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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부부의 우리 그냥 잘 살고 있어요 썰이예요 ㅎ
게시물ID : wedlock_614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고양이♥
추천 : 12
조회수 : 1382회
댓글수 : 12개
등록시간 : 2016/12/26 18:41:35
 
안녕하세요 유부징어입니당
오늘은 연말이라 그런지 일이 참 한가하네요. 한가할 때 밀릴 일을 하면서 괜히 바쁘게 보내면
바쁜 날도 여유로운 날도 바쁘게 보내는 셈이 되므로 오늘은 놀기로 해요.
 
저희 부부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요.
두서없는 이야기지만 그냥 수다니까 들어주세요.
 
저희부부는 결혼생활 3년차 맞벌이이면서 아직 아이없는 부부예요.
네 아직 아이가 없어요.
그래서 갈등이 많지 않은게 당연하지만
그래도 우리 부부가 3년동안 참 잘 지내왔다 싶거든요.
날이 갈수록 서로에게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것 같아서 참 감사하고 기쁘기도 해요.
 
저희 부부에게는 일종의 가훈같은 말이 있어요.
'네가 할 것이 아니라면 입을 대지 말아라.'
'지금 그거 안 하면(또는 하면) 큰일나? 그게 아니면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네. 저희부부는 본인이 직접 움직이든가 아니라면 잔소리를 최대한 하지 않아요.
반은 서로의 성격이고 그래도 반은 노력인 것 같아요.
 
맞벌이 부부다보니 확실히 집안일을 잘 하고 지낼 수는 없어요.
서로 밥은 시켜 먹기도 하고, 할 수 있는 사람이 하기도 하고, 부모님들께 얻어먹기도 하죠.
그래도 식사 담당은 대체로 아내인 제가 맡고 있는데
우리 신랑에게 미안하지만 제대로 된 끼니를 챙겨주는 일은 사실 거의 없어요.
 
그래도 일요일은 저는 쉬고 신랑은 오후에 출근을 하기에
되도록이면 출근 전에 식사를 만들어서 일주일에 한끼라도 식사를 차려주려고 노력해요.
반대로 신랑은 제가 피곤해서 잠 자고 싶다고 하면 그 식사를 결코 차려달라고 하지 않아요.
본인이 출근해서 사 먹으면 된다고 저를 재우고 조용히 출근하는 편이죠.
 
신랑은 오후에 출근해서 밤에 퇴근하는 일을 하고 있고
저는 오전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하는 일을 해요.
 
식사 패턴이 안 맞기 때문에 신랑이 퇴근하고 나면 매일 야식을 시키거나/차리거나 해서 먹는 편이예요.
저는 낮의 일이 여유로우면 신랑에게 물어봐서 먹고 싶었던 음식을 해 놓고 기다리기도 하고
낮의 일이 바빴으면 지쳐서 집에 와서 아무 일도 안 하고 쉬어요.
그러면 신랑은 배달을 시켜 먹거나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 와서 불평없이 먹어줘요.
 
이렇게 제가 식사를 차리면 밤 열한시 열두시가 되기 때문에 함께 드라마나 영화도 보고 수다도 떨다가
저는 그대로 들어가서 자요. 그러면 신랑은 곁에서 재워주다가 제가 깊이 잠들면 다시 나가서
식사를 차리느라 어질러진 살림들을 싹 치워놔줘요.
아침에 일어나면 대체로 설거지까지 다 되어 있는거죠.
그러다가도 신랑도 일이 힘들었던 날도 있고, 또 안 힘들어도 마냥 놀고만 싶은 날도 있잖아요.
그래서 아무것도 안 치우고 자더라도 저도 아이고 잘했다~ 푹 쉬었어? 라고 해줘요.
또 제가 일을 쉬는 날이거나 퇴근을 일찍 했는데 어질러져 있는 상태면 대신 치워주기도 하고요.
 
