을 잘 못 했는지 풀어헤친 코가 뺨을 타고 흘렀거든요.

 

으하하핫! 꼴 좋다! 못되게 굴더니만!”

뭐예욧! 으허허헝! 나 못살아... 쪽팔려... 흐허헝

 

거 조용히 좀 하세요 조용히 좀! 무슨 사람들이 반성의 여지가 없나 그래! 여기가 시장 바닥입니까?”

 

...”

 

유치장 입살 1시간 차, 이제는 바야흐로 성난 이리에서 순한 양으로 변모해 가고 있는 그녀, 가만히 입닫고 있자니 뻘쭘하기도 하고, 이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이겠다 한번 조심히 말을 걸어 봤습니다.

 

저기요.”

아 왜요.”

근데 몇 살이에요?”

스물...”

내 이럴 줄 알았어! 20대구만! 30대요.”

! 그건... 쫌 미안해요. 아니... 미안합니다. 스물 아홉이에요. 그래도 그렇다고 그 상황에서 오빠 오빠! 할 순 없잖아요! 안 그래요?”

 

듣고보니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건 그렇죠. 이해합니다. 역지사지(易地思之)”

역지사지 :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한다는 뜻.

 

아 그 놈에 고사성어 좀 고만해요. 누가 수험생 아니랄까봐! 티 좀 그만 냅시다. 자랑도 아니고.”

히히힛... 그렇죠 자랑은 아니죠.”

그리고...”

...”

... 미안해요. 제가 고칠께요. 어차피 이번 지방직 시험도 떨어지면 내려가기로 했어요. 서울시랑 국가직이랑 상관 없이요.”

그럼 됐시다. 어차피 나도 이번 시험 떨어지면 다시 직장 알아보기로 했으니까.”

아저씨도 장수생이에요? 서른 넘어서까지 쭉?”

에이! 설마! 나도 이제 횟수로 3년차에요.”

! 그럼 직장다니다 때려치고 이 쪽길로?”

그런 셈이죠. 아무래도 요즘엔 이 쪽이 꿈의 직장이니까. 복지도 좋고. 인식도 좋고. 안 그래요?”

물론이죠! 남들은 9급 공무원 나부랭이라지만! 정년 보장에! 연금에! 각종 복지혜택까지! 놓칠 수 없죠! 누가 뭐래도 인생이 걸린 시험이라니까요!”

어허! 이 아가씨! 이제야 말이 좀 통하네!”

 

공무원 수험생, 아직도 사회 일각에선 우리를 보는 눈이 좋지 못하다. 고속성장, 그리고 물질만능주의의 쇠퇴가 불러온 어두운 일면,

한창 미래를 꿈꾸어야 할 젊은이들이 안정된 생활만을 원한다며 비난의 목소리 또한 높다.

하지만 누가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우리에겐 정말 꿈이 없을까?

공무원이 되고 싶다는 우리에게 문제가 있는 걸까?

아니면 우리로 하여금 공무원을 꿈꾸게 만든 세상에 문제가 있는 걸까?

세상에 정답은 없지만, 명확한 것은 있다.

그건 바로,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만든 것이 우리를 손가락질하는 어른들이라는 것이다.

별 것 아닌 동질감 그리고 같은 길을 걷고 있다는 유대감이 이제껏 원수처럼 으르렁거리던 그녀를 친숙하게 만들었다.

..이라 욕하고 눈을 흘겼지만, 솔직히 말해 노량진 고시원 생활 3, 남자인 나도 버텨내기 힘들었다.

그만 둘까?’ ‘포기해 버릴까?’ 매일 같은 고민의 날들이었다.

아무것도 보장되지 않은 미래가 괴롭고 이것을 그만두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사실도 고통스러웠다. 그 굴레가 지금도 수십만 공시생들을 얽어맨 채 고난의 수레바퀴를 돌리고 있는 것이다.

그녀가 부린 히스테릭한 짜증도, 고구마 같은 궤변도, 아마 그런 스트레스에서 기인 했을 것이다.

그 마음이 조금이나마 이해가 된 나는 넌지시 물었다.

