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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에 참가한 친구들, 내 어렸을 적 추억도 가져다 주었습니다
게시물ID : sisa_81622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권종상
추천 : 1
조회수 : 34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12/13 07:30:27
요즘 '청운동 동사무소'가 두어 달 동안 뉴스의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늘 촛불의 행렬이 그 앞까지 가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그 앞에서 사진을 찍어 자기의 SNS 에 올리는 페친, 트친, 블로그 친구분들 덕분에 저는 뜻밖에 어렸을 때 제가 뛰놀던 곳들을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청운국민학교, 청운중학교, 경복고등학교까지, 초중고 교육 12년을 걸어서 등하교했던 저로서는 지금 촛불 집회에서 보도되는 곳들이야말로 제 기억속에 매우 진하게 남아 있는 곳들입니다. 미국에 온 지 26년이 됐어도 바로 어제 갔던 곳들처럼 생생하게 남아 있는 곳들이 많지요. 물론 많이 변했겠지요. 그러나 다른 곳들과는 달리, 내가 살았던 곳들 근처는 그다지 크게 변하지 않은 것을 보게 됩니다. 

'서촌 키드'로서, 내 그리움이 서려 있을 곳들이 촛불로 덮여 있는 것을 보는 마음은 격세지감이 우선이고, 흥분의 감정이 그 다음을 잇습니다. 창성동이나 청운동의 가장 북단은 내가 어렸을 때 길이 있으되 가지 못하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곳곳에 바리케이트들이 쳐져 있었고, 고만고만한 또래의 까불거리는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몰려다니거나 하는 것이 그 바리케이트를 넘는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그 자리를 누군가가 촛불을 들고 서 있다는 것을 바라보는 것 자체로도 제겐 해방감이 느껴집니다.

정치란 것이 국민의 뜻을 받드는 것이라고 말만 하고 있는 이들이 겪었을 공포는 그들이 쳐 놓은 바리케이트를 뒤로 물려버린 국민의 힘에서 비롯된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그곳에서 살았던 내가 결국 어린 시절 미답지로 남겨 놓고 떠나와야 했던 그 자리를 수많은 촛불들이 함께 섰습니다. 그 자리에 서 있던 분들이 올려주는 사진들을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들이 겹칩니다. 

그리고 굳이 일부러 저 보여주시려 통인시장을 거쳐 가시거나(그러면서 페북 등지에 제게 태그로 연락 주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그 안의 기름떡볶이 집을 찾아가 행진에 지친 다리를 쉬며 제게 추억거리를 던져주신 모든 분들,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아무리 지금은 혼돈의 시간이라지만, 그것은 희망을 포란하고 있기에 가슴두근거림으로 가득 찬 시간들입니다. 제게 그런 시간을 나눠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런 것들이, 우리의 혁명을 성공으로 이끌 겁니다. 과거와는 다를 겁니다. 현재 시간에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태평양 건너의 나에게까지 실시간으로 전해주는 사람들, 그리고 거기에 대한 감상들을 다시 실시간으로 들려줄 수 있는 이런 현재의 기술적 발전상황은 과거 우리가 느껴야 했던 한계들을 훌쩍 뛰어넘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의 촛불 혁명을 가능케 하고 끌고 나갈 수 있는 에너지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이 혁명에 저항하는 반혁명의 무리들은 어떻게 하든 지금의 상황을 엎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대학 선배는 그것을 상징하는 장면 하나를 찍어 페북에 올려 두셨더군요. 그러나 광장을 덮은 저 거대한 물결과, 이 반혁명의 무리들을 비교해 보십시오. 더 큰 희망으로 우리를 묶어내는 것이 오히려 저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을 통해 가능해진다는 것이 즐거운 아이러니라고 느껴질 정도군요.


시애틀에서...

국뽕.jpg
촛불-2.jpg
촛불시위-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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