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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를 살린줄 알았는데
게시물ID : animal_17307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대출은사우론
추천 : 23
조회수 : 711회
댓글수 : 17개
등록시간 : 2016/12/22 21:00:57
10년 전 여름 상가앞에서 
지나가는 사람들 발길에 달라붙으며 울어대던 너 
그날은 지랄맞게 더운 여름이었어
이미 6년전에 내 곁을 떠난 고등어녀석이 생각나서
다시는 동물 안기를거라고 다짐했는데
츱츱 하니까 대번에 달려와서 내 다리에 비벼대던 
나이를 가늠하기 힘든 노랭둥이
병원에가니 귀도 깨끗 발톱도 다듬어진 상태로
사람이 키우다가 버린거라는 녀석이
뭐에 홀린듯 내 삶에 들어와서 
십년째 내 옆에 있어줬네
반년만에 널 만난 그 자리에서 또 다른 고양일 데려오고
너네 둘은 그렇게 물고뜯고맛보고즐기고던지고
친형제처럼 허물없이 8년간 잘 지내줬어

 자취한다고 집을 떠날 때도 
너랑 정들어버린 할머니가 하도 너네없이 못산다고 해서
매주 보러갈 때에도 나한테 관심없이
내 핸드백을 물고뜯고맛보고즐기던 너희들
할머니가 갑작스레 치매가 와서 시골로 요양하러 가시던날
열린 현관문으로 도망쳐 버린 너희가 
밖에서 한번도 살아본적 없는 너희가
어둡고 추운 한겨울의 밤거리 너희가
잃어버렷단 소식을 5일만에 듣고 찾아나섰는데
용케 철거예정이던 빈집에 남아 있어준 네가
5일동안 먹을게없어서 모래와 돌을 씹던 네가
날 못알아보고 도망가기 바쁜 덜덜떨던 네가
놀라서 진정할동안 쿵쾅대는 네 심장만큼 내가
미안하다고 내 탓이라고 함께 울던 내가
네 동생은 찾지못해서 미안하다고 울었는데
집에와서 건강도 찾고 예전보다 많이 소심해져버려서
이제는 할아버지가 되어 옆에서 잠자는 시간도
푸짐하게 싸놓고 냄새난다고 시끄럽게 옹알댈 때에도
외출하고 돌아오면 아무말없이 따뜻한 품을 내줘서 
아침에 눈 뜨면 항상 그 자리에 있어줘서 고마워


4개월을 못넘기고 유산을 겪은 내 정신이 피폐해져서
주위의 소중한것들을 돌아보지 못하고
우울속에 잠겨서 눈과 귀를 닫아버릴 때
하루종일 울기만하는 내 옆에서 조용히 눈감고  
그릉그릉소리로 날 위로할 때
치매앓으셔서 날 못알아보셔도
한번씩 네가 보고싶다고 하시던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다시 우울한 바다속에 가라앉고 있던 내 옆에 있어줘서
밤마다 베란다를 서성이며 충동을 억누르고 있던 내게
너의 한결같은 사랑과 무거운 생명의 무게에 
고맙고 미안하고 두렵다 
이제는 함께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것만 같아서

십년 전 여름에 내가 너를 살린 줄 알았는데
십년 동안 네가 나를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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