 

저기... 근데 이름이 뭐예요?”

저요?”

설마 지금 작업하는 거?”

에이 진짜! 이 와중에 작업하게 생겼습니까? 떨어지면 내려간담서! 그냥 이것도 인연이니까 통성명이나 하자구요!”

수상한데...”

아 놔!”

그럼 뭐 좋아요. 제 이름은... ...”


A-9.jpg

 

그때였습니다.

경찰 한 분이 다가와 그녀를 지목하며 말합니다.

 

저기 아가씨 잠깐 나와봐요. 소장님이 하실 말씀 있다는데?”

? 저요? 왜요?”

에이 와보면 알지! 아까 수험번호하고 적어드렸담서?”

! 그런데요.”

그럼 뭐긴 뭐겠어. 그것 때문이지! ! 거기 청년 것도 지금 확인하고 있으니까 마음 단단히 먹어! 헤헤헷!”

 

드디어!

올 것이 왔습니다!

 

 

 

#B-9. 귀환(歸還)

 

지러웠습니다. 강렬한 빛이 시야를 집어 삼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직 다급하고 낯선 목소리들만이 들려왔습니다.

 

의식이 돌아왔습니다.”

호흡 맥박 모두 정상!”

아이고 창주야 이 놈아! 어이구 선생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저희가 한 게 있나요. 아이의 생명력이 대단한 것 뿐입니다.”

창주야 눈 떠봐! 엄마 보여? 엄마야 창주야!”

축하드립니다. 뇌파가 거의 정지된 상태에서 다시 깨어는 경우는 몹시 드문터라 저희도 지금 놀라던 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절대적인 안정이 필요한 시기니까요. 보호자분들께서는 조금 진정하시고 기다려주십시오. 이대로라면 곧 의식도 회복 될 겁니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 내가 미련한 년이지... 몇 푼 더 벌겠다고, 저 어린걸 혼자두고... 흐흐흑...어이구...흑흑

여보! 이제 애도 깨어났으니 진정해... 죄책감도 그만 가지고, 애가 골방 위에 있는 장난감 꺼내겠다고 매달린 게 어디 당신 잘 못인가.”

그래도 내가 지켜보고 있었으면 저 어린 것이 떨어져서 뇌진탕은 안 당했을거 아녜요.”

다행히 깨어났으니까 그 일은 이제 잊어버립시다. 얼마나 다행이오. 선생님도 진정하라잖소.”

 

다시 눈 뜬 세상은 온통 환한 빛으로 둘러 싸여 있었습니다.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고,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엄마와 아빠는 울고 계셨습니다.

저는 침대 위에 누워 있었는데, 팔에는 여기저기 주사바늘이 꽂혀 있었고 하얀 가운을 입은 간호사 누나들이 바쁘게 지나다녔습니다.

저는 곧 회복실이란 곳으로 옮겨졌고, 말똥말똥 눈을 뜨고 누워있느니 간호사 누나 하나가 다가와 말을 걸었습니다.

 

니가 창주구나? 장난감 꺼내려고 올라갔다가 떨어졌다는 그 장난꾸러기!”

제가요?”

그래... 사망 판정 직전에 갑자기 의식이 돌아왔다며? 너 뇌파가 갑자기 뚝뚝 떨어져서 다들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암튼 이제 다 괜찮아 졌으니까, 앞으로는 절대 혼자서 높은데 올라가거나 위험한 짓 하지 말아라 알았지?”

!”

 

저는 우렁차게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그제야 기억이 났습니다.

모든 것이 말입니다.

내가 왜 그 골방에 갔고, 무엇 때문에 기를 쓰고 기어 올랐는지

나는 누구인지...

그리고

엄마와

아빠까지도...

 

크흥... 크흐흐흥...”

어머! 너 우니?”

엄마... 우아앙! 아빵!”

 

저도 모르게 갑자기 눈물이 터졌습니다.

하마터면 잃어버릴 뻔 했던, 아니 잠시 잃어버렸던 소중함들을 되찾았단 생각때문인지 감격스럽기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한 참을 울었습니다.

