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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안 좋은 일은 일어나기 마련이다.
게시물ID : panic_9195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Y-
추천 : 13
조회수 : 1208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6/12/29 13:3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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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살다보면 안 좋은 일은 일어나기 마련이야.”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간혹 그런 일 있잖아. 새끼발가락을 문지방에 찧는 것 같은 일 말이야.”


“밥먹다가 볼을 씹어버린다거나.”


“그거랑 별반 다를 것 없는 일이라는 거지.”



그는 세면대로 걸어갔다.



“원래 세상사 그런거 아니겠어?”


“안 좋은 일 없이 살아가는 세상은 어디에도 없다는 거지.”


“그건 돈이 많건 적건, 나이가 많건 적건 상관없어.”


“삶이란 산과같이 고저가 있다고들 하잖아. 그런거야.”



“근데 뭐.. 때때론 안 좋은 일이 삶을 마치기도 하지.”



그는 붉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팔을 닦았다.


선명하게 이빨자국이 남아 있었다.


내친김에 칼에 묻은 피도 닦기로 했다.



그는 밖을 슬쩍 내다보았다.


붉은 피가 사방에 튀어있었다.



바닥에는 그녀의 머리가 있었다.


머리만이 있었다.



“안 좋은 일도 있는거야.”


“뭐 살다보면 미치광이 남자에게 쫓길 일도 있는거고.”


“도망치다 숨은 풀밭에 개가 있어서 짖을수도 있는거고.”


“들켜서 잡힐 뻔 했을때 겨우 들어간 누군가의 집에 사는 사람이 연쇄 살인마일 수도 있는거지.”



그는 그녀의 절망에 빠져 일그러진 머리통을 보면서 이죽거렸다.



“그 연쇄 살인마가 고문하는 취미가 있을 수도 있는거고.”


“죽여달라고 할 때까지 고문 할 수도 있는거고.”


“그리고 죽이지 않고 알아서 죽을때까지 쓰래기더미에 집어 넣어두는 사람일 수도 있는거지.”


“너무 안죽어서 아까 그냥 죽였지만”



그는 세면대에서 걸어나왔다.



“또 그 살인마가 머리를 자르는 것을 좋아할 수도 있는거고.”


“살인마가 조금 인간의 맛을 알 수도 있는거고.”


“그리고 살인마가 네크로필리아일 때도 있는거지.”



그는 그녀의 머리없는 몸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그의 눈은 희번득 하게 반짝였고 이미 그의 아랫도리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그녀의 머리를 지긋이 쳐다보며 말했다.



“뭐 그럴때도 있는거야.”


“안 좋은 일은 일어나는거야.”


“그니까 그냥 받아들여.”


“반항해봤자 겨우 이정도일 뿐이야.”



그는 이빨자국을 보여주머 환하게 웃었다.


그녀는 슬슬 눈물이 말라가고 있었다.



그녀의 그 얼굴엔 절망감만이 남아있었고


그의 얼굴엔 상기된 희열만이 남아있다.



그리고 그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렇다.


안 좋은 일은 일어나기 마련이다.


그녀가 죽은 것도 그런 것의 일부라고 할 수 있겠지.



이런 일은 대부분 예측이라는 것을 할 수 없다.


한마디로 안좋은 일은 당사자가 모르는 와중 진행된다는 말이다.



그녀가 에이즈에 걸렸다는 것도.


그녀의 ‘반항’이 그에게 ‘무언가’를 전해줬다는 것도.


그가 곧 에이즈에 걸릴 것이라는 것도.


그의 발 끝부터 몸은 썩어갈 것이라는 것도.


그가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시간을 보내게 될 것도.


그는 모른다.



그것이 그에게 있어 안 좋은 일이라는 것은 확연하다.



그래도 일단.


안 좋은 일은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니 그냥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반항해봤자.



아니 그는 반항조차 할 수 없겠지만.



뭐 어쨌든.


안 좋은 일은 일어나기 마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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