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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운이 남는 글을 쓰기는 생각보다 쉬웠다.
게시물ID : readers_2710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에메넬
추천 : 0
조회수 : 35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12/12 04:22:15
언제나 무언가 글을 써보자 하면, 항상 끝으로는 잔잔한 여운이 남았다.
 
 지금 쓰고 있는 소설도, 학창시절 백일장에 써낸 글도, 심지어는 조금이나마 진지한 구석이 있다면 인터넷에 올린 댓글들도 그런 구석이 있었다.
항상 그랬다. 나는 그런 글을 볼 때마다 글이 이어져야 할 듯 하면서도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다. 다양한 감정이 섞여들어갔지만 차마 말로 다하지 못한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글들이 전부 감성에 젖어 쓴 글은 아닐 터였다.

 나는 모르는 사람에게서 칭찬을 받을 때마다 항상 생각했다. 어느 사람은 나보다 못하는구나. 칭찬을 받을 정도라면 나는 많은 사람들 위에 있겠구나. 실제로는 그 분야에 아무런 관심도 없는 사람도 전부 포함해야 상위권에 오르긴 하겠지만. 하지만, 그런 무지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충분히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예를 들어, 글이 그렇다. 나는 내가 글을 잘 쓰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할 용기는 없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글에 재주가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추어 작가로서의 인지부조화일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었다.

 여운이 남는 것도 항상 그렇다. 조금이라도 진지한 느낌이 묻어나는 글이라면 숨은 어두운 감정과 그로부터 피어나는 여운이 느껴졌다. 하지만 모두가 나만큼 글을 잘 쓰지는 않을 터이다. 나보다 잘 쓰는 사람은 차고 넘치겠지만, 나보다 못 쓰는 사람은 더욱이 많을 터였다.

 그런데도 그런 사람들의 글에서 여운을 느낄 수 있는 것은 그저 글이 마음의 거울이라는 말처럼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드러내기 때문일까. 생각해보면 억지로 자신의 감정을 숨기려는 글들도 있다. 그리고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그 안에 숨은 감정을 찾아낼 수는 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미 심리치료사들이 하고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글재주가 없는 이들의 글에서 여운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왜일까. 항상 못 쓴 스토리를 보자면, 몰입이 안 된다, 작위적이다 하는 말이 따라붙는다. 그리고 여운이 남는다는 말은 항상 몰입이 되는 작품에 따라붙었다. 하지만 몰입이 된다는 것은 분명하지 않다. 아무리 주인공이 흑발 벙어리여도, 스토리가 엄청나게 잘 짜여졌어도 몰입이 안 되는 사람은 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절대로 여운을 느끼지 않는다.

 난 글을 쓸 때는 항상 고민을 거쳐가며 썼다. 완벽주의적인 구석은 누구에게나 있겠지만, 아무튼 난 그랬다. 그리고 난 항상 그 끝에 여운을 느꼈다. 글을 쓰면서도, 퇴고를 하면서도, 나중에 다시 읽어볼 때도 그랬다. 고민은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들고, 생각에는 여러 감정이 담기기 마련이다. 어쩌면 그런 고민에 감정을 담게 된 것일까. 아니면 항상 집중되고 감성적인 상태에서 읽었기 때문일까. 누군가 내 글을 본다면 여운을 느끼리라 확신할 수도 없고, 내가 다른 누군가의 글을 몰입하여 읽는다고 여운을 느낀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다만, 나는 적어도 내 글에서는 여운을 느낄 수 있었다. 그냥, 그런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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