엄마와 아빠가 절 찾아 오실때까지요.

 

아이고 창주야! 이 놈아!”

창주야 임마! 너 잘 못 되는 줄 알고 임마! 아빠가 임마! ! 어휴... 근데 난 또 왜 우냐.”

 

엄마와 아빠는 저를 꽤 오랫동안 보지 못한 사람처럼 한참이나 부둥켜 안고 우셨습니다. 마치 큰 일이라도 났던 것처럼 펑펑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조금 놀랐습니다.

이전에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런 표정들을 하고 계셨거든요.

하지만...

포근했습니다.

따스했습니다.

부드럽고 좋은 냄새가 났습니다.

그래서 저도 엄마와 아빠를 꼬옥 끌어 안았습니다.

 

! 맞다!”

 

그때였습니다. 울음이 멎자, 그제야 문득 무언가가 희미한 것이 떠올랐습니다.

그것은 조금 불쌍한 것이었고

쓸쓸했으며

또한 외로워보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물었습니다.

 

엄마... 저기 있잖아. 우리 빌라 옆 집에...”

옆 집? 306? 거긴 왜?”

거기... 내 친구가 사는데...”

창주야!”

 

놀랐습니다. 엄마가 갑자기 굳은 표정으로 제 말을 가로막았기 때문입니다. 불편한 얼굴은 아빠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찌푸린 얼굴로 시선을 피하며 머뭇거리셨습니다.

저는 영문을 몰라 눈치만 살폈고, 이내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거 찝찝하게 이 좋은 날 그 빌어먹을 집 얘긴 하지 말자. 창주야! 거 원... 입에 담기도 끔찍해서...”

그러게요. 근데 창주 넌 그 집 애를 어떻게 아니?”

친구예요.”

 

그러자 엄마가 말씀하셨습니다.

 

쯧쯧쯧... 그럼 걔 죽은 건 모르겠네?”

에이 모르지... 창주 쓰러지고 난 다음에 뉴스에 나온건데!”

... 죽어요?”

 

저는 놀라 되물었습니다.

 

죽은지는 꽤 됐어... 경찰에서 찾아가지고 뉴스에 나온 게 최근인거지... 그나저나 창주 니가 걜 어떻게 알아? 뉴스 보니까 걔 죽은 날짜가 우리 이사오기 한참도 전이던데...”

어휴! 인간도 아닌 것들... 그 어린 앨 그렇게 때리고 괴롭혀서 죽게 만드나? 사람도 아니야 그 것들은! 걔가 작년인가 죽었다면서요? 죽었을 때가 10살이라나?”

맞아. 딱 창주만할 때 죽었다고 했으니 10살 맞을거야. 그 조그만 앨 때릴 데가 어딨다고... 어휴!”

그러게요. 계모가 애 구박하는 것도 모자라, 한 겨울에 찬물 끼얹고 화장실에 방치해서 죽게 만들고, 친부는 공모해서 시체 토막 내 유기하고... 나 원 참! 그런 사람들 옆집에서 살았다니 세상 무서워서... ! 어휴! 소름끼쳐!”

우리 창주 깨어난 좋은 날 그런 끔찍한 얘기는 그만 합시다. 창주야 어쨌든 니가 깨어나서 엄마 아빠는 너무 좋다. 정말 이렇게 기쁠수가 없다.”

 

이상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것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아니에요. 안 죽었어요. 하진이 나랑 친구하기로 했는데.”

하진이? 어머 신기해라! 너 그 애 이름은 어떻게 아니?

! ! 사람이 혼수상태라도 다 듣는다 안 하나 이 사람아! 의식불명일 때 뉴스로 들었겠지! ! 아무렴 어때! 이제 우리 창주가 깨어났는데, 나는 얘가 죽으면 어쩌나 어찌나 무섭고 떨렸던지... 창주야 빨리 일어나서 우리 집으로 가자. 엄마아빠가 그 골방 싹 치워 놨다!”

아닌데... 하진이 내 친군데... 꼭 다시 만나기로 했는데...”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럼 내가 만난 것은 무엇인지, 그 곳에서 내가 보았던 것들은 다 무엇인지 아무것도 알 수 없었습니다.

모든 것이 뒤엉켜, 어린 저에겐 그저 복잡하기만 했습니다.

.

.

.

 

집으로 돌아간 것은 일주일 뒤였습니다. 기억은 말끔히 돌아왔고, 머리도 더 이상 아프지 않았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도 사망직전까지 갔던 아이치고는 쾌유가 빠르다며, 퇴원 후엔 위험한 장난은 절대 하지 말라며 당부도 하셨습니다.

그렇게 그리워하던 집에 돌아왔건만 마냥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뒤엉켜 버린 기억 탓에 아직도 모호한 것들이 많았고, 때때로 종종 그때 창밖에서 보았던 좀비들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안가 점점 뿌옇게 흐려지더니 어느 순간부턴 아예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종종 병원 영안실이나 교통사고 현장 같은 곳에선 희미한 무언가를 보곤 합니다. 하지만 쉿! 이건 엄마 아빠에겐 비밀입니다.’

 

엄마와 아빠도 조금은 달라져 있었습니다. 나의 일거수 일투족을 유심히 관찰한다거나 제가 잠깐만 눈에 안보여도 놀라서 찾아다닌다거나, 하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도리어 좋았죠.

전보다 훨씬 더 자상하고 훨씬 더 많은 관심을 보여주시는 엄마와 아빠...

행복했습니다.

! 풀지 않은 짐들과 잡동사니로 가득했던 골방도 확 바뀌었습니다.

 

엄마가 싹 다 치웠다. 자꾸 이사다니니까 귀찮아서 쌓아놨던건데, 그게 내 새끼 잡아 먹을 줄 누가 알았겠니. 이제 여기에 창주 네 책상도 놓고, 침대도 사고... 예쁘게 꾸며줄게. 엄마만 믿어!”

 

벽지부터 장판까지, 모든 것이 바뀌어 더 이상 예전의 칙칙하고 차갑던 골방이 아니었습니다. 너무 깨끗하고 화사해서 과연 이게 제 기억 속의 그 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확 달라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너무 좋았지만 한편으론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조용히 다가가 창문을 열었습니다.

차가 다니고

사람들이 분주히 오갑니다.

고등학생 형들과 누나들도 왁자지껄 떠들며 지나갑니다.

 

없네... 좀비들...”

 

없었습니다. 부패한 모습으로 걸어다니던 시체들, 즉 제가 좀비라 명명했던 것들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마치 그때의 기억들이 거짓말인 것처럼 말이죠.

의사 선생님의 말씀대로 저는 정말로 죽었다가 살아났습니다.

그러니 제가 본 것들은 혹시 좀비가 아니라 사실은 죽은 이들의 혼령은 아니었을까요?

저를 향해 손짓하며 어딘가를 향해 걸어가고, 때로는 망부석처럼 한 자리에 멈춰 오도가도 못 하던 사람들 말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제가 경험한 모든 일들이 도무지 설명되지 않습니다.

엄마는 말씀하셨습니다.

 

아마 꿈을 꾸었겠지. 그게 말이 되니? 어쩜 얘는!”

 

글쎄요. 엄마의 말 대로 저는 단지 꿈을 꾸었던 걸까요?

어렵고, 복잡했습니다.

날씨가 좋아 모처럼 저는 밖으로 나갔습니다. 옆집에는 아직도 ‘Police Line’이라고 쓰인 노오란 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여져 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쳐다보며 수근댑니다.

무서운 일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여기가 하진이네 집...”

 

저와 이야기했던 건 정말로 하진이었을까요?”

궁금했지만 물어볼 곳도, 대답해줄 사람도 없었습니다.

하진이와 저의 이야기는 그렇게 가슴 속에 묻은 비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기억 납니다.

 

내 친구... 하진이.”

 

그리고 우리의 약속을 말입니다.

 

또 만나자! 하진아...”

그래 우리 또 만나자 꼭...”

약속해.”

약속할게.”

 

안녕... 잘가 내 친구...”

 

B-9-2.jpg

 

[입 안에 터져나가도록 뺨을 때리는 등 계모의 구타는 극심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때 날씨가 족히 영하 7~8도는 됐을 겁니다. 체감온도는 더 했죠. 근데 그 어린 것을 발가벗겨 놓고서는 찬물을 뿌렸더랍니다.]

[가택을 수사했더니 뭐가 나온 줄 아십니까? 야구방망입니다. 피가 묻어서 곳곳에 금이 간 야구방망이요. 의료기록을 뒤지니까 어찌나 때렸던지 맞은 엉덩이가 곪아서 병원엘 데려갔는데, 이건 너무 심하니까 반드시 입원을 시켜야 한다는 의사의 만류를 뿌리치고, 아 글쎄 소독약에 마이신만 사가지고 돌아갔답니다. 마이신 몰라요? 항생제요.]

[아이의 사체를 발견했을 때는 이미... 토막이 난 상태로 김치 냉장고에 보관중이었습니다. 사망시간과 장소는 대략 3~4년 전, 아이를 가둬놓던 골방으로 추정되고요. 참으로 안타까운 사건입니다. 이웃과 학교당국이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다면 과연 이런 끔찍한 일이 일어 날 수 있었을까요? 우리의 무관심에 애꿎은 생명이 사라진거죠. 정말 안타깝습니다.]

 

 

 

#A-10. 망년지교(忘年之交)

#B-10. 만나야 할 사람은 결국 만난다.

망년지교 : 나이 차이를 잊고 사귀는 벗, 늘그막에 어린 친구와의 사귐.

 

뿔싸!’

 

저도 모르게 탄식이 터져나왔습니다. 소장님에게 불려간 그 여자, 주저 앉아 펑펑 웁니다. 무슨 일인지 알 수는 없으나, 분명 짚히는 게 있습니다.

 

불합격

 

뻔한 거 아니겠습니까? 공시생들이 울 일은 그거 하나 뿐입니다.

그녀가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 미안해요. 제가 고칠께요. 어차피 이번 지방직 시험도 떨어지면 내려가기로 했어요. 서울시랑 국가직이랑 상관 없이요.”

 

이제 겨우 조금 친해졌나 싶었는데... 울고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조금 아픕니다.

 

두근... 두근...’

 

그러자 이번엔 저를 부릅니다.

 

이봐! 청년도 좀 나와봐!”

 

올 게 온 것입니다. 드디어 저도 결과를 확인할 순간이네요.

헌데 이상합니다.

저를 데리러 온 경찰 아저씨... 표정이 영 좋지 않습니다.

그리곤 이내 말합니다.

 

가봐! 내가 말하는거보다야 소장님한테 듣는게 낫겠지. 마음 단단히 먹고... 사람이 살다보면 이럴수도 저럴수도 있는 거 아닌가? 허 참...”

 

얼굴이 찌푸려졌습니다. 차라리 떨어졌다고, 명단에 내 이름이 없다고 속시원히 말해주면 될 일을... 인상까지 팍팍 써가며 말 할 거야 있을까요?

 

결국 안되는구나. 3년이나 노력했는데 하늘도 무심하시지...’

 

그런 마음으로 유치장을 나와 착잡한 표정의 소장님 앞에 섰습니다. 소장님 역시 얼굴이 굳어 있으시더군요. 압니다. 공무원 수험생에게 불합격을 말한다는 게 얼마나 난처한 일인지.

하여 저는 속시원히 말했습니다.

 

괜찮습니다. 까짓꺼... 공무원 아니면 할 게 없나요. 어머니 말씀대로 기술 배우면 되고... 뭐 죽으라는 법은 없겠죠. 괜찮습니다.”

정말 괜찮나?”

... 사나이가 이 정도에 기죽어서야 되나요. 하하핫!”

자네! 보기보다 의지가 굳구만. 잘 됐네. 나도 참 말하기 어려웠는데.”

“......”

“......”

 

그 여자는 울고, 저도 말은 그럴듯하니 했지만 씁쓸하고 우울했습니다.

 

짐을 싸야겠다.’

학원에 모셔둔 수험서는 어쩌지?’

맞다! 고시원 근처 중국집에 외상값도 있는데.’

 

그렇게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며 버텨내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소장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근데 정말 괜찮겠나?‘

? ! 괜찮다니까요.”

그러니까! 정말 괜찮냐고!”

! ! 성격 참 이상하시네요! 괜찮다는데 왜 자꾸 물어보세요! 자꾸 그러시니까 괜찮다가도 또... 이게... 막 우울하고... 기분이 꿀렁꿀렁하고 그렇잖아요!”

 

사람이 왜 이렇게 집요합니까? 마치 제가 떨어지길 바란 사람처럼 말입니다. 하여 제가 투덜대며 답하자 갑자기 소장님이 너털웃음을 지어 보입니다.

 

으하하하핫! 하하하핫!”

하하하핫! 하하하핫!”

 

그 뿐입니까? 저를 유치장에서 데리고 나온 경찰 아저씨도 따라 웃습니다. 제가 시험에서 떨어진 게 기쁘기라도 하다는 듯 말입니다.

저는 화가 나서 물었습니다.

 

왜들 웃으세요! 지금 제 기분이 어떤 줄 알기나...”

 

그때였습니다.

있기는 하지만 한 번 울린 적 없던 제 휴대폰이 미친 듯이 울리기 시작합니다.

문자와 카톡... 연이어 터집니다.

그리고 소장님이 말씀하셨습니다.

 

합격이야.”

?”

합격이라고!”

네에? ... 그게... 무슨...”

그래서 물은거야. 정말 괜찮냐고... 합격인데 제대로 확인 안 하고 무작정 돌아가도 괜찮겠냐고.”

으아아앗! 만세! 대한민국 만세! 으아아아!”

 

우렁찬 함성이 파출소가 떠나가라 울려 퍼집니다. 다급히 휴대폰을 확인해 보니 온통 축하 문자와 카톡 일색입니다.

 

! 합격자 명단에 니 이름 있더라. 수험번호 확인해봐라!’

형 합격한거? 대박! 난 없는데 ㅠㅠ

오빠 합격했다면서요? ㅇㅇ오빠가 확인하고 문자돌렸어요. 축하해요!’

형님 고시원 총무보는 ㅇㅇㅇ입니다. 이름 있어요. 형 맞아요?’


10-2.jpg

 

기쁨의 파도가 밀려왔습니다. 흥분과 전율이 떠나질 않아 숨조차 쉬기 힘듭니다. 3, 잘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고 공시생의 길로 접어든 지 벌써 3년입니다.

남들은 우습게 볼지 몰라도 저에겐 인생역전의 기회였습니다.

그리고 조금 늦었지만 그 기회를 드디어 손에 움켜 쥔 것입니다.

소장님도 악수를 청하며 말씀하셨습니다.

 

축하해! 이제는 같은 공무원이네

 

같은 공무원, 그 말이 어찌나 감격스럽던지, 너무 기뻐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갑자기 문득 제 옆에 주저앉아 울고 있는 그녀가 떠오르더군요. 악연으로 시작되긴 했지만 그래도 꽤 많이 친해진 기분이었는데, 슬퍼하는 사람을 옆에 두고 마냥 기뻐하기가 쉽지만은 않더군요.

그래서 위로의 말이라도 건넬까 하여 물었습니다.

 

소장님... 저 아가씨는 그럼...”

그러게 말일세...”

... 그렇군요.”

 

그때였습니다. 내내 엎어져 울던 그녀가 개구리처럼 팔짝 뛰어오르며 소리칩니다.

 

나도 만세!”

뭐야!”

대한민국 만세! 내 인생도 만세! 브라보!”

너도 붙은거야? 그래요 소장님!”

그러게... 난 저 아가씨는 아무래도 힘들 것 같았는데, 이름이 있네? 수험번호도 맞고... 신기한 일이야.”

으아아아! 잘 됐다.”

 

폭발하는 기쁨에 우리는 서로를 부둥켜 안고 한참 동안을 소리 질렀습니다. 귀가 아파진 소장님이 저희를 떼어 놓을 때 까지요.

흥분이 가라앉고 나서야 겨우 이성을 되찾은 전, 급히 헛기침을 하며 말했습니다.

 

어흠! 어흠! 미안합니다. 제가 너무 기뻐서... 그만. 딱히 어떤 의도가 있었던건 아닙니다.”

이해합니다. 저도 너무 기뻐서 그만... 성희롱으로 고소하진 않을테니 걱정마세요. 공무원 나으리! 까르르륵!”

으힛! ... 공무원 나... 나으리? 그렇군요. 그 쪽도 공무원, 나도 공무원... 으하하핫!”

 

그리고 그녀가 말했습니다.

 

아 참! 집에도 알려야지! 저 이만 가봐도 되죠?”

어서 가세요. 제발 좀 가세요. 우리 파출소 생긴 이래 오늘이 제 일 시끄러운 날이우!”

아싸! 엄마 나 합격했어!”

 

정신이 돌아오자마자 부리나케 사라지는 그녀, 집에 알려야 하는 건 저도 마찬가지지만 그 흔한 작별의 인사 조차 없어 약간은 아쉬운 마음이었습니다.

저도 이제 가야겠구나 부모님이 얼마나 기뻐하실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즈음, 순경 하나가 소장님께 다가가 귓속말을 합니다.

 

근데요 소장님. 아까 저 사람들 왜 가두신거에요?’

잘 어울리잖아. 허허헛! 이런게 다 인연이지. 혹시 아나? 머리 식히고 대화 좀 나누다보면 정분이라도 날지?’

에이... 설마요...’

인생 또 몰라요.’

 

왠지 다들 바쁘신 듯 해서 저도 꾸벅 인사를 했습니다.

 

소란 피워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아니 뭘... 허허허!”

참 그런데 이거 하나만 여쭤봐도 되요?”

뭔데?”

그 아가씨 몇 살이었어요 대체?”

... 자네보다 한 열 살은 어리던데?”

열 살... 이요?”

그래 딱 열 살이던가? 뭐 어때... 띠동갑은 아니잖나? 허허헛! 이건 비밀이네만 나도 아내보단 장모님하고 나이 터울이 적다네 하하하핫!”

! 그럼 저... 저기... 그러니까...”

뭔가? 뜸 들이지 말고 말해보게.”

그 아가씨요. 이름이... 뭐였어요?”

이 친구 거 참! 쑥맥이네! 잘해보라고 같이 넣어놨더만 이름도 하나 못 물었어! 이거 이래서야 뭐가 되겠어?”

하하하... 죄송... 죄송합니다.

 

 

 

에필로그...

 

풍같은 날들이 지나고, 춥지만 따듯한 봄같은 하루하루가 시작되었습니다.

멋드러진 정장을 새로 맞추고

요즘엔 면접에 대비해 시사상식을 늘리겠다며 책도 많이 봅니다.

소식을 전하니 부모님께서도 뛸 듯이 기뻐하셨습니다.

예전 제가 죽었다가 살아났을 때 보다 더요.

이제야 사람구실을 하게 됐다나요?

뭐 그 말에 동의하진 않지만, 기분은 좋았습니다.

그렇게 기쁨에 취해 며칠을 보내고 나니, 문득 옆 방 307호가 생각이 났습니다.

하지만 웬걸요. 그녀는 이미 짐을 싸서 집으로 내려간 후더군요.

이름도 연락처도 묻지 못했는데 말입니다.

 

! 거 참! 젊은 친구 그 만큼 밀어줬으면 자력으로 뭔가 해내야지! 내가 이 나이에 자네 입에 밥숟가락까지 떠먹여줘야겠나? 사람이 참 염치가 있어야지! 이름이나 연락처 같은 건 자네 능력으로 알아내게!”

 

소장님은 냉정했거든요.

드문드문 생각은 났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연이라면... 어떻게든 만나겠지.’

 

사실 저도 좀 바빴습니다. 필기 시험은 합격했지만 아직 면접이란 중차대한 과제가 남아 있었거든요. 요즘엔 압박 면접이라고 해서 수험생을 엄청 몰아붙인다는 얘기도 돌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긴장된 면접시험 당일...

부들부들 떨고 있는 제 앞에 낯익은 얼굴이 하나 보입니다.

묘하게 불편하면서도 묘하게 친숙한... 그 얼굴...

어찌 잊을까요.

 

! 307! 잘 지냈어?”

어머! 306호 아저씨네!”

그 놈의 아저씨 소리 좀 그만하면 안돼?”

아저씨를 아저씨라고 부르지 뭐라고 불러요?”

에이! 오빠 있잖아 오빠! 동종업계끼리 존중하고 삽시다. 뭐 그것도 면접 통과해야 되는 거지만!”

까르륵! 좋아요! 안면도 텃겠다. 제가 인심 쓸 게요! 오빠! 면접 잘 봐요. 파이팅!”

“307호도 파이팅!”

아자아자! 파이팅!”

 

응원의 말을 전한 뒤 돌아서는 그녀, 직렬이 달라서인지 면접장 위치도 다릅니다.

헌데 왤까요? 멀어지는 뒷 모습이 어쩐지 아련합니다.

무언가 아쉬움이 남습니다.

마치 지켜야 할 약속이 있는 사람처럼 말입니다.

그 찝찝함이... 아련한 아쉬움이 저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저기! 307!”

? 왜요! 뭐 할 말 남았어요?”

 

혹시 이름이... 뭐예요?”

여기 있잖아요.”

뭐가요?”

여기!”

 

그녀가 자기 가슴팍을 가리킵니다.

그제야 보입니다.

 

면접 번호 280307-장하진

 

그리곤 묻습니다.

 

까르륵 참! 110306 창주 오빠! 오늘 면접 끝나고 혹시 약속 있어요?”

... 없는데?”

그럼 커피 한 잔 할래요? 회포도 풀 겸.... 어머! 난 몰라!”

 

대답도 듣지 않고 무엇이 부끄러운지 종종 걸음으로 사라지는 그녀, 그 순간 신호가 옵니다.

 

두근... 두근...’

 

멀리 오징어 잡으러 원양어선을 탔다던 자신감이 드디어 돌아온 모양입니다. 커플들이 득실득실대는 영화관 앞에서 버터구이 오징어를 굽는다더니... 사방에서 버터냄새가 물씬 풍깁니다.

그래서 외쳤습니다.

 

하진아!”

?”

보고 싶었어!”

뭐라구요? 시끄러워서 안 들려요.”

아니야! 면접 잘 봐!”


에필.jpg

 

이른 오후의 커피숖, 어색한 공기 사이로 이제 막 시작되는 감정과 해묵은 감정이 뒤섞였습니다.

그녀는 기억하지 못 할 테지만, 저는 알 고 있습니다.

그 날의 약속...

오래된 친구에 대한 그리움...

 

또 만났네. 약속대로...”

그러게요. 다시 만났네요.”

 

벽을... 구멍난 벽을 고쳐야겠습니다.

 

Fin -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유 공포게시판에 글 꽤 오래 올렸는데, 반응이 좋았던 글도 있고, 영 아닌 글도 있었습니다.

대체로 글이 길이와 반응은 반비례하더라구요. 그래서 올릴까 말까 하다.

나름 애착이 가는 글이라 올려봅니다.

이미지 설명을 위해 작업한 사진은 사실 엄밀히 말해 불법이지만 개인적으로 비상업적 용도로 쓰는 것은

크게 문제 삼지 않으신다고 하더라구요. 특정인물의 이미지를 나쁘게 한다거나 하는 것도 아니고

창작 소설 속 등장인물로 쓰고싶다는 욕구가 생기는 것 자체가 저도 좋아하고 호감을 가지고 있는

배우라서 그리하였다는 점 참고 해주시면 감사합니다.

(그래도 불편하신 분 계시면 비난은 달게 받겠습니다. ㅠㅠ)

다시 한 번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출처
http://blog.daum.net/ozthewonder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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