암튼 이렇게 사는게 사실 잘 하는 짓은 아닐테지만 우리는 참 '잘 살고' 있다고 느껴요.
 
양말이 돌돌 말려져있어도, 둘다 옷방에 옷을 벗어서 바닥에 던져둬도, 변기가 조금 지저분해도
그 어떤 일도 '상대방 보다 중요한 건 없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별로 잔소리 할 일이 없는 것 같아요.
더군다나 맞벌이 하면서 집안일은 남자가 조금 더 하는게 맞는 것 같다고 시댁가서 진지하게 말하는 남편이라
더 고맙기도 하고요. (그래도 저는 주6일 신랑은 주7일이라 제가 쪼꼼 더 해야 해요ㅎㅎ)
 
우리 생각이 조금 일반적이지 않은가, 우리가 좀 지저분한 편이지 하고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대로 행복하니 참 좋네요 으허허
 
더불어 서로 대화가 정말 많고 표현을 많이 하는 편이예요.
서로 10분거리 출퇴근을 하면서도 전화 통화를 하고 하루에 몇번씩 전화 + 카톡을 하죠.
아주 소소한 이야기들로요.
그리고 매번 상대방의 고생을 알아주고 고마움을 당연히 여기지 않고 표현해요. 
거의 매일 우리 아내 최고네, 고맙네, 너무 고생했네 이런 이야기들을 듣는 것 같아요.
물론 저도 진심으로 신랑한테 같은 말을 건네고요.
그리도 집에서는 서로의 보호자가 되어서 예뻐해주고 안아주고 사랑해주고요.
뭐... 엄청 느끼하게 사는 건 아닌데 글로 쓰니까 좀 그렇네요. 죄송죄송 ^^;
 
그리고 부부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시댁과 친정과의 관계 아닐까요?
솔직히 저희 양가 부모님들이 참 좋은 분들인 건 베이스이긴 해요.
정신적으로 부부가 단독 세대임을 인정해주시고 예뻐만 해주시는 분들이거든요.
흔히들 하는 것처럼 서로 양가 부모님들께 배우자의 좋은 점들을 많이 말씀 드리고
또 부모님의 몇 안되는 요구라도 배우자가 힘들 수 있을 것 같으면 그 자식이 우선 거절하고 나쁜 역할을 맡아 줘요.
그럼 또 그 배우자가 오히려 상대의 부모님께 더 잘하려고 노력하고요.
 
결혼 생활동안에 김장을 딱 한 번 해봤는데요.
우리 신랑이 시댁가서 김장 해보자고 하면서 한 멘트가 "내가 김치 하는 법을 배워야 해서 같이 가지 않을래?"였고
실제로 김장을 가서도 저는 열심히 돕는다고는 도왔지만
야채 다듬는 건 아들이 채 써는 걸 잘하니까 아들이 하고
김치 속 비비는 건 아버지가 힘 쎄시니까 아버지가 하시고
김치 속 넣는 것만 네 식구가 둘러 앉아서 조금 해보고는
아버지가 삼겹살 사오셔서 다 같이 고기 구워먹고 끝냈어요.
그리고 마무리 멘트는 "역시 김장은 힘 써야 하는거라서 남자들이 해야하네"였지요.
이런 아들과 며느리를 고운 눈으로 봐주시는 시부모님이 계시고
진심으로 내가 할일이라고 생각하는 남편과, 시부모님과 김장 하는게 하나도 기분 나쁘지 않고 재미있는 며느리가 모여서
결혼 생활이 잘 지속되지 않나 싶어요.
 
진짜 두서없는 말들이고 넘 평안한 날들이어서 별로 생각나는 일화가 많지는 않지만
그냥 서로 배려해가며 안쓰러워해가며 고마워해가며 잘 살고 있어요.
아이가 생기면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서로 잘 해나갈거라고 믿으며
자랑 같기도 하고 우습기도 한 이야기들을 풀고 갑니당.... 허허
유부징어님들, 모두 행복하세요~^^
 
 
출처 우